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도13926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1. 판결의 요지
초등학교 담임교사인 피고인이 수업 중 학생들로 하여금 교실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하는 활동을 하도록 하였는데, 같은 반 학생인 피해아동이 율동에 참여하지 않고 급식실로 이동하자는 피고인의 말에 따르지 않자,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야 일어나”라고 말하면서 피해아동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하는 등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대화나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하여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➀ 이 사건 조치는 피해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해당하고, ➁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과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태양이나 정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가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➂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 비추어 구두 지시 등 신체적 접촉을 배제한 수단만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이므로, 교육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조치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교육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교사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행위가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교사의 아동인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된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1)
아동복지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입법 목적을 밝히면서, 제2조 제3항에서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기본이념을 밝히고 있다. 한편, 제3조 제7호에서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제17조 제3호에서 ‘누구든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아동복지법의 입법 목적, 기본이념 및 관련 조항들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신체적 학대행위란 ‘신체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신체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신체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
2)
아동인 학생에 대하여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행한 행동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학대행위에 해당 하는지 문제되는 경우, 아동복지법과 교육관계 법령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제2조),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제9조 제3항). 학생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며,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 및 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제12조 제1항, 제2항). 한편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4항). 이러한 법령의 내용을 종합하면, 교사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행위는 학생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등으로 학생의 복지에 기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교사가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하였더라도, 그 행위가 법령에 따른 교육의 범위 내에 있다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교사가 교육상 필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지도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구 초·중등교육법(2021. 3. 23. 법률 제179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8조 제1항 본문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그 위임에 따른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2023. 6. 27. 대통령령 제335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 제8항은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였으므로, 교사가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지도하는 행위는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법령과 학칙이 구체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모든 경우에 걸쳐 망라하여 규정할 수 없고, 고정된 규정만으로 다양한 실제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교육기본법 제14조 제1항,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므로(구 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2항), 교사는 지도행위에 관하여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교사의 아동인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가 법령과 학칙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여전히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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