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목요일

[특허 분쟁] 대학의 특허 수입에 대한 최근 판결(CMU vs Marvell)

정회목 변호사 소송

얼마 전 미국에서 대학이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승소하여 1조2천억원의 손해배상 평결을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대학이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승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대규모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건입니다. 현재 1심 배심원 평결만 났을 뿐이고, 항소심에서 결과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대학특허 사건이라는 점에서 위 사건의 경위 등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드립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원칙적으로 거의 모든 소송자료를 PACER (Public Access Court E-Record) 시스템을 통해 공개합니다. 유료이고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누구나 미국법원의 판결문, 결정문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제출한 소장, 답변서, Brief, 증거 등을 입수하여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위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 대학 특허소송 기록도 마찬가지로 쉽게 입수할 수 있습니다.

1. 사건의 개요

   특허권자인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대학(CMU)은 컴퓨터공학 분야에서는 MIT, 스탠포드와 함께 미국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대학으로 미국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 있습니다. 특허소송의 상대방인 Marvell Technology Group, Ltd.와 Marvell Semiconductor, Inc.(이하 Marvell이라고 함)은 컴퓨터 하드디스크(HDD) 등의 저장장치와 통신 제품을 위한 SOC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고, 2011년 및 2012년 매출은 약 30억달러 정도입니다. 특허소송의 대상인 CMU의 두 특허는 CMU의 전기컴퓨터공학과의 Jose Moura 교수와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Alek Kavcic이 발명한 것으로, CMU에 양도되어 2001년과 2002년에 미국에서 제6,201,839호(이하 ‘839 특허’라 함) 및 제6,438,180호(이하 ‘180 특허’라 함)로 각 특허 등록되었습니다. 특허내용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탐지하는 과정에서 잡음 등 원치 않는 신호를 제거하여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2. 특허소송 경과

   CMU는 2009. 3. 6. Marvell이 839 특허 및 180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Pennsylvania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하였습니다. Marvell은 839 특허 및 180 특허에 대하여 무효 주장 및 비침해 주장을 하였고, 양 당사자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하였습니다. 법원이 2010. 10. 10. 특허청구범위를 해석하는 Markman 결정을 한 후, 이를 바탕으로 무효 및 침해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배심재판(jury trial)이 2012. 11. 28.부터 12. 26.까지 4주 동안 장기간에 걸쳐 열렸습니다. 그 결과, 2012. 12. 26. 있었던 배심원 평결(jury verdict)은 해당 특허들은 무효가 아니며, Marvell의 제품이 839 특허의 일부 청구항 및 180 특허의 일부 청구항을 직접적 문언침해(direct literal infringement)하였고, 나아가 유도침해(induced infringement)도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Marvell이 위 특허들을 침해하여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약 23억개의 SOC 칩을 웨스턴 디지털사와 같은 하드디스크 제조업체에 판매하였다는 사실과 reasonable royalty로 제품 개당 0.5달러인 사실 등을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특허침해에 대한 책임으로서 Marvell은 CMU에게 미화 1,169,140,271달러(약 11억달러)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평결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의 해당 사건 재판장은 2013. 1. 14. 이와 같은 배심원 평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서, CMU는 2013. 2. 11. Marvell의 고의 침해책임을 주장하면서 앞서 결정된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증액해달라는 신청, 침해가 시작된 2003. 3.부터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인정한 2013. 1. 14.까지 기간동안의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이자 3억2천2백만 달러($322 million)를 지급하라는 신청, 나아가 약 1천8백3십만달러($18.3 million)에 이르는 CMU의 변호사 비용을 패소자 Marvel에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신청 등을 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CMU의 주장이 모두 인정된다면 특허침해자 Marvel로서는 3조원을 넘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기업도 아닌 대학에서 특허소송비용으로 1심에만 약 2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였다는 내용도 매우 놀라운 것 같습니다. 만약 패소하였다면 대학으로서는 엄청난 재정 부담일 것인데, 어떻게 그와 같은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3. 맺는 말

   대학보유 특허에 대해 11억달러(약 1조2천억원)를 초과하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사건입니다. 항소심 등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학보유 특허권으로 거둔 기념비적 판결로 생각됩니다. 대학특허의 라이선스나 기술이전과는 다른 경로로 적극적인 특허소송을 통한 대규모 수익창출이라는 수익모델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한편으로는 기업들로 하여금 대학보유 특허의 라이선스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린 사례로 보입니다. 끝.


정회목 변호사

정회목 변호사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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