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발명에 관한 기업의 의무를 강화한 발명진흥법 개정안 국회 통과
국회는 지난 2013. 6. 25. 직무발명에 관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내용이 있었지만 정부입법이 아닌 유승민 의원 발의로 개정되는 바람에 산업계의 주목을 크게 받지 않은 채 법률로 성립되었습니다. 이제 대통령이 관보에 공포하면 법률로 효력을 발생하게 되고, 그 부칙에서 정한 대로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2014년 1월 초순경)로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개정법은 기업에게 상당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그 시행일 이전, 즉 금년 이내에 서둘러 직무발명 관련 사규 및 업무체제를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가 될만한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설명드립니다.
1. 종업원의 직무발명을 실시할 권리(무상 통상실시권)에 관한 대원칙 수정
기업에 속한 종업원이 업무상 연구개발 성과로서 새로운 발명(직무발명)을 하면, 발명자인 직원이 특허 받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취득합니다. 사용자는 그 권리를 양도 받을 수 있고, 그 발명에 대해 실질적으로 기여한 직원은 발명자로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을 갖습니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아서 위 특허 받을 권리를 양수하지 않거나 또는 종업원이 연구성과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퇴사 후 특허 받는 등의 사정으로 타의로 양수하지 못한 경우에도 사용자는 항상 그 기술을 대가 지불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보장받습니다. (발명진흥법 제10조 제1항) 이것은 종업원에게 급여와 시설을 지원한 사용자에게 그 대가로서 최소한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개정법은 이와 같은 대원칙을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즉,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 이외의 사용자(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이고 자본금 또는 매출액이 80억 이상인 기업)는 ”종업원과의 협의를 거쳐 미리” 직무발명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근무규정을 두지 않으면 직무발명에 대한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습니다. (개정법 제10조 제1항 단서) 개정법 발의자료에 따르면, 기업에게 직무발명 승계 및 보상규정을 두지 않으면 무상의 통상실시권 박탈이라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제정, 운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핵심 메시지라고 합니다. 특히, 직무발명에 관한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을 등록 받기 전(“미리”)에 그와 같은 규정이 완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시행 시기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2. 직무발명 보상규정의 작성 및 변경에 관한 종업원의 협의권한 규정
직무발명 보상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개정법에서는, 사용자는 직무발명 “보상규정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종업원등과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사용자 단독으로 보상규정을 만들 수 없으며 종업원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개정법 제15조 제3항) 그 적용대상이 위 1.항과 달리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사용자라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물론 현행법에서도 법원이 직무발명보상금청구소송에서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졌는지 판단하는데 있어서 직무발명 보상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종업원과의 협의가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여부를 고려합니다. 개정법은 여기서 더 나아가 종업원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현행법과 개정법의 흐름을 감안하면, 종업원과 협의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작성된 직무발명 보상규정은 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직무발명 규정에 개정법이 규정한 종업원과의 협의절차 등 문제가 있었다면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개정 작업을 통하여 그 흠결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종업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의 특별요건
개정법은 “보상규정을 종업원 등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해당 계약 또는 규정의 적용을 받는 종업원 등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개정법 제15조 제3항 단서) 참고로, 직무발명보상금청구소송 판결에서 종업원에게 유리한 규정은 강행규정이라는 법원의 확고한 입장을 고려하면,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해석되고 이를 위반하여 개정된 보상규정은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것입니다. 한편, 적용대상 종업원의 범위 등은 앞으로 하위규정으로 정해질 것이지만, 그 과반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실무상 매우 번거로울 것입니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현행 직무발명 규정을 점검하고 필요한 개정작업을 완료하는 방안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면, 벤처창업 초기에 기술개발을 촉진하고자 직무발명 보상을 과도하게 약속하였으나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이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만 하는 경우라면 종업원 과반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법하에서 보상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4. 강화된 직무발명 보상규정에 관한 절차적 요건
사용자는 직무발명 보상형태, 보상액 결정 기준, 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보상규정을 작성하여 종업원에게 문서로 고지하여야 합니다. 보상규정에 보상액 지급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의무화하였습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경우에도 사용자는 종업원에게 보상규정에 따라 결정된 보상액 등 보상의 구체적 사항을 문서로 고지하여야 합니다. 즉, 종업원의 보상신청에 앞서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그 근거를 밝혀 보상절차를 진행하고, 그 모든 절차를 문서로서 하도록 요구합니다.
