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허권 침해로 생산판매 금지명령을 받은
경우에 침해자가 회피설계를 시도할 때에 주의할 특허권자의 공격 – Tivo v. Echostar 사건을
중심으로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배심원 평결이 있었고 곧 판결도 있을 예정입니다. 판매금지소송의
결과도 올 연말 이후에는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의 판매금지명령으로 회피설계를 하여 제품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에 참고가 될만한 판결이 있어 소개 드립니다. 지난
2011. 4. 20. Tivo Inc. v. Echostar Corp. (Fed. Cir. 2011)(en banc) 판결(이하 ‘Tivo 판결’)로
미국 CAFC(항소법원)는 특허권 침해로 이미 생산 판매
금지명령을 받은 제품을 회피 설계한 변경제품에 대해서 금지명령에 대한 법정모독(contempt of court)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특허권자가 금지명령을 재차 위반한
침해자에게 법정모독 재판을 통해 강제하려는 경우에 그 절차의 시작은 간편해졌으나 인용은 좀 더 어려워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Tivo
판결의 분쟁 경과
가. 2004. 1. 티보의 소제기, 2006. 8. 텍사스법원 및 2008. 1. 항소법원의 판결
DVR(Digital Video
Recorder) 제조회사인
티보는 생방송을 정지하거나 뒤로 돌려볼 수 있는 타임워프(time-warp)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에코스타에 대해 손해배상과 제조 및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텍사스 연방 지방법원은 에코스타의 HW/SW 침해를 모두 인정하여 약 74 million 달러의 손해배상과
함께 제조 및 판매금지 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그러나 CAFC는
에코스타의 금지명령 집행정지 항고에서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금지명령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단시켰습니다. 이어 CAFC는 에코스타의 항소 사건에서 HW 부분은 침해가 아니나 SW 부분은 침해라고 일부 파기환송을 하였습니다.
나. 지방법원의 법정모독 판결과 2010. 3. CAFC의 판결
위 CAFC의
재판 중에 에코스타는 침해 DVR 소프트웨어를 회피하는 설계(design
around, 8,000man-hours+70만달러 비용)를 마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각
서비스 가입자의 DVR에 인스톨하였습니다. 그러나 티보는
회피 디자인한 소프트웨어도 명목상 차이(colorable difference)만이 있으므로 금지명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법정모독 재판을 신청하였습니다.
지방법원은 ‘KSM 판결’의 2단계 테스트 법리에 따라, 먼저 법정모독
절차와 별도의 침해금지소송절차 중에 어떤 것이 유효적절한지를 변경제품과 침해제품을 비교하여 명목상 차이 이상의 존재 여부로 결정하고, 다음으로 법정모독절차가 적절하다면 변경제품이 여전히 특허를 침해하는 지를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지방법원은 이 사건에서 계속된 침해로 손해배상은 약 110
million 달러로 증가시켰고, 법정모독에 의한 제재(sanction)로 약 90 million 달러를 추가로 부과하였습니다. 에코스타는 이에 대해서 항소하였으나, CAFC는 지방법원의 판결을
지지하였습니다.
다. 2011. 4. CAFC (en banc) 판결(Tivo 판결)
에코스타는 위 항소판결에 재항소(petition for rehearing en banc) 하였고 CAFC는
이를 받아들여 전원합의체로 회부하였습니다. Tivo 판결에서 기존 손해배상, 법정모독 및 그 제재는 지지하였으나 KSM 테스트 변경
등으로 일부파기환송되었습니다.
2.
