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08. 4.
25. 선고 2007가합645 판결
1.
사실관계
가. 00000 건물의 업종지정분양
주식회사 00산업(이하 ‘00산업’이라고 한다)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437-1 및 같은 동 416-64 지상에 00000 건물(이하 ‘00000’라고 한다)을 신축하여 아래와 같은 업종제한약정(이하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이라 한다)이 포함된 분양계약서를 사용하여 00000의 각 점포를 분양하면서, 업종의 지정을 원하는 수분양자들에게는 업종을 특정하여 분양하였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정업종을 지정하지 아니한 채 분양계약서의 업종란에 ‘임대’, ‘투자’라고 기재하여 분양하였다.
나. 이 사건 관련 점포들의 각 분양 및 이용현황
(1)
00000 000호
000은 2002. 12. 23. 00산업으로부터 업종을 ‘약국’으로 정하여 00000 000호(이하 ‘000호’라고 한다)를 분양받았다. 000은 00000이 완공된 후 약국 임차희망자가 나타나자 임대차계약 체결과 약국영업을 위해 00000 건물 현관 위에 설치된 캐노피의 철거를 시도하였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00000 000호, 000호에서 약국이 개업하는 바람에 임대차 계약 체결이 결렬되었다. 한편 000은 2004. 6.경부터 2005. 12.경까지 000호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영업하다가 2005. 7. 9.경 약사인 원고에게 000호를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월 차임 350만 원으로 정하여 임대하였고, 그 후 2005. 11. 12.경 00, 000에게 000호를 처분하였는바, 00, 000은 2005. 12. 16.경 원고와 사이에 위와 동일한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06. 1. 3.경부터 현재까지 000호에서 ‘00000 약국’이라는 상호로 약국 영업을 하고 있다.
(2)
00000 000호
000은 2003. 9. 30.경 00산업으로부터 업종을 ‘임대’로 정하여 00000 000호(이하 ‘000호’라고 한다)를 분양받은 후 00000운영위원회 이사회로부터 업종을 약국으로 변경하여도 좋다는 승인을 얻어 2004. 2. 18.경부터 000과 함께 000호에서 ‘00000 약국’ 이라는 상호로 약국 영업을 시작하였다.
(3)
00000 000호
피고 이00은 2004. 2. 10.경 00산업으로부터 업종을 ‘투자’로 정하여 00000 000호(이하 ‘000호’라고 한다)를 분양받았고, 그 후 2004. 2. 24. 위 이사회에 000호의 업종을 약국으로 변경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가 위 이사회로부터 업종의 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04. 3. 2.경부터 000호에서 ‘000 약국’이라는 상호로 약국 영업을 하여 왔다.
(4)
00000 000호
이미자는 2003. 6. 20. 00산업으로부터 업종을 ‘임대(피부비뇨기과)’로 정하여 00000
000호(이하 ‘000호’라고 한다)를 분양받아 2005. 2. 14.경 이를 피고 류00에게 매도하였다. 그 후 피고 류00은 2005. 3. 21.경 위 이사회에 000호의 업종을 약국으로 변경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가 위 이사회로부터 업종의 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05. 4. 12.경부터 000호에서 ‘00 약국’이라는 상호로 약국 영업을 하여 왔다.
2.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고들의 약정위반
일반적으로 건축회사 등이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후에 점포에 관한 수분양자 또는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008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업종을 병원(피부비뇨기과)으로 정한 000호의 수분양자로부터 이를 양수한 피고 류00이나 업종을 지정하지 않은 채 000호를 분양받은 피고 이00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00000의 다른 점포 소유자 및 임차인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이 사건 분양계약에서 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000이 지정받은 약국과 동종의 영업을 하려고 할 때에는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에 따라 분양자인 00산업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할 것인데도(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의 취지에 비추어 00산업도 이미 업종을 지정받은 수분양자와 협의 없이 다른 수분양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동종업종을 개점하도록 승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무단으로 000호 및 000호에서 각 약국 영업을 함으로써 000호를 임차하여 약국을 영업하고 있는 원고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그로 인해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독점적 약국영업권 상실
피고들은, 000호 수분양자인 000이 000호를 수년간 아이스크림 가게로 운영하였고, 000이나 피고들의 약국개업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나 항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수분양자가 임의대로 업종을 변경하였을 경우에는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한 이 사건 분양계약(갑 제1호증의 1) 제3조 제1항의 규정은 수분양자가 임의로 업종을 변경하여 영업한 경우에는 지정업종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을 상실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000은 독점적 약국영업권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000호의 수분양자인 000이 독점적 약국영업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분양계약 제3조 제1항은 그 문언 내용 등에 비추어 00산업과 수분양자 사이에서 수분양자가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한 경우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을 뿐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초의 지정업종에 대한 영업권까지 상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피고들은 또한, 000호 수분양자인 000은 피고들이 약국영업을 시작할 당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였는데 그 후 이를 임차한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독점적 약국 영업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000이 피고들의 약국영업을 허락하였다거나 묵인 내지 방치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오히려 피고들이 00000운영위원회 이사회에 약국으로 업종변경승인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했음에도 약국 영업을 강행한 점, 원고는 독점적인 약국영업권을 가지고 있는 000 또는 그 양수인으로부터 약국영업을 위하여 000호를 임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하여 이 사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피고 이00의 약국영업
피고 이00은 특정업종을 지정하지 않고 분양계약서의 ‘업종란’에 ‘투자’로 기재하여 000호를 분양받았으므로 업종제한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00산업으로부터 약국개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듣고 분양받았으므로 업종제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분양계약 제3조 제3항은 업종을 지정하지 않은 수분양자는 업종에 대해 분양자와 협의를 거쳐 분양자의 허락을 얻은 후 개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분양자가 위와 같이 업종란에 ‘투자’로 기재하여 분양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업종제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피고 이00이 000호에 대하여 00산업으로부터 약국 영업의 허락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이00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피고들의 고의, 과실
피고들은 자신들의 약국영업이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 과실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업종제한약정위반의 고의는 피고들이 약국 영업행위를 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으로도 족하며 해당 영업행위가 위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함으로써 원고의 독점적 약국영업권이 침해되고 영업손실이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위자료로서, 피고 류00은 150,000,000원, 피고 이00은 100,000,000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05. 9. 23.경 피고들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5가합15599호로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에 기하여 피고들의 약국영업 금지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6.
