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6728 업무상횡령
1. 판결의 요지
건설 관련 컨설팅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운영자인 피고인이 피해회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건물 신축사업을 위해 피해회사 명의 계좌를 관리하던 중 계좌에 있던 돈을 피고인 측 계좌로 이체한 다음 피고인 측 회사 직원 급여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①
주위적으로는 계좌 이체로 인한 업무상횡령으로, ②
예비적으로는 계좌 이체 후 임의 사용으로 인한 업무상횡령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는 한편, 위 신축사업은 피해회사와 피고인 측 회사의 공동사업 형태로서 피해회사 명의 계좌에 있던 돈은 공동사업자금이고 공동사업자금의 성격을 갖는 돈을 공동사업과 관련 없는 용도에 사용한 이상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며 피해회사가 공동사업과 관련 없는 자금 집행까지 허락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위 신축사업은 피고인 측 회사와 피해회사의 공동사업이고 피해회사 명의 계좌에 있던 돈은 공동사업자금에 해당하는데, 피고인은 지주공동사업계약에서 정한 피고인 측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면서 피해회사 명의 계좌를 관리하였고 피해회사는 피고인에게 신축사업 자금 집행과 관련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하였으며, 피고인이 피해회사에 자금집행 내역을 보고할 의무는 없었던 점, ②
피해회사는 위 공동사업자금이 공동 주체인 피고인 측 회사의 사무실 운영비, 직원 급여 등 경비 지출의 목적으로 사용될 것임을 예정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③
피해회사 명의 계좌로 입금한 돈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는 신축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신축사업의 공동 주체인 피고인 측 회사의 사무실 운영비, 직원 급여 등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④
피고인 측 계좌로 이체된 돈 중 일부를 피고인 측 회사의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가볍게 배척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회사 명의 계좌에서 피고인 측 계좌로 이체하여 그중 일부를 신축사업의 공동주체인 피고인 측 회사 직원 급여 등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축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공동사업자금에서 지출하도록 정하고 있는 용도의 범위 안에 있다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범의 유무를 따져보고 피고인이 이체한 돈을 용도에 반하여 사용하였는지 충분히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의 의미 및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처분한 경우 불법영득의사의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반환 거부를 포함한다)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다만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겠지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할 때에는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그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그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4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