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도4431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위반등
1. 판결의 요지
거주자인 피고인 甲이 대만인 A로부터 가상자산을 공급받아 이를 매도하고 받은 현금을 비거주자인 피고인 丙, 丁, 戊에게 지급한 사안에서, 피고인 甲과 그 직원인 피고인 乙이 공모하여 신고하지 아니하고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하였다는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및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등록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ㆍ추심 및 수령 등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였다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 甲이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계속ㆍ반복적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한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피고인에 대한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 乙은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위 피고인에 대한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만인인 A가 한국인인 피고인 甲에게 가상자산을 이전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 甲이 그 대가로 대만인인 피고인 丙 등에게 내국통화인 원화를 지급한 행위는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6호 마목,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6조 제4호가 정한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ㆍ추심 및 수령에 딸린 업무’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인들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피고인 甲은 중앙화된 가상자산거래소 밖에서 가상자산의 매도ㆍ매수를 원하는 불특정 다수인 고객들을 위하여 거래 상대방이 되어 주고 그 대가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고, 위 피고인이 한 가상자산거래는 자금세탁이나 공중협박자금조달에 이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 등을 들어 위 피고인은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고, ②
피고인 乙이 피고인 甲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범행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살펴보지 않은 채 해당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부분의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으며, ③
피고인 甲은 비거주자인 A의 요청에 따라 국내에서 A의 사자 또는 대리인에게 가상자산의 매매대금을 원화로 교부하였고, 이에 따라 A는 외국에서 보유하던 자금으로 국내에서 지급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 甲이 취급한 사무는 외국은행으로부터 지급지시를 받아 외국의 자금으로 국내 수취인에게 원화를 지급하는 외국환은행의 타발송금(他發送金) 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인 甲, 乙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여 해당 부분의 상고를 기각한 반면, ④
피고인 丙, 丁, 戊의 경우, ㉮ 가상자산 매매 당사자가 그 매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수령하는 행위 자체는 설령 그 당사자 중 일방이 외국인이나 비거주자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외국환은행이 취급하는 ‘나목의 외국환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A나 그 지시를 받은 피고인 丙, 丁, 戊가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 A나 그 조직에 속한 자들이 한국에서 외국으로 또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송금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송금하여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키는 이른바 ‘환치기’나 그 밖에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조직이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하였음을 전제로 A와 피고인 甲 사이의 가상자산 매매나 그 매매대금의 수수를 위와 같은 나목의 외국환업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고 밀접하게 관련된 부대업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며, ㉰ A는 피고인 甲이 취급한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이용한 고객 또는 이용자의 지위에 있고, 피고인 丙, 丁, 戊는 A의 지시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를 받았을 뿐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위 피고인들을 피고인 甲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부분의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7조 제1항에서 정한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자’의 의미(= 가상자산거래 영업에 따른 권리의무의 실질적 귀속주체가 되는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되어 2023. 7. 18. 법률 제195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특정금융정보법’이라고 한다)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이나 공중협박자금조달의 위험을 고려하여,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금융회사 등과 마찬가지로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되, 이러한 조치의무를 부담하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를 분명히 하여 가상자산거래와 관련된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 방지 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고제를 도입하고, 제7조 제1항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두었다(제17조 제1항). 여기서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자’는 가상자산거래 영업에 따른 권리의무의 실질적 귀속주체가 되는 가상자산사업자를 의미한다.
구 특정금융정보법 제17조 제1항, 제7조 제1항이 정한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한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같은 법 제2조 제1호 (하)목 1)부터 6)에 규정된 가상자산 관련 거래를 계속ㆍ반복하는 자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상자산사업자를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자금조달 방지 체계 내로 편입한 구 특정금융정보법의 개정 취지와 함께 가상자산 관련 거래의 목적, 종류, 규모, 횟수, 기간, 양태 등 개별사안에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자기의 계산으로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서만 가상자산의 매매나 교환을 계속ㆍ반복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일반적인 이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상자산사업자로 보기 어렵지만, 불특정 다수인 고객이나 이용자의 편익을 위하여 가상자산거래를 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를 계속ㆍ반복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710 판결 참조).
나.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가담한 신분 없는 자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닌 자가 미신고 가상자산거래 영업으로 인한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지는 경우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가담한 신분 없는 자는 형법 제33조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공동정범의 책임을 진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ㆍ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한다. 신분이 없는 자라고 하더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또는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인정된다면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70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에 관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권한이 없이 상급자의 지시에 의하여 단순히 노무제공을 한 직원이나 보조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활동에 지배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미신고 가상자산거래 영업으로 인한 구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관여자 역시 공동가공의 의사가 인정되는 한 구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의 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진다.
다. 등록하지 않고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한 사람을 처벌하는 취지 및 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1항, 제3항에 위반하여 등록하지 않고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외국환거래법은 외국환거래와 그 밖의 대외거래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기능을 활성화하여 대외거래의 원활화 및 국제수지의 균형과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하에서는 별도의 기재가 없으면 외국환거래법의 규정을 의미한다).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려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하며(제8조 제1항, 제3항), 등록하지 아니하고 외국환업무를 한 사람은 처벌된다(제27조의2 제1항 제1호).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거래나 행위에 따른 채권ㆍ채무를 결제할 때 외국환업무취급기관,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 및 인가받은 외국환중개회사(이하 함께 지칭할 때에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등’이라고 한다)를 통하여 지급 또는 수령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제16조 제4호), 외국환업무취급기관등이 외국환거래법을 적용받는 거래를 할 때에는 고객의 거래나 지급 또는 수령이 적법한 허가 또는 신고를 갖춘 것인지 확인하여야 한다(제10조 제1항). 기획재정부장관은 외국환업무취급기관등의 업무를 감독하고 감독상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으며(제11조 제1항), 외국환업무취급기관등의 장으로 하여금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지급ㆍ수령 등에 관한 자료를 국세청장 등에게 통보하도록 할 수 있다(제21조 제1항).
이러한 외국환거래법령의 내용을 종합하면, 등록하지 아니하고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한 사람을 처벌하는 취지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로 하여금 외국환업무를 독점적으로 취급하도록 함으로써 외국환거래나 지급ㆍ수령에 따른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이들이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ㆍ감독하여 외국환거래법령의 규범력과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외국환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6호 나목은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ㆍ추심 및 수령’을 외국환업무의 하나(이하 ‘나목의 외국환업무’라고 한다)로 열거한다. 외국환관리법 제정 이래 현행 법률에 이르기까지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외국환은행이 취급하는 업무로 규정하여 왔다. 외국환거래법령의 제ㆍ개정을 거치면서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자의 범위가 확대되어 왔으나, 여전히 외국환은행만이 특별한 제한 없이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제8조 제1항, 제2항, 제3항,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14조, 제15조의3 등 참조).
따라서 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1항, 제3항에 위반하여 등록하지 않고 ‘나목의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였는지 여부는, 외국환거래법의 입법목적, 무등록 외국환업무를 처벌하는 외국환거래법의 취지를 염두에 두고,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ㆍ추심 및 수령과 관련된 행위의 경위와 목적, 규모와 횟수, 기간, 영업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외국환은행이 취급하는 ‘나목의 외국환업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계속 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에 해당하는지를 살펴 판단할 수 있다.
라. ‘나목의 외국환업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고 밀접하게 관련된 부대업무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6호 마목의 외국환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6호 마목은 ‘나목의 외국환업무와 유사한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가 ‘외국환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6조 제4호는 ‘나목의 외국환업무에 딸린 업무’가 ‘위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나목의 외국환업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고 밀접하게 관련된 부대업무는 위 마목의 외국환업무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5도1603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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