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직무발명 보상 분쟁] 포괄영업양도가 아닌 자산매매의 경우에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의 지위 불승계


포괄영업양도가 아닌 자산매매의 경우에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의 지위 불승계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18. 선고 2015가합550620 판결

사안에서 원고는 하이닉스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대상 발명을 하이닉스에 승계하여 주었습니다. 이후 하이닉스는 2001. 6. 8.경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이하 '현대디스플레이')에 LCD 및 TFT LCD 사업과 관련 자산, 부채, 종업원, 계약 지위 등을 포함하여 관련 영업을 양도하였고, 현대디스플레이는 2002. 11. 19. 중국의 비오이 테크놀로지 그룹(이하 '비오이')에 위 양수한 자산을 자산 매매 및 구입에 관한 계약을 통하여 양도하였습니다. 이후 비오이는 2008. 9. 19. 인수한 회사의 명칭을 하이디스테크놀로지(이하 '피고')로 변경하였습니다. 다만 피고는 2006. 9. 29. 회계절차에 들어가 회생계획이 인가되었고 2008. 7. 4. 회생절차가 종결되었습니다.

원고는 2000. 2. 14.부터 2001. 6. 30.까지는 하이닉스에서, 2001. 7. 1.부터 2003. 1. 12.까지는 현대디스플레이에서, 2003. 1. 22.부터 2005. 1. 15.까지는 피고에 근무하였습니다. 본 소송은 원고가 대상 특허발명에 대하여 피고에게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현대디스플레이(이전 하이닉스)의 직무발명보상규정이 피고가 인수하는 승계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다고 아니하더라도 자산매매계약 제9.7조 (d)항에 따라 직무보상금 지급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위 자산매매계약의 성격을 포괄사업양수도 계약이 아니라 특정된 자산과 부채만을 인수하는 채권계약으로 본 것입니다.
제9.7조 양도대상 자산 및 승계계약(Transferred Assets and Transferred Contracts)
(d) 매수인은 승계계약에 따른 현대디스플레이의 미이행 의무사항을 종결일로부터 매수인이 비용을 부담하여 이행한다. 다만, (i) 본 계약의 어떠한 사항도 종결 전에 발생하거나 종결 전에 이행하여야 하는 의무사항을 매수인이 이행하도록 강제하지는 아니한다. (ii) 본 계약의 어떠한 사항도 (x) 종결 전에 승계계약과 관련하여 현대디스플레이에 의하여 행하여졌거나 발생한 작위, 해태, 불이행, 부작위, (y) 본 계약에 대한 제3자의 동의나 합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또는 본 계약이나 그 종결로 인하여 양도 대상 계약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하는 청구나 기타 손실 및 (z) 종결 전 승계계약에 따라 발생한 채무나 부채에 대하여 매수인이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현대디스플레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위의 경우에 대하여 매수인을 면책하고 매수인을 보호한다.

또한 법원은 자산매매계약의 제2.3조에는 인수부채의 범위가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고 제2.5조에서 피고가 인수부채 이외에 어떠한 부채도 인수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지급채무는 법정채무이고 승계계약에 따른 채무가 아니라고 보아 자산매매계약의 인수채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2.3조 인수부채(Assumed Liabilities)
매수인은 종결일부터 (i) 종결일 현재의 유동부채, (ii) 종결일 또는 종결일 이후에 발생하는, 승계계약에 따른 채무 및 부채, (iii) 제10.4조에 규정한 바와 같이 퇴직금을 매수인에게 이전하기로 한 승계직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채무, (iv) 통상적인 사업과정에서 약관에 따라 현대디스플레이 또는 하이닉스가 제공한 제품보증을 인수한다.
제2.5조 제외부채(Excluded Liabilities)
매수인은 인수부채 이외에 사업과의 관련여부를 불문하고 현대디스플레이의 어떠한 부채도 인수하지 아니하고, 본 계약의 어떠한 내용도 이를 매수인에게 양도하거나 양도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며 매수인에 의한 부채의 인수에 해당하거나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원고가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직무발명보상금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하여 직무발명보상금 채권은 회생계획에서 인정된 권리가 되지 못하였고,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은 피고는 결국 위 직무발명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그 책임을 면하였으므로, 법원은 원고는 또한 피고에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원고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미 대법원은 사용자가 승계한 이후에 특허가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이 직무발명보상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직무발명승계와 직무발명보상금 채무가 법정권리라는 이유로 승계되는 계약이 아니라고 본 것은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에게는 아쉬운 판단이지만 이 사건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판결로 보입니다. 다만, 직무발명에 대한 종업원과 사용자의 법정지위의 승계 여부에 대한 위 판단에 대하여 상소 또는 다른 판결에 의하여 변경될 수도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회목 변호사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국가연구비 처분 행정소송] 제재처분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위반으로 제재처분 취소청구를 인용한 판결


제재처분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위반으로 제재처분 취소청구를 인용한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누38810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구합60061 판결의 항소심


