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채무는 개별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납세의무자, 과세물건, 과세표준, 세율의 네 가지 요소)이 충족되면 당연히 성립하며,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나 납세의무자의 신고 등의 행위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과세요건 충족사실을 인식할 필요도 없습니다. 과세요건의 충족에 의하여 성립하는 조세채무를 구체적으로 확정된 상태의 조세채무와 대비하여 강학상 추상적 조세채무(납세의무)라고 합니다. 당해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의 판단을 과세처분 시의 법령이 아니라 납세의무 성립 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행정소송에서 처분 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는 다른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세채무의 성립시기에 관하여는 국세기본법 제21조과 지방세기본법 제34조 등에서 각 세목별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와 같은 기간과세 세목에 있어서는 과세기간이 종료하는 때, 상속세는 상속을 개시하는 때, 취득세는 과세물건을 취득하는 때가 각 납세의무의 성립시기이며, 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가 성립시기가 됩니다.
추상적으로 성립한 조세채무에 관하여 과세주체인 국가 등이 그 이행을 청구하고 납세의무자가 이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조세채무의 내용(과세표준과 세액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필요로 하는데, 위 확인절차를 조세채무의 확정이라 합니다. 조세채무의 확정은 성립된 조세채무의 납부 및 징수절차에 나아가기 위한 절차법적 개념으로서, 강학상 구체적 조세채무라고 합니다. 조세채무의 확정절차에 있어 1차적 확인권한이 납세의무자 또는 과세권자에게 있느냐에 따라 신고납세방식과 부과과세방식으로 나뉘고, 일정한 경우에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이 조세채무의 성립과 동시에 확정되는 자동확정방식이 있습니다.
신고납세방식은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함으로써 조세채무가 확정되는 방식이지만, 신고가 없거나 신고내용에 오류나 탈루가 있어 과세권자가 결정(또는 경정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그 결정하는 때에 확정됩니다(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0조의2 제1호, 제2호). 신고납세방식의 경우에도 보충적으로 부과과세방식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세목으로는, 국세는 법인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이 있고, 지방세는 취득세, 등록면허세, 담배소비세 등이 있고, 종합부동산세는 선택적 신고납세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부과과세방식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과처분에 의하여 확정되는 방식으로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때에 조세채무가 확정되나, 그 확정의 효력은 납세의무자에게 그 결정이 고지된 때(통상 납세고지서가 송달된 때)에 발생합니다. 현행 세법상 이 방식을 채택한 세목으로는, 국세는 상속세, 증여세, 부당이득세, 재평가세 등이 있고, 지방세는 재산세 등이 있습니다.
자동확정방식은 조세채무의 확정을 위한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이 성립과 동시에 확정되는 방식이고,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세목으로는, 국세는 인지세, 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및 법인세, 납세조합이 징수하는 소득세 등이 있고(국세기본법 제22조 제2항), 지방세는 특별징수하는 지방소득세(지방세기본법 제35조 제2항)가 있습니다. 실무상 자주 문제되는 것이 과세관청의 소득처분 및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른 법인의 원천징수 소득세인데, 종래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던 판례 하에서는 징수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징수절차상의 하자가 아닌 과세요건인 원천징수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방법을 취해왔고, 판례도 예외적으로 이를 인정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함에 따라 현재는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있게 되었습니다.
확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 또는 과세관청의 결정(부과처분)에 의하여 조세채무의 확정이 있게 되면,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가 납부한 세액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을 갖게 되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자력집행권에 의하여 강제징수절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금의 부과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 성립 시의 유효한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야 하고, 납세의무는 각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이 완성한 때에 성립하므로 당해 조세사건에 적용되는 법령을 정하기 위해서는 그 납세의무의 성립시기가 언제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조세법규의 경우 다른 법령에 비하여 그 개정이 상당히 잦은 편이고, 세법의 개정이 있는 경우 개정 전·후의 법령 중 납세의무 성립 당시의 법령을 적용하여야 하므로, 조세사건을 파악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령을 확정하여야 하고, 더불어 그에 관한 경과조치인 부칙 규정에도 유의하여야 합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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