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3도3217 업무상과실치상
1. 판결의 요지
피고인1은 A병원 피부과 전문의로서, 여드름 유사 피부질환으로 내원한 피해자(당시 12세)에게 답손(Dapsone)을 처방하였는데, 피해자가 답손 투약 3주 후 고열ㆍ발진 등 발생하여 위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같은 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피고인2가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중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하여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후 간이식 수술을 받고 간장애 5급 진단을 받아, 피고인들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인1이 답손을 처방하면서 혈액 및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답손 투여로 인한 약물과민반응증후군(DRESS)의 초기증상이 발생하였을 때에 필요한 지도ㆍ설명을 하지 않은 업무상과실과 피고인2가 답손 투여로 인한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 피해자에게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을 각 인정하고, 위 업무상과실들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먼저 피고인2에 관하여, 피해자의 질환이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인지 아니면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인지, 혹은 양자의 복합증상인지에 관하여 이 사건 병원 입원 기간 내내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답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으로 확진할 수 없고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던 점, 피고인2가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않고 다른 내용의 치료를 선택한 것이 당시 실천되고 있던 임상의학 지식ㆍ준칙에 의거한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약물과민반응증후군과 세균ㆍ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능성 사이에서 각 진료방법이 가져올 위험과 이익을 임상적으로 비교ㆍ판단하여 피해자의 생명ㆍ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진료방법을 적시에 선택ㆍ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진료방법 선택에 관하여 오직 하나의 합리적 방법만이 존재하였고 피고인2가 선택한 진료방법이 그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이, 법관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이지 않고, ②
다음으로 피고인1에 관하여, 피고인1이 답손을 투여하면서 혈액 및 간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피해자에게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의 초기 증상이 발생하면 의료기관을 찾도록 지도ㆍ설명하였다면 조기에 약물과민반응증후군이 진단되었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인1에게 답손 처방 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전혈구검사 및 간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과 약물과민반응증후군에 대한 대응을 지도ㆍ설명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과실이 없었다면 피해자의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또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의료사고 관련 형사사건에서,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하여 의사가 가지는 재량의 범위와 그에 대한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과실이 있는지는 같은 업무 또는 분야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가 보통 갖추어야 할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의사에게 진단상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하게 임상진단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2844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므로 그러한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3090 등 참조).
나. 피고인인 의사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중 ‘업무상 과실’ 및 ‘업무상 과실과 상해ㆍ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 정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
한편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도록 증명하여야 한다. 검사의 증명이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인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더라도 이를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
다.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ㆍ사망 등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지 여부(소극) 및 형사재판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였다는 점 외에 그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등 참조). 의사의 업무상 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