11. 9. 승소판결을 받았고, 피고들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위 판결은 2007. 12. 13. 확정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08. 3. 3.경 같은 법원 2008타기176호로 피고들의 약국영업 금지를 위한 간접강제 결정을 받았는바, 피고들은 그 무렵에 이르러 비로소 000호, 000호에서의 약국 영업을 중단하였다.
(나) 원고가 운영하는 00000 약국은 2006년을 기준으로 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으로
43,569,170원을 지급받았는바, 위 약국의 2006년도 총 매출은 178,368,031원, 이 중 매입비용 등을 제외한 매출이익은 44,663,309원, 판매비 등 각종 비용지출이 77,338,724원, 이를 고려한 당기순손실은 32,394,767원이다.
(다) 피고들이 영업하는 약국의 매출은 주로 00000에 위치한 7개의 병원 환자들의 처방약과 관련된 것인데, 2006년을 기준으로 피고 류00이 운영하는 00 약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으로
273,931,720원을, 피고 이00이 운영하는 000약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으로
145,075,440원을 각 지급받았다
(2)
판단
(가) 피고들이 000호, 000호에서 이 사건 업종제한약정에 위반하여 약국을 운영함으로써 00000 내에 약국이 4곳에 이르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병원처방약 및 일반의약품의 매출이 상당부분 감소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추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고들이 먼저 약국영업을 시작한 후에 원고가 약국영업을 시작함으로써 피고들의 업종제한약정 위반에 따른 원고의 매출감소액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 ② 원고의
2006년도,
2007년도 영업손실액 전액을 피고들의 업종제한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③ 피고들의 약국이 없을 경우 00000에 있는 7개의 병원에서 처방전을 발급받은 사람들로서는 000호 00000 약국이나 인근 건물의 다른 약국들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피고들 약국의 매출 중 원고의 매출손실액 해당부분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④ 원고의
2006년도 매출은 178,368,031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지급액의 4.09배(178,368,031원 / 43,569,170원)에 이르는바, 약국은 그 위치나 주된 영업대상에 따라 매출액 중 병원처방약 판매 비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지급액 비중이 차이가 있어, 원고의 매출구조에 따라 피고들의 매출구조나 매출액을 추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점, ⑤ 약국의 경우 영업방침에 따라 제품가격이나 마진율(매출액 중 매출이익의 비율)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제반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도 매출액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은 대단히 곤란하여 이를 확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원고가 그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다면 이는 심히 불공평한 결과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을 빌어 피고들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으로써 원고의 손해를 전보하게 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① 2006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 지급액이 피고 류00은 273,931,720원, 피고 이00은 145,075,440원에 이르는바, 원고의 매출이익률(매출이익 / 매출액 = 44,663,309 /
178,368,031 = 25.04%)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피고들의 위 요양급여 지급액에 따른 매출이익액이 피고 류00은 68,592,502원(273,931,720원 x 25.04%), 피고 이00은 36,326,890원(145,075,440원 x 25.04%) 정도로 추산되는 점, ② 피고들 약국의 실제 매출액은 위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 지급액을 상당히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바(원고의 경우는 실제 매출액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 지급액의 4.09배임), 이를 고려하면 피고들의 실제 매출이익액은 위 ①항에서 추산한 금액을 상당히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들은 원고가 약국영업을 개시한 후 2008년 초까지 2년 넘게 약국영업을 계속한 점, ④ 다만,
00000에는
000호에 00000 약국이 있다는 점에서 피고들의 위 매출이익액 중 일부만이 원고의 매출손실로 평가될 수 있는 점, ⑤ 원고는 피고들의 약국영업에 따른 영업손실을 감안하여 000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조건(보증금 1억, 월차임 350만원)으로 임차하고 있는 점, ⑥ 원고가 피고들의 약국영업과 관련하여 2005. 9.경부터 2008. 3.경까지 사이에 걸쳐 영업금지 청구 등 소송을 진행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 류00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30,000,000원, 피고 이00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2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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