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11. 6. 선고 2025두32962 증여세부과처분취소
1. 판결의 요지
이 사건 회사가 워크아웃 과정에서 원고들(투자자 및 그 지정자)에게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이하 ‘이 사건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피고들은 이 사건 유상증자를 통해 원고들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규정에 근거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들은 이 사건 유상증자가 워크아웃 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등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인수한 데에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므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여 그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이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인 경우에는, 주주가 아닌 자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된 신주를 직접 배정받았더라도, 단순히 이 사건 규정의 문언에서 정한 그대로 증여세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를 고려하여 신주를 배정받은 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필요성이 있는지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고들이 이 사건 유상증자에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은 이 사건 유상증자와 같이 특수관계인 아닌 자 간의 거래에 대하여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를 고려하여 증여세 과세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판단하였을 뿐, 이 사건 규정에 따른 과세가 허용되기 위한 선결 문제로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제3자 배정방식의 이 사건 유상증자가 발행되는 신주에 관하여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법률상 미치지 않거나 이에 준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ㆍ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된 후 2016. 12. 20. 법률 제143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 (다)목(이하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때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를 고려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때 이 사건 규정 및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법문에 없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고려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엄격하게 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이 사건 규정은, 법인이 증자를 위하여 신주를 발행함에 있어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하는 경우, 해당 법인의 주주가 아닌 자가 해당 법인으로부터 신주를 직접 배정받음으로써 얻은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문언상으로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여부’,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 등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4호 또한 이 사건 규정과 같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그 재산 또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2호 및 제3호와 달리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인 경우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는 때에 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따라 구 상증세법 제4조 제2항 제2호 및 제3호의 단서와 같은 내용이 같은 항 제4호에 포함된 것처럼 이 사건 규정을 해석할 수는 없다.
2)
위와 같이 법문 자체에 근거한 해석은, 앞서 본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 취지 및 그 이후의 개정 경과 등을 고려하더라도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즉, 이 사건 규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특수관계 유무에 관계없이 신주의 저가배정을 통해 제3자가 얻은 이익을 과세대상으로 삼아왔고,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을 계기로 과세대상이 확대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해당하는 이 사건 규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는 한, 그에 따른 이익은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그대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관련하여 도입된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가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관한 같은 항 제4호와의 관계에서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위 제2호 및 제3호의 각 단서 조항을 적용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여부를 달리 하여서도 아니 된다.
3)
이 사건 규정의 입법 취지는, 법인이 주주가 아닌 자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함에 따라 해당 법인의 기존 주주로부터 신주인수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증자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과세함으로써 조세평등을 도모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두4222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주주가 아닌 자가 신주를 구 상증세법 제60조와 제63조에 따라 평가한 가액인 시가보다 저가에 배정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은 이상, 주주와 신주인수인 간의 특수관계 여부 및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관계없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에 맞는 해석이다.
한편 구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의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란 기존주주가 자신의 지분비율에 따라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거나 그 권리가 배제됨에 따라 이를 인수한 제3자가 이익을 얻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에 관하여 애초에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법률상 미치지 않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라면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현물출자자에 대하여 발행하는 신주에 대하여는 일반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1989. 3. 14. 선고 88누889 판결 참조). 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266조 등에 기하여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없는 상태에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질 경우 이 사건 규정이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2014.
1. 1. 법률 제12155호, 실효, 이하 ‘구 기촉법’이라 한다)에 따라 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되어 이루어지는 기업구조조정(이른바 워크아웃)은 채무조정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영정상화계획을 세워 기업을 회생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경영정상화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상태에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회생계획에 따른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준한다고 평가될 때에는, 발행되는 신주에 관하여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규정은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구 기촉법상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가 채무자회생법상 회생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준한다고 볼 것인지는, 유상증자가 경영정상화계획에서 미리 정해진 대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이루어졌는지, 이와 같은 유상증자가 기존주주의 의결권과 경영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협의회의 관리ㆍ감독 하에 이루어졌는지, 주주총회 결의나 자본감소 등을 통해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조치가 선행되었는지 및 관련 법령에서 정한 신주의 발행절차가 준수되고 신주발행가액이 객관적인 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기업구조조정의 전 과정을 전체적ㆍ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정회목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