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형사재판 국선변호] 제1심에서 불구속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였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가 위법한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


대법원 2026. 9. 23. 선고 2026도9242   양육비이행확보및지원에관한법률위반

 

1. 판결의 요지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 등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그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을 구속하지는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선정청구’), 청구사유에 관한 소명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사안입니다.

 

원심은 이 사건 선정청구에 대하여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채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판결 선고 직후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 사건 선정청구 당시 청구사유에 관한 소명자료가 제출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의 진술 등이 담긴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이 가정 형편 등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렵다’는 사유가 소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설령 빈곤 사유에 관한 소명이 다소 부족하다 하더라도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교육 정도와 가족관계, 공소사실의 내용, 제1심에서 선고된 형의 경중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원심은 이 사건 선정청구에 대하여 아무런 결정조차 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의 규정을 위반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에 대하여 법원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위법한지 여부(적극),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소명자료를 제출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 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에 대하여 법원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도2880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490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소명자료를 제출하여야 함이 원칙이지만, 기록에 의하여 그 사유가 소명되었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렇지 않다(형사소송규칙 제17조의2).

 

정회목 변호사


2026년 10월 22일 목요일

[형사재판 부정의료업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그 부분 의료행위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


대법원 2026. 10. 1. 선고 2024도19179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등

 

1. 판결의 요지

 

의료인인 피고인이 주된 의료행위를 하고 비의료인인 갑이 수술의 주요 부분을 시술하는 진료보조행위를 하였음에도, 피고인이 단독으로 수술을 시행한 것처럼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그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아 사기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여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의사인 피고인이 의료인이 아닌 갑과 함께 이 사건 수술을 한 이상 이 사건 병원은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이 사건 병원의 대표자인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적법하게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는바, 이러한 청구행위는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기망행위로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교부받은 부분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비의료인 갑은 이 사건 수술 자체에만 가담하였으므로, 그 부분 수술 이외의 입원비, 약제비, 검사비 등과 관련한 요양급여에 대하여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는 한편, 피고인에게 이러한 요양급여비용 편취의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판단한 피고인에 대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그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헌법은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적 보호의무를 선언하고 있고(제36조 제3항), 국민건강보험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기여금 형태의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국민 보건에 관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일종의 사회보험이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ㆍ부상에 대한 예방ㆍ진단ㆍ치료ㆍ재활과 출산ㆍ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면서(제1조), 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의 보험자로 설립하고(제13조),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만을 요양기관으로 건강보험제도 내에 편입시킨 다음 이들로 하여금 요양급여를 실시하게 하고(제42조), 요양급여 실시에 따른 비용 중 공단부담금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이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4조 제1항, 제47조 제1항).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구 의료법(2019. 8. 27.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의료법’이라 한다) 제27조 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는다(구 의료법 제87조 제2항 제2호). 또한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할 경우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1호에 따라 가중된 형사처벌을 받는다. 의료법이 의료인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취지는,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ㆍ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과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사람의 생명ㆍ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553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 및 요양급여비용 지급 요건 및 절차,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규율 및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 실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면 그 요양급여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실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개별 요양급여 행위도 의료법에 따른 적법한 의료행위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고, 이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하였음에도, 의료기관의 대표자 등이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의료인이 적법하게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그 부분 의료행위에 관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의료기관의 대표자 등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나아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행위를 하였음에도, 의료기관의 대표자 등이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의료인이 적법하게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그 부분 의료행위에 관한 요양급여비용까지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그 부분 요양급여비용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한다. 또한 의료기관의 대표자 등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사기죄에서의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