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9. 3. 선고 2025다212572 손해배상(기)
1. 판결의 요지
무효인 약정에 따라 서로에게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갑과 을에게 각자의 말소등기의무를 동시에 이행할 것을 명하는 동시이행판결(‘이 사건 말소 판결’)이 확정된 후, 을이 자신의 말소등기의무 이행을 위하여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인 근저당권자들의 승낙서가 필요함에도 이를 갑에게 제공하지 않는 등 반대의무의 적법한 이행제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동시이행판결에 대한 집행문 부여를 신청하였는데, 사법보좌관이 을에게 집행문을 부여함으로써 갑의 등기만 말소되자, 갑이 말소된 등기의 회복을 구하는 소 등에 소송비용을 지출하고 이에 대한 국가배상을 구하는 사안입니다.
원심은, 을의 말소등기의무 이행을 위해서는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인 근저당권자들의 승낙서가 필요하나 그 승낙서가 갑에게 교부되지 않았고, 통상의 말소등기신청에 필요한 등기의무자의 등기필정보 역시 교부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반대의무 이행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을이 집행문 부여를 신청한 것임에도 사법보좌관이 집행문 부여를 명령한 것은 법이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집행문 부여 대상 판결 주문에 근저당권에 대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사법보좌관이 반대의무 이행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등기기록까지 확인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사법보좌관이 반대의무의 이행제공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동시이행판결인 이 사건 말소 판결에 대하여 집행문을 부여하도록 명령한 것은 법이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위법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재판상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및 직무수행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로 되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참조). 위 법리는 법원조직법 제54조 제2항 제2호, 사법보좌관규칙 제2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민사집행법 제32조에 규정된 집행문을 내어주도록 명하는 사법보좌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21다202224 판결 참조). 여기서 법이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별로 기준의 내용과 위반정도, 수행하는 직무행위의 성질, 직무행위의 잘못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사법보좌관이 보정명령ㆍ심문 등의 방법을 통해 등기사항증명서 등 자료의 제출이나 구비서류의 보완을 촉구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심사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실제 반대의무의 이행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증명할 서류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문부여를 명령한 것이 직무수행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것인지 여부(적극)
(1)
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은 등기신청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이 확정된 때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지만(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동시이행판결과 같이 반대의무가 이행된 뒤에 의사를 진술할 것인 경우에는 위 민사집행법 제30조와 제32조의 규정에 따라 집행문을 내어준 때에 의사진술의 효력이 생긴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2항). 이는 일반적으로 동시이행판결의 반대의무 이행 또는 이행제공이 집행개시의 요건에 불과하여 집행기관이 집행개시 시점에 이를 조사하면 충분한 것과 달리,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에서는 본래 판결 확정만으로 바로 의사진술의 효과가 발생하고 별도의 집행절차가 없어 그 요건을 조사할 집행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동시이행으로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의 경우 집행문부여기관이 반대의무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 여부를 조사하여 그 사실이 명확해진 때에 의사진술의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기 위하여 특별히 집행문부여의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집행문이 부여되었을 때에 강제집행이 종료되고 더 이상 집행 문제가 남지 않아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인정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다73021 판결 참조), 집행문부여 명령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불복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 및 당사자에게 미치는 종국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말소판결과 같이 동시이행으로 등기신청의 의사 진술을 명하는 판결에 대하여 집행문을 부여하는 경우 사법보좌관은 반대의무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증명하는 서류가 제출되었는지를 더욱 명확히 확인하여 신중히 직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2)
등기신청을 위하여 등기의무자의 등기필정보 또는 확인서면이 구비되어야 한다거나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존재하는 경우 말소등기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부동산등기법령상 명확하고 지극히 전형적인 사정으로서, 제출된 자료나 등기부 등을 통하여 집행문부여기관이 관련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시이행으로 등기신청의 의사 진술을 명하는 판결, 특히 반대의무가 말소등기의무인 판결에 대하여 집행문 부여를 명령함에 앞서 말소등기신청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가 준비되어 반대의무로 이행제공 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사법보좌관에게는, 적어도 위와 같은 사정을 파악하고 보정명령ㆍ심문 등의 방법을 통해 등기사항증명서 등 자료의 제출이나 구비서류의 보완을 촉구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심사의무를 이행한 후 그럼에도 반대의무의 이행제공 여부가 불명확할 경우 집행문부여를 거부하는 신중한 직무수행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사법보좌관은 그와 같이 요구되는 심사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실제 반대의무의 이행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를 증명할 서류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말소 판결에 대하여 집행문부여를 명령하였으므로, 이는 법이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