2026년 9월 30일 수요일

[부동산분쟁 부당이득] 원고가 원고 소유 부동산을 법률상 원인 없이 점유·사용한 피고를 상대로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사건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3472  수목 수거 등

 

1. 판결의 요지

 

원고가 원고 소유 부동산을 법률상 원인 없이 점유ㆍ사용한 피고를 상대로 점유기간에 상응하는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가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부담하되,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사용하게 된 경위,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토지의 인도와 관련하여 임의조정이 성립된 과정 등을 참작하면, 공평의 원칙을 고려하여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원고 청구금액의 30%를 약간 상회하는 20,000,000원으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어떤 이익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타인에게 반환되어야 하는 경우, 법원이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과실상계에 준하여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을 내세워 그 반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토지를 법률상 원인 없이 점유ㆍ사용함으로 인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내용은 점유기간에 상응하는 이 사건 토지 차임 상당액 전액을 반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부당이득 제도의 의의와 이념

 

 부당이득 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익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제도이다. 즉 특정한 당사자 사이에서 일정한 재산적 가치의 변동이 생긴 경우에 그것이 일반적ㆍ형식적으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사이의 재산적 가치의 변동이 상대적ㆍ실질적인 관점에서 법의 다른 이상인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모순이 생기는 경우에 재산적 가치의 취득자에게 가치의 반환을 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다55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부당이득 제도의 이념은 부당이득의 성립 요건과 반환 범위, 반환 제한 등에 관한 개별 법률 규정과 그에 관한 해석론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나.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은 개별 법 제도에 관한 조항만으로 사안을 공평하게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국한하여 보충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하는지(적극)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은 부당이득 제도 자체의 온당한 운용을 통해 그 제도가 본래 상정하는 정당한 재산귀속 질서를 구현함으로써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평가되어 반환 대상이 된 이익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반환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별도로 신의칙 또는 공평의 이념을 내세워 법원이 그 반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이득 제도가 본래 상정하는 바가 아니다. 또한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과 같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은 개별 법 제도에 관한 조항만으로 사안을 공평하게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국한하여 보충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다. 불법행위에 관한 책임제한 법리가 부당이득에도 당연히 적용되는지(소극)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2다233713 판결 등 참조). 한편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은 타인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어야 하는 재산적 이익을 법률상 원인 없이 침해하는 유형의 부당이득이라는 점에서 타인의 법익 침해를 전제로 하는 불법행위와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불법행위법은 유책한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 전보를 지향하는 반면, 부당이득법은 유책한 위법행위인지와 무관하게 정당한 재산귀속 질서의 구현을 지향하는 점에서 양자에 차이가 있다. 과실상계(민법 제763조, 제396조)나 배상액 경감(민법 제765조) 등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조정하는 법률 규정들이 부당이득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그러므로 불법행위에 관한 책임제한 법리가 부당이득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다.

 

라.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과실상계에 준하여 그 권리의 내용이 제한될 수 있는지(소극) 및 이러한 법리는 일반적인 부당이득반환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는지(적극)

 

  계약이 해제되면 그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함에 따라 그 계약상 의무에 기하여 실행된 급부는 원상회복을 위하여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민법 제548조 제1항).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해제자가 그 해제의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원인의 일부를 제공하였다는 등의 사유를 내세워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과실상계에 준하여 그 권리의 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34143 판결 참조).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이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점(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7728 판결 참조)에다 앞서 본 논거들을 함께 고려하면, 이러한 법리는 일반적인 부당이득반환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