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0일 목요일

[회사법무 노동법] 진흥원이 사업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출연금을 빼돌린 임직원을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심에서 근로계약상 요구되는 근로자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인용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0. 2. 7. 선고 2019나2022621 판결

 

1. 사안의 개요

 

A(정보통신산업진흥원)가 사업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출연금을 빼돌린 임직원 B, C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심에서 근로계약상 요구되는 근로자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인용된 사례입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피고 B, C은 원고 A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공정한 직무수행과 부당이득 수수금지, 이권개입 금지의무와 원고에 대한 충실의무가 있는데, 피고 B는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를 행하고, 피고 C은 피고 B의 위 배임행위를 묵인하고 그 이익을 분배받음으로써 위 의무들이 포함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피고들은 청렴서약서까지 작성하고도 원고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배임행위를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취득하였는데, 이를 이유로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한다면, 피고들이 결국 부정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어서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2024년 5월 29일 수요일

[회사법무 파산회생] 채무자가 정관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 없이 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이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보아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취소하고 원심법원으로 환송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0. 5. 26.자 2019라21331 결정

 

1. 사안의 개요

 

가. 채무자(자본금 총액 10억 미만으로, 이사가 대표자 사내이사 1인으로 상법상 이사회 규정은 적용되지 않음)가 정관에서 정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습니다.

 

나. 이에 채무자의 주주(발행주식총수의 35% 보유) 겸 채권자는 채무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이 적법한 의사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며 회생절차개시결정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의 요지

 

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채무자의 정관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에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으므로,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어진 채무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채무자의 대표자 사내이사가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2항에 따라 채무자와 별도로 신청권을 가지고 있고, 채무자의 부적법한 신청에 터잡은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라 관련 절차가 진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로 위와 같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임을 주장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의 당부를 문제삼는 것이 회생절차의 목적이나 소송경제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회목 변호사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형사재판 불능미수] 준강간죄의 장애미수 공소사실에 관한 심리결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준강간미수

 

1. 판결의 요지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으나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거부하며 항의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는 이유로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준강간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여 준강간죄의 장애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의율할 수는 있다고 보이나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① 이 사건 공소사실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 사이에 범행일시, 장소,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 등 기본적 사실에 차이가 없고, ② 공판 과정에서 준강간의 고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는 물론 준강간의 결과 발생 위험성에 관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는 피고인이 당시 인식한 피해자의 상태에 관한 공방 및 심리가 모두 이루어졌고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주장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기도 하여 직권으로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③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중대한 범죄이고, 준강간죄의 장애미수와 사이에 범죄의 중대성, 죄질, 처벌가치 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어,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요건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기준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대법원 1999. 11. 9. 선고 99도367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268 판결,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도9041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