위와 같은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여 작성된 보상규정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을 하면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종업원이 회사에게 지급한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정당한 보상”에 미치지 못한다고 직무발명보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법원이 개입하여 추가로 보상금이 지급될 여지는 없어졌습니다.
5. 정당한 보상에 관한 현행법과 개정법 내용 비교
현행법에서는 직무발명 보상기준 제정 • 운영 등에 대한 종업원과의 협의 등 참여도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하였습니다. 2006년까지의 특허법에 따른 직무발명보상금제도가 퇴사한 종업원이 회사를 상대로 한 무차별적 소송을 야기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도입된 규정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도 법원은 여전히 기업의 직무발명 보상규정이 “합리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여 그렇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기업이 이미 지급한 보상금 이외에 추가로 정당한 보상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명할 수 있습니다. 즉, 구특허법보다는 법원의 재량권을 대폭 축소하였지만 여전히 직무발명 보상금 지급액수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법원이 갖는 구조입니다.
이에 반해, 개정법에서는 보상규정의 제 • 개정 및 운영에 대한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여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진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한 것으로 본다”라고 명쾌하게 규정하였습니다. (개정법 제15조 제6항) 즉, 법원이 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면”이라는 조건문구가 삭제함으로써, 법원이 심사할 여지를 제거하였습니다.
다만, 단서로서, “그 보상액이 직무발명에 의하여 사용자등이 얻을 이익과 그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등과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적용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용자는 출원보상 및 등록보상 이외에도 반드시 실적 보상제도를 두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실적보상액 산정 규정은 반드시 직무발명으로 발생한 회사의 이익액과 종업원의 공헌도를 기초로 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입니다. 이를 위반한 보상규정은 그 자체로 근본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예외적으로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입니다.
6. 직무발명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종업원의 참여권한 강화
사용자는 직무발명 심의위원회의 설치, 운영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종업원의 참여가 의무화되었습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회사측과 종업원측(법인의 임원 제외)을 대표하는 같은 수의 위원으로 직무발명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하고, 직무발명 규정의 제정, 변경 및 운영,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직무발명 해당여부 판단, 승계 및 보상금 등 거의 모든 중요사항을 심의해야 합니다. 특히, 직무발명 보상규정이나 보상액 등에 관한 이견이 있고, 종업원의 요구가 있으면 사용자는 60일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요구한 사항을 심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심의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회사측과 종업원측을 대표하는 같은 수의 위원을 미리 선임하여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심의위원회에는 직무발명 전문가인 자문위원이 1인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무규정도 있습니다. (개정법 제18조 제3항 후문) 자문위원을 외부 전문가로 할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하위규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될 것입니다. 심의위원회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그 당사자는 특허청에 구성된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7. 실무적 제안
가. 금년 말까지 직무발명 규정 제정 – 개정법은 대기업이 직무발명 규정을 작성 및 운영하지 않는다면 무상의 통상실시권 박탈이라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나. 금년 말까지 직무발명 규정 점검 및 개정 – 실적보상 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보상규정을 종업원에게 불리하게 개정하려면 종업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따라서, 금년 이내에 직무발명 규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필요한 개정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다. 직무발명 심의위원회 구성 – 미리 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해당 위원을 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라. 직무발명 규정 및 운영에 관한 전반적 컨설팅 – 법률에 위반된 규정은 효력이 없어 향후 보상금청구소송의 근거가 됩니다. 또한, 잘못된 규정을 개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 점검과 평가를 거치는 것이 분쟁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 가산종합법률사무소는 직무발명 분야에 대한 다년간의 실무경험 및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의 직무발명 보상규정 제개정 작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직무발명 관련 규정 및 운영에 금번 발명진흥법 개정 내용을 반영하는데 저희 자문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 성심껏 도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 정회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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