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6다202594
(본소), 2026다202595(반소) 렌탈계약의 양수금(본소), 부당이득금(반소)
1. 판결의 요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는 갑 회사와 커피머신에 관한 이 사건 렌털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서 표지 하단의 ‘채권양도 승낙서’란에 “계약자는 갑 회사가 계약자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금전채권을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에게 양도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 없이 승낙한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이에 대하여 전자서명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 승낙’). 계약서 표지 하단의 ‘제품 인수(설치) 확인서 및 기타 고지사항’란에 “제품이 배송, 설치될 경우 실제 배송, 설치일을 계약일자로 보아 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본문에도 “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되어야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렌털계약에 따른 렌털료 지급을 구하는 본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렌털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렌털료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①
피고가 갑 회사와의 별도 약정을 통해 ‘렌털제품이 렌털계약상 설치주소가 아닌 갑 회사가 지정하는 다른 장소에 설치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렌털제품이 렌털계약상 설치주소에 설치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고, ②
설령 이 사건 렌털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피고가 갑 회사의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하였으므로, 그 사유로는 채권양수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이 사건 렌털계약은 ‘렌털제품이 인수되어 설치된다’는 조건이 성취될 때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갑 회사와의 별도 약정을 통해 렌털제품이 렌털계약상 설치장소가 아니라 갑 회사가 지정하는 다른 장소에 설치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였더라도, 그 장소에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었다는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이 사건 렌털계약에 따른 렌털료 채권이 발생하고, ②
이 사건 채권양도 승낙 당시에는 렌털제품의 설치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이 사건 렌털계약이 무효라는 사유는 채권양도 승낙 후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채권양도 승낙 당시 피고가 위와 같은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워, 만일 렌털제품이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 이 사건 렌털계약이 무효라면, 피고가 이 사건 채권양도 승낙 당시 그 사유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로써 양수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요건 및 정지조건부 채권양도에 있어서 조건성취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
당사자 사이에 조건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는 당해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유효하고 당해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무효로 확정된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이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4. 12. 선고 81다카692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도3319 판결 등 참조).
나.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에 대하여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취지 및 채권양도 후에 비로소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였고, 채무자가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그 대항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이상 채무자로서는 그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채권양도를 승낙한 채무자에 대하여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취지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양수인은 양수한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붙어있지 않다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채무자로서는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이미 존재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만 채권양도에 관하여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양도 후에 비로소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였고, 채무자가 채권양도를 승낙할 당시 그 대항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이상 채무자로서는 그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5464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