1.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의무


대법원은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의무에 대하여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아니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하여 행정처분의 취소사유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2.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관련 사실인정과 판단

위와 같은 절차의 준수 여부와 관련하여 법원은 아래와 같이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1) 피고의 업무담당자인 E가 법정에서 증언으로 전문위원회 개최 전에 원고의 D에게 전화로 전문위원회의 개최 일시, 장소, 참석 여부 등을 알려주었다고 진술하나 (i) D는 이를 통지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ii) E가 D를 지목한 이유가 전문위원회와 관련 처음 통화한 제3자아고 진술하였으나, D는 2014. 4. 이전에 E와 이미 여러 번 통화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iii) 처분을 통보하면서는 공문과 이메일을 송부하고 재차 원고 대표이사에게 전화 확인하였다고 하나, 전문위원회 개최 통보에는 이러한 객관적인 절차를 취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E의 진술을 신빙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전문위원회 개최를 통보하고 참석하여 의견을 밝힐 것을 물었으나 원고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여 의견진술포기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위 (1)로 전문위원회 개최사실을 통지하였다고 볼 수 없고,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4조는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 때에는 의견진술포기서 등의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데 피고가 이를 증명할 만한 서면을 확보하지 못하였으므로,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처분의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는 불이익 당사자에게 미리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부당한 권리침해를 예방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피고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소정의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나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미리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였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인정하였습니다.

3. 시사점

처분의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처분을 받는 당사자가 자신을 변명하고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불공정한 처분을 방지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비록 절차적 위법 사유로써 해당 처분에 실체적 위법이 없어 다시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처분이 나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변명하고 의견을 제출할 경우에 충분히 다른 처분이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전담기관의 과제 관리 능력이 제고되고 이러한 판결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절차 위반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이 국책 과제 등에서 실패하거나 불성실 판정을 받고 제재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와 제재처분 결정의 과정에서 사전에 그 이유와 근거와 예정 처분의 내용을 통지 받고 이에 대하여 변명하고 의견제출을 할 기회를 부여 받았는지 여부는 법원이 인정하는 확고한 처분의 취소사유이므로 행정처분을 받은 연구주체는 이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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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서울고법 2015누38810 판결

정회목 변호사


[국가연구비 처분 행정소송] 행정처분의 구체적 이유를 사전에 알리지 않으면 제재처분 취소사유, 연구기간 이후 제출된 시험성적서를 고려하여 연구결과 불량판정을 뒤집은 판결


행정처분의 구체적 이유를 사전에 알리지 않으면 제재처분 취소사유, 연구기간 이후 제출된 시험성적서를 고려하여 연구결과 불량판정을 뒤집은 판결 - 대전고등법원 2015누10283 판결, 대전지방법원 2014구합10039 판결의 항소심


1. 사안의 개요

A는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등을 생산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로서 중소기업청이 공고한 2011년도 중소기업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지원하여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과제에서 A는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과 탄소섬유강화 폴리머(CFRP)의 융합소재를 이용하여 최소 침습 시술이 가능한 추간체 유합보형재(Spinal cage)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과제의 연구기간은 2011. 11. 1.부터 2012. 10. 31.까지 1년입니다.

전담기관 중소기업기술진흥원은 2012. 11. 30. 최종보고서를 받고, 2013. 4. 30. 실패 판정 후, 그 결과를 5. 15. A(원고)에게 통보하였습니다. 이어 이의신청과 전문위원회를 거쳐 중소기업기술진흥원은 2013. 7. 30. A에게 참여제한 3년 및 정부출연금 전액 환수처분을 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가. 제재처분에 대하여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부여 문제

(i) 2013. 5. 15. 평가위원회 평가결과를 통보한 문서에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전문위원회를 통해 참여제한 및 정부출연금 환수 결정을 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사실, (ii) 2013. 7. 1. 이의신청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통보한 문서에 향후 전문위원회를 통해 제재사항을 심의할 예정이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iii) 전문위원회 개최 며칠 전에 전화로 후속조치로 관련된 제재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전문위원회가 2013. 7. 24. 개최된다는 취지로 통지한 사실, (iv) 2013. 7. 24. 전문위원회에서 향후 내려질 처분의 내용이나 그 법적 근거 등은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과제의 완료평가 결과 사업 실패로 판정된 점이 부당하다는 점에 대하여만 재차 소명하였습니다. (v) 그 다음으로 2013. 7. 30. 이 사건 제재처분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위와 같은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사업실패 자체가 아니라 연구개발결과의 극히 불량 및 연구개발과정의 불성실 수행이므로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절차는 이러한 처분 사유를 대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ii) 사업실패로 판정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연구개발결과가 극히 불량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연구개발결과가 극히 불량하다고 하여 연구개발과정의 불성실 수행이 추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는 어떤 처분사유를 이유로 어떤 처분을 하게 되는지, 사업 실패 판정의 어떤 근거 사유가 어떤 처분사유의 근거가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사전통지하고 그에 관한 의견제출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는 점, (iii) 2013. 7. 24. 전문위원회는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위와 같은 구체적인 처분사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원고에게 이에 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등이 인정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소정의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 처분을 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미리 알려야 할 사항을 통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연구개발결과 시험보고서 제출시점과 실체적 하자 판단

