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2021. 7. 2. 선고 2020나1612 직무발명보상금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회사에 근무하다가 1997년 무렵 ‘세탁기용 필터’에 관한 직무발명을 발명, 승계하고 1998년 무렵 퇴사하였다. 원고는 2015년 무렵 피고 회사 근로자를 대리인으로 하여 피고에게 직무발명보상금의 지급을 구하였고, 피고는 개정된 직무발명보상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산정해 원고에게 통보한 다음 원고가 보상의 범위, 액수에 이의하였음에도 같은 액수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이를 지급받은 다음날 나머지 보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고는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발명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은 피고에 고용된 원고가 그 직무에 관하여 한 발명으로서 성질상 피고의 업무 범위에 속하며, 원고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을 발명하게 된 행위는 당시 원고의 직무에 속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권리를 승계한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으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을 실시함에 따른 보상금(이하 ‘실시보상금’) 중 일부금을 그 정당한 범위에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위 승계 당시 시행 중이던 피고의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에는 ‘등록된 특허가 회사(피고)의 제품에 적용되어 그 실시결과가 회사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하였을 경우, 그 공헌도에 따라 지적재산부서 평가 및 직무발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대표이사의 재가를 받아 실시보상금을 지급한다.’라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었다(이하 ‘95 실시보상규정’).
무릇 직무발명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권리를 종업원으로부터 승계한 시점으로 봐야 할 것이나, 회사의 근무규칙 등에 직무발명보상금의 지급시기를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보상금청구권의 행사에 법률상의 장애가 있으므로 근무규칙 등에 정하여진 지급시기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75178 판결 참조).
95
실시보상규정에 따르면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앞서 본 해당 특허들이 피고의 제품에 적용되어 그 실시결과가 피고의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지적재산부서 평가 및 직무발명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급되도록 정해져 있었다고 할 것이고, 이처럼 95 실시보상규정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의 지급시기를 ‘해당 특허들이 피고의 제품에 적용되어 그 실시결과가 피고의 경영에 현저하게 공헌한 것으로 인정되는’ 시점으로 정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의 행사에는 95 실시보상규정에 따른 위 실시결과에 대한 평가 등이 이루어질 때까지 법률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2001. 1. 1.부터 시행된 피고의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에서는 95 실시보상규정이 삭제되었고 달리 실시보상금의 지급시기에 관한 아무런 정함이 없다. 이러한 사정에다 아래의 점들까지 보태어 보면, 적어도 위 2001. 1. 1.에 이르러서는 원고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의 행사에 관한 위에서 살펴본 법률상의 장애가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에서 실시보상금의 지급시기뿐만 아니라 지급절차 등에 관하여도 아무런 정함이 없기는 하나, 이는 당시 피고의 근무규칙 등에 실시보상금의 지급시기 및 지급절차에 관한 특별한 정함이 없었다는 점을 의미할 뿐이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직무발명보상금청구권이라는 법정채권의 행사에 어떠한 법률상의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이와 달리 본다면, 일반적으로 근무규칙 등에 지급시기 및 지급절차 등에 관한 정함이 있기 전에는 위 법정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지극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2001. 1. 1.이 원고의 위 보상금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의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시효기간이 지난 시점에 제기되었음이 명백하다.
다. 원고는,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부터 2013년 직무발명 보상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무발명 보상규정(지침)은 직무발명보상금의 산정․지급을 위한 절차로 위원회 심의 또는 대표이사 재가를 규정하고 있고, 이는 보상금의 지급시기를 정한 것으로서 보상금청구권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의 2016. 10. 7.자 통지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산정의 등급을 알기 전까지는 그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의 이유로 이는 이유 없다. ①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에 포함되었던 직무발명심의위원회 심의에 관한 규정이 그 이후의 규정(지침)에서는 삭제되었고,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과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에 포함되었던 대표이사의 재가에 관한 규정도 그 이후의 규정(지침)에서 삭제되었다. ②
더욱이 원고가 지적하는 사유 즉 위원회 심의 또는 대표이사 재가라는 절차는 직무발명보상금 지급신청이 있을 경우 거치게 되는 피고의 내부절차에 불과하다. ③
만약 위원회 심의 또는 대표이사 재가라는 내부절차가 마쳐져야 한다는 사정이 보상금청구권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위와 같은 내부절차가 마쳐지기 전에는 직무발명보상금청구권이라는 법정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지극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라. 무릇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한 때에는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그 채무 전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358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보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후인 2016. 12. 20. 원고에게 지급한 제1, 3, 4, 8, 9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 5,800만 원이 이 사건 각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 중 일부금이라고 하더라도, 위 보상금 지급을 전후한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지급일 당시 위 금액을 넘어서는 보상금지급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면서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원고는 소멸시효 완성 후 피고에게 전체 10건의 이 사건 각 직무발명 중 6건에 대한 실시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하였다. 피고가 당시 나머지 4건에 대해서까지 보상금 지급을 검토하였다거나 그 보상금지급채무의 존재나 액수까지 인식하면서 보상금 지급절차에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피고는 일부 직무발명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겠다고 통지하였다. 더욱이 원고가 보상금액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정까지 하였다. 원고의 보상금액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정까지 한 피고를 두고서, 5건의 제1, 3, 4, 8, 9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 액수를 다투지 아니하는 의사를 가지고서 위 보상금 지급에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③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보상금을 지급받은 그 다음날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로서도 피고가 위 금액을 넘어서는 보상금지급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면서 그 액수에 관하여 다툴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위 보상금 지급에 이른 것으로 여기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효이익 포기 재항변은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