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80005 토지인도 판결
1.
판결의 요지
토지소유자인 원고가 그 토지 중 일부를 도로포장하여 사용하는 피고(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철거 및 인도를 구하자, 피고가 ‘원고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있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원고가 특정인(인접 토지소유자)으로부터 돈을 받고 자신이 소유한 토지 중 일부를 도로로 사용하도록 하였고 그 토지 사용에 따른 이익도 주로 특정인이 누리고 있던 점, 위 토지가 당시 시행되던 건축공사 현장의 차량 통로로 사용되어 건축공사의 완공 여부에 따라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한 사례입니다.
2.
적용법리
가. 원고가 특정인(인접 토지소유자)으로부터 돈을 받고 자신이 소유한 토지 중 일부를 도로로 사용하도록 하였고, 그 토지 사용에 따른 이익도 주로 특정인이 누리고 있던 사안에서, 원고가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소유자가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한 경위와 그 규모, 토지의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의 유무, 해당 토지 부분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의 비교형량을 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만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어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위 토지가 당시 시행되던 건축공사 현장의 차량 통로로 사용된 경우에 공사 완공여부에 따라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적극)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도로부분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가 다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원심 판단
원고는 이 사건 도로부분(면적 34㎡)이 포함된 남양주시 (주소 1 생략) 답 147㎡ (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권원 없이 이 사건 도로부분을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 도로부분에 설치된 포장도로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도로부분에 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는 소외인에게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도로로 제공하기로 하고, 그로부터 300만 원을 받았다. 그 후 피고는 소외인과 이 사건 토지 인근 주민들의 요청으로 이 사건 도로부분을 포함하여 인근 토지 일대에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한 도로를 개설하였다.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받은 300만 원은 이 사건 도로부분을 협의취득 하는 경우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금과 큰 차이가 없다. 피고가 개설한 포장도로 중 이 사건 도로 부분과 그와 인접한 부분은 당시 건축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인근 토지로 대형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피고가 개설한 포장도로에서 이 사건 도로부분을 제외하면 일반 차량이 통과하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가 포장도로를 개설한 때부터 10년이 더 지난 2015. 12. 30.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이 사건 토지에 바로 접한 남양주시 (주소 2 생략) 토지의 소유자이다. 원고는 소외인에게 구체적인 면적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도로로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소외인은 그 대가로 원고에게 300만 원을 주었다.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도로부분을 포함하여 인근 토지 일대에 포장도로를 개설하였다.
(2)
이 사건 도로부분에는 상부 도로와 하부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데 두 도로는 모두 막다른 길이다. 피고가 개설한 포장도로에서 이 사건 도로부분을 제외하면 연결 부위에 일반 차량의 통과가 어렵기는 하지만, 우회로를 통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 등이 자신의 토지에 출입할 수는 있다.
(3)
피고가 도로포장 공사를 할 당시 인근 지역에서 건축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이었고, 포장도로 중 이 사건 도로부분과 그와 인접한 부분은 위 건축공사 현장으로 대형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로 사용되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도로부분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가 다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도로부분이 포장도로에 포함됨으로써 직접 이익을 보는 사람은 인접 토지 소유자인 소외인이고, 위 도로부분의 사용대가로 원고에게 돈을 지급한 것도 소외인이다. 원고는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소외인을 위하여 이 사건 도로부분에 관한 사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소외인의 관계, 두 사람이 어떤 경위로 금전거래를 하였고 그 돈의 성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 충분히 심리한 다음, 원고가 소외인 개인과 돈거래를 통해 토지 사용을 허락하였는데도 그것이 일반 공중의 사용에 제공되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어야 한다.
(2)
이 사건 도로부분의 위치나 형태를 보았을 때, 소외인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 불 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위 도로부분을 이용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도로부분 사용에 따른 편익이 소외인 등 특정인의 통행상 편리성 정도에 그치는 데 비해 그에 따른 원고의 재산권 침해 정도는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원심은 이 사건 도로부분이 당시 진행되던 인근 건축공사 현장으로 대형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로 사용되었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이를 통해 이 사건 도로부분이 공적 목적에 사용된 것임을 강조한 듯하다. 그러나 위 인근 건축공사의 성격이 어떠한 것이고 그 주체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았다. 나아가 원고가 사정변경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후 인근 건축공사를 마쳤는지, 공사를 마친 후에도 이 사건 도로부분이 통로로서 여전히 필요한 것인지, 토지이용상태가 바뀌거나 종전 이용 상태와 동일성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았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았다.
다.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도로부분에 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하고 그 이후 사정변경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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