(i) 2012. 11. 30. 최종보고서에서 주요성능지표에 관하여 자체 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여 2013. 4. 30. 평가위원회에서 '시험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나 공인성적서 부족' 등을 이유로 하여 사업 실패 판정을 받았지만, 그 이후 2013. 6. 4. 이의신청 평가위원회의 평가 당시까지 13개 주요성능지표 중 2, 6에 관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시험성적서와 9-13번에 관한 인제대학교 의용공학과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는 등 자료를 보완한 점, (ii) 원고가 이 사건 사업에 포함된 '관련 수술기구의 개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으나, 주된 과제에 대해서는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iii) 원고가 2012. 10. 26. 식약처에 개발된 추간체 유합보형제 등에 관한 의료기기제조허가신청을 하였고, 최종적으로 2014. 9. 24. 허가를 받은 점, 등 사후적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연구개발사업의 연구개발결과가 극히 불량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습니다.

3. 시사점

연구개발 주체에게 중요한 사항은 실체적 판단에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 실체적 위법 사유에 대하여 법원은 최종보고서 제출 기한과 평가위원회가 지난 이후에도 연구개발의 주요 목표치에 대하여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등을 받는 노력을 기울인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단기간 안에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연구개발의 결과가 극히 불량하다거나 연구개발과정이 불성실하지 않았다는 증빙자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연구개발 기한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평가와 제재 처분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연구개발을 가능한 완료하고 성적서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대전고법 2015누1028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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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목 변호사



[회사 법무] 납품 받은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하여 중간제품을 생산 공급한 회사가 완성품 회사로부터 부품이나 소재로 인한 클레임을 받는 경우 법률 관계


납품 받은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하여 중간제품을 생산 공급한 회사가 완성품 회사로부터 부품이나 소재로 인한 클레임을 받는 경우 법률 관계

완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소재를 다른 기업들로부터 공급받고, 그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한 중간 제품을 제조하여 대기업에 납품한 경우입니다. 부품 납품업자, 중간재 제조업자, 최종 완성품 제조업자 간에서 발생하는 3자간의 납품 관계에서 완성품 제조업자가 중간재 제조업자에게 부품 납품업자의 부품의 하자를 이유로 클레임을 걸어 중간재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됩니다.

위와 같은 하자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 중간재 제조업자로서는 자신의 책임 영역이 아닌 부품 납품업자의 부품으로 인하여 완성품 제조업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으니, 부품 납품업자에게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하고 싶을 것입니다. 반대로 부품 납품업자의 경우에는 부품만을 다시 공급하는 선에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통상 완성품 제조업자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확대된 손해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부품 가격 또는 부품 교체 가격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쉽게 합의하기가 어렵고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민법 제393조는 제1항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확대된 손해는 통상의 손해를 초과한 특별한 사정으로 발생한 특별손해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부품 제조업자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부품에 필요한 품질과 성능, 다른 기업에 다시 납품한다는 것, 최종 완성품의 제조 비용 또는 부품 하자시 교체 비용, 다른 기업에 납기일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580조 제1항에 따라 매도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즉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것을 매수인이 알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매수인은 계약을 해지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부품이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 나아가 내한성이라는 특수한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여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완제품이 사용될 환경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내한성 있는 부품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매도인이 부품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고, 특히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확대손해 내지 2차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매도인에게 그 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채무의 내용으로 된 하자 없는 목적물을 인도하지 못한 의무위반사실 외에 그러한 의무위반에 대하여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어야만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여러 해 동안 완제품을 생산한 매수인이 부품의 재질에 따라 그 등급과 가격 및 용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품의 품질과 성능에 대하여 언급하지 아니한 채 거래관행에 따라 품명과 수량만을 구두로 발주하고 부품을 공급받아 사용하였고, 또한 그 부품에 대하여 매도인이 어떠한 품질과 성능을 보증하였다고 할 수 없는 경우, 부품의 하자가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39455 판결)

위 판결에 따르면 중간재 제조업자는 부품 제조업자에게 필요한 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명확하게 요구하고 부품 제조업자가 이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만, 이를 만족하지 못하여 발생한 확대 손해에 대하여 부품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간재 제조업자는 부품 제조업자에게 부품을 이용하여 생산한 중간재를 언제, 누구에게 납품하게 되는 지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간재 제조업자는 부품 제조업자에게 확대된 손해를 묻기 위해서는 납품 기일, 납품처(완성품 제조업자), 필요한 품질 또는 성능을 명확히 고지하였고, 해당 부품이 그러한 기일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품질을 만족하지 못하여 완성품 제조업자의 최종 완성품에 하자가 발생했음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가능하다면 최종 완성품 제조업자가 원하는 기능, 최종 완성품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여 놓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