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2일 월요일

[부동산분쟁 소멸시효] 저당권부 채권 일부를 대위변제한 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가지는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


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6다204200   근저당권일부이전청구

 

1. 판결의 요지

 

알루미늄 제품 판매업을 영위하던 갑은 1999. 10. 28. 알루미늄 공급처인 피고에게 자신이 소유하던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고(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 1999. 11. 3. 알루미늄 제품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고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로 취임하였습니다. 피고가 알루미늄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2002년 4월경 이 사건 근저당권과 관련한 거래관계가 종료되었고, 원고가 발행한 액면금 3억 원의 이 사건 약속어음이 2002. 12. 27. 원고 명의의 당좌예금계좌를 통해 결제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약속어음 결제로써 이 사건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을 대위변제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 교부 등을 통해 2002. 12. 27. 갑을 대위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중 3억 원을 변제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근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청구권을 취득하였으나, 이는 상사채권에 관한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채무자인 갑을 위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의 확정된 피담보채권 중 3억 원을 대위변제하였다면 원고는 그 범위 내에서 피고가 가지고 있던 저당권을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고, 이때 원고가 피고에 대해 가지는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청구권은 물권적 청구권이어서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저당권부 채권자에게 채권 일부를 대위변제한 경우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저당권을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고, 그에 근거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채권 일부를 대위변제한 경우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종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므로(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 제483조 제1항), 채권자가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대위변제자는 변제한 가액의 범위 내에서 저당권을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고, 그에 근거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저당권 일부 이전의 부기등기 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다53929 판결,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5다206973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대위변제자의 부기등기 청구권이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이러한 대위변제자의 부기등기 청구권은 법률상 당연히 취득한 저당권에 근거하여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실체관계와 불일치하는 등기 상태의 시정을 구하는 ‘물권적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회목 변호사


2026년 11월 1일 일요일

[형사재판 자본시장법위반] 구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1항 각 호에서 말하는 ‘매도’에 해당하기 위하여 매매체결이 필요한지가 문제 된 사건


법원 2026. 10. 8. 선고 2025도17317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1. 판결의 요지

 

피고인(H 은행)의 임직원들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피고인이 보유하거나 차입하지 아니한 주식에 관한 무차입공매도 주문이 제출되도록 함으로써 피고인이 소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을 매도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 위반죄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소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의 매도’로 인한 구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주식에 관한 매도주문을 하여 매매체결이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4. 10. 22. 법률 제205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1항 각 호에서 말하는 ‘매도’란 상장증권에 대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어 매매체결이 된 경우를 말하는지 여부(적극)

 

 투자자가 거래소 회원인 증권회사 등을 거쳐 거래소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은 통상 위탁자가 매매거래를 하기 위한 매도 또는 매수의 의사표시를 하는 ‘주문’ 단계(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2조 제5항 참조), 거래소 회원이 시장에서 매매거래를 하기 위한 매도 또는 매수의 의사표시를 하는 ‘호가’ 단계(같은 조 제4항 참조), 매도호가가 매수호가와 합치되어 매매거래가 성립하는 ‘매매체결’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 자본시장법 제180조는 증권시장에서 상장증권에 대하여 ‘소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의 매도(제1항 제1호)’를 하거나 ‘차입한 상장증권으로 결제하고자 하는 매도(제1항 제2호)(이하 ‘차입공매도’라 한다)’를 하는 것을 ‘공매도’라고 하면서, 누구든지 증권시장에서 상장증권에 대하여 공매도를 하거나 그 위탁 또는 수탁을 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는 제180조를 위반하여 상장증권에 대하여 허용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공매도를 하거나 그 위탁 또는 수탁을 한 자는 원칙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 위반죄의 입법 목적 및 취지, ‘매도’의 사전적 의미와 함께 구 자본시장법의 공매도 관련 조항 전체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구 자본시장법 제180조 제1항 각 호에서 말하는 ‘매도’란 상장증권에 대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어 매매체결이 된 경우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거래소 회원이 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등 참조).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는 ‘공매도를 한 자’를 처벌할 뿐 미수범 처벌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단지 ‘공매도의 위탁 또는 수탁’ 행위를 ‘공매도’ 행위와 구분하여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증권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상 매도호가가 제출되었더라도 매수호가와 합치되어 매매체결이 되기 전까지는 거래소 회원이 언제든지 그 호가를 취소할 수 있다(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13조 참조). 그럼에도 매매체결 전의 호가 행위만으로 이를 ‘공매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실질적으로 미수 행위를 기수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

 

  2) 구 자본시장법은 ‘매도’의 개념에 대하여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고,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매도를 ‘값을 받고 물건의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다’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매도’는 계약에 따른 처분행위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은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의미하므로(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0도12420 판결 등 참조), 이는 기본적으로 매매체결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구 자본시장법은 제180조의4에서 ‘공매도를 하거나 공매도 주문을 위탁한 경우’에 공매도 거래자의 모집 또는 매출 등에 따른 주식의 취득을 제한하도록 하고, 제429조의3에서 ‘제180조를 위반하여 상장증권에 대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공매도를 하거나 공매도 주문을 위탁 또는 수탁한 자’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매도’와 ‘공매도 주문’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4) 구 자본시장법이 공매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는 결제불이행을 야기할 위험을 방지하고, 나아가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의 위험이나 시세조종 등을 포함한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형벌법규상 ‘매도’의 의미를 확장하여 처벌범위를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5. 2. 25. 대통령령 제353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08조 제2항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차입공매도의 방법에 관하여 정하면서 ‘투자자가 투자중개업자에게 매도주문을 위탁하는 경우’와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가 매도에 관한 청약이나 주문을 내는 경우’로 나누고 있기는 하나, 이는 매도 주체별로 허용되는 차입공매도와 관련하여 거쳐야 할 구체적 절차를 규정한 것이지 공매도의 의미나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 위반죄의 기수 시점을 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구 금융투자업규정(2025. 3. 5. 금융위원회고시 제20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금융투자업규정’이라 한다) 제6-30조에서 ‘이 조에서 공매도란 해당 청약 또는 주문으로 인하여 영 제208조의2 제3항에 따른 해당 증권의 순보유잔고가 음수(-)의 값을 가지게 되거나 음수의 값을 가진 순보유잔고의 절대값이 증가하게 되는 청약 또는 주문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조에서‘라는 문언이 명시하는 바와 같이 이는 그 자체로도 구 금융투자업규정 제6-30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 된다.

 

  무엇보다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 제180조는 형벌법규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법률이 정한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내용의 법규는 법률이나 법률의 구체적 위임에 의한 명령 등에 의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런데 구 자본시장법 제180조는 ‘공매도’를 ‘소유하지 아니한 상장증권의 매도’와 ‘차입한 상장증권으로 결제하고자 하는 매도’라고 할 뿐이고 그 구체적 요건이나 해석에 관하여 별도의 위임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하위법령인 구 자본시장법 시행령이나 금융위원회 고시에 불과한 구 금융투자업규정을 근거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으로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공매도의 개념을 확장할 수는 없다.

 

  6) 거래소 회원이 아닌 투자자의 경우에는 거래소 회원에게 주문을 내는 행위만으로도 ‘공매도의 위탁’에 해당하여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10호 위반죄로 처벌이 가능한 것과의 균형상, 거래소 회원이 자기의 계산으로 직접 호가를 제출한 경우에도 매매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처벌의 필요성은 법의 개정을 통하여 이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고, 형벌법규의 확장해석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