법정모독절차에서 명목상
차이 테스트(colorable difference test)의 변경
일반적으로 법정모독 절차는 침해금지 명령의 위반에 대한
유효적절한 법적 재재 수단이나 침해자의 변경제품이 침해제품과 상당히 다르다면 특허권자는 새로운 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CAFC는 위 2011. 4. Tivo 판결에서 KSM 판결에 따른 명목상 차이 테스트의 법리를 폐기하고 이러한 경우에 사용할 다음과 같은 새로운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
가. 법정모독절차의 적절성에 대한 임계 테스트(threshold
inquiry)의 제거
법정모독절차의 개시 여부에 대한 명목상 차이 테스트를
제거하고, 법원은 특허권자가 제출한 사실을 바탕으로 법원의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법원은 절차개시를 요구하는 특허권자가 법정모독을 구성하는 사실에 기반한 고발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지방법원의 절차개시 결정은 별도로 항고할 수 없습니다.
나. 명목상 차이 테스트의 판단 방법 및 적용 대상 변경
명목상 차이 이상을 요구하는 기준(more than colorable difference standard)을 법정모독절차의 개시 요건에서 법정모독을
입증하기 위한 실질적인 요건, 즉 금지명령에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KSM 판결에서 위 테스트는 변경제품의 특징이 특허청구범위를
직접 침해하는지 여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러나 Tivo 판결에서는
변경제품이 원침해제품의 침해부분과 같은 부분에서 그 차이가 상당하여 침해행위의 불법성에 대해서 공정한 근거를 통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즉, Tivo 판결에서는
법원이 원침해제품의 특징을 변경제품의 특징과 비교하여 변경이 상당(significant)하다면 법정모독
절차는 부적절하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다만, Tivo 판결의
새로운 기준에서는 특허권자가 비교적 높은 증명 수준인 명백하고 확실한 증명(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으로 변경된 제품에 명목상 차이만(no more than
colorably different)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 변경제품의 특허침해여부 판단
위 테스트의 결과, 변경이
상당하지 않아 명목상 차이만이 존재한다면, 법원은 변경제품이 특허권자의 특허청구범위를 여전히 침해하는지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특허권자가 명백하고 확실한 증명으로 이를 입증한 경우에만 법정모독이 성립합니다. 다만, 법정모독이 성립한 경우에도 신의성실한(good faith) 디자인 회피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법정모독의 제재 수위를 줄일 수 있습니다.
3.
회피 설계의 경우에
대한 시사점
일반적으로 타인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제조한 침해자가
법원의 금지명령을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1) 침해제품을 모두 회수하여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2) 특허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 (3) 특허권자의
특허에 대한 회피 설계(design around)를 하는 것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침해자가 회피 디자인을 한 경우에 특허권자는 (1) 법정모독절차를
이용하는 방법과 (2) 새로운 특허금지 재판을 신청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판결로써 회피 설계 방법을 선택한 침해자에게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으나 그에 대응하는 특허권자에게는
경제적이고 신속한 방법인 법정모독절차에서 입증의 부담도 증가하였습니다.
변경의 구성 성분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알려진 선행기술로부터
채택하거나 조합할 것이 용이하거나 명백한 경우에는 변경의 상당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피 디자인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용이한 변경이라면 특허권자의 재침해 주장을 방어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회피 디자인을 하려는
침해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회피 디자인이 특허의 진보성과 유사한 위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특허권자도 변경제품에 의한 침해여부의 관점이 아니라 변경제품과
원침해제품의 비교 관점에서 원침해부분과 그 변경부분의 차이가 상당하지 않음을 명확하고 확실한 증거로 입증하여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특허권자에게 입증의 부담이 더하여져 회피 설계를 한 당사자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판례가 변경된
것으로 보입니다.
4. 금지판결 또는 가처분명령
위반시의 국내의 절차
티보와 에코스타 사건과 같이 침해판결이
난 후에 침해자가 회피 디자인을 하였지만 특허권자가 변경제품도 특허침해라고 제소하는 경우에 국내 실무에서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영미법
상의 법정모독 절차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침해금지 소송 또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변경부분이 기존 부분과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보다는 변경부분이 여전히 특허권자의 특허청구범위를
포함하는지에 대해서 바로 심리하게 됩니다. 물론 이전에 침해가 이미 인정된 사안이므로 심리는 보다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끝.
변호사 정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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