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19. 8.
29. 선고 2019노426 판결
1.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기의 점의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1)
검사는 이 사건 공소제기 당시 공소장 중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기의 점에 해당하는 구체적 범죄사실란 제1의 제 (1) 내지 (9)항의 각 피해자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사단법인 AC(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이라 한다)로 특정하였고, 당심 제3회 공판기일 및 2019. 7. 16. 제출한 의견서를 통하여도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이 사기의 피기망자이자 피해자’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2)
‘민간위탁’이란 법률에 규정한 행정기관의 사무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 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맡겨 그의 명의로 그의 책임 아래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2조 제3호), 관련 법령 등에 따르면, 이 사건 범죄사실 제1의 제(1) 내지 (6)항의 전문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대한민국으로부터 사업자 선정 및 정부출연금 등의 사업비 지급 내지 보조금 교부 등의 권한을 위탁받은 전문기 판이고, 범죄사실 제1의 제(7)항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국토교통과학기술육성법에 따라 대한민국 또는 경상북도로부터 위와 같은 권한을 위탁받은 전문기관이며, 이 사건 범죄사실 제1의 제(8) 내지 (9)항의 사단법인 AC는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운영요령(이하 ‘이 사건 운영요령’이라 한다) 등에 따라 대한민국으로부터 위와 같은 권한을 위탁받은 전문기관이다.
3)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 등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이 위와 같이 위탁받음으로 인해 대한민국 또는 경상북도로부터 이 사건 각 전문기관에게 정부출연금 등의 사업비가 교부되었을 때 그 사업비 등의 소유권 및 그 권한과 책임은 모두 이 사건 각 전문기관에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심이 인정함 범죄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을 기망하여 사업비를 지급받았으므로,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기의 점의 각 피해자는 그 소유의 사업비를 편취당한,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자인 이 사건 가 전문기관으로 봄이 옳다.
2.
죄수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사기죄 등 재산범죄에서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하에 동종의 범행을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한 경우에는 그 각 범행은 통틀어 포괄일죄가 될 수 있다. 다만, 각 범행이 포괄일죄가 되느냐 경합범이 되느냐는 그에 따라 피해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적용되는지 여부 등이 달라질 뿐 아니라 양형판단 및 공소시효와 기판력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은 개별 범행의 방법과 태양, 범행의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리고 동일한 기회 내지 관계를 이용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후속 범행이 있었는지 여부, 즉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을 세밀하게 살펴 논리와 경험칙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 1131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을 기망하여 사업비를 받아냈다는 범행 수법은 대체로 동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이 사건 범죄사실 제1의 제(1) 내지 (9)항의 각 개별과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고, 개별과제별 내용이 상이할 뿐 아니라 각각의 개별과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수행되었으며, 각 심사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었고, 범행에 사용된 허위의 세금계산서 발급업체 등에도 차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각 과제 내지 사업을 통틀어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위와 같은 범행을 반복하여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 개별과제 내지 사업의 구분을 무시하고 이 사건 각 피해자별로 포괄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고, 결국 위 제(1) 내지 (9)항의 개별과제 내지 사업 별로 독립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및 사기죄의 피해자를 대한민국 또는 경상북도로 특정하고 위 피해자별로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및 사기죄를 포팔일죄로 처벌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내지 사가죄의 피해자 특정 및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마친 위법이 있다.
3.
사실오인 등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들의 만간부담금 부분에 대하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및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민간부담금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사기죄의 객체인 타인소유의 재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제외한 부분만 이 사건 각 편취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사업비는 정부출연금과 만간부담금으로 조성되는데(이 사건 운영요령 제18조 제1항), 그 지급절차는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이 주관기관인 신청기업 등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재출받아 평가를 실시한 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게 되면, 정부출연금과 민간부담금으로 조성된 위와 같은 사업비가 이 사건 각 전문기관 명의의 통합계좌로 이체되어 관리되고, 그 이후 주관기관이 전자금융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개별사업비의 지급을 요청하면 전문기관 측의 확인절차를 거쳐 주관기관 명의의 기술개발비 포인트 계좌를 경유하여 해당 거래처 예금계좌로 이체시키는 결제 대행 방식으로 지급되거나(전문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경우) 이와 유사한 형태로 지급되게 되는 구조이다(전문기관인 사단법인 AC의 경우).
나) 한편 전문기관의 장으로서는 주관기관이 위 사업비 중 민간부담급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주관기관과의 협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수 있고(이 사건 운영요령 제14조 제2항 제3호), 협약에서 부담하기로 한 부담금을 부담하지 않은 경우애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 있고, 이미 지급한 출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으며(이 사건 운영요령 제29조 제1항 제13호), 나아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업체는 전문기관과 협약서를 작성하고, 민간부담금을 입금한 후 연구개발을 시작하도록 되어있다. 이와 같이 사업협약에서 주관기관에게 민간부담금을 부담하게 하는 이유는 주관기관의 성실한 사업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향후 위 사업비를 간접보조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주관기관이 그 자금부족으로 말미 암아 해당 간접보조사업(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규정한 간접보조금의 교부대상이 되는 사무 또는 사업)의 시행이 중단됨이 없이 완수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 주관기관인 ㈜D 내지 ㈜D 지점(구미사업장) 등은 민간부담금을 자신 소유의 돈으로 이 사건 각 전문기관에 지급할 당시에 추후 각 사업협약에 따라 사업비 명목으로 지급받거나, 사업종료 시에 정산을 거쳐 반환받을 것으로 기대하였을 수는 있으나, 자신아 그 돈의 소유자로서 이와 다른 방법으로 그 돈을 언제든지 반환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라)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D 등 이 사건 각 주관기관은 이 사건 각 사업협약에 따라 자신의 민간부담금으로 예치하기 위해 이 사건 각 전문기관에 해당 금액을 지급했고, 이로써 그 돈은 이 사전 각 전문기관의 소유로 귀속되었으며, 다만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은 그 민간부담금을 각 사업협약에 따라 정부출연금과 함께 ㈜D 등에게 사업비 등으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마) 그러므로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따 같이 ㈜D 등이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이 사건 각 전문기관으로부터 연구장비, 재료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액 전체가 이 사건 각 편취액에 해당한다고 붐이 옳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도 17124 판결의 원심판결인 대구고등법원 2014. 11. 20. 선고 2014노37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와 달리 그중 민간부담금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편취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인 B의 편취액의 특정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그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될 수 없는 정도라면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085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4365 판결 등 창조).
2)
구체적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B이 원심 판시 범좌사실 기재와 같이 이미 개발되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음에도 제품에 대해 연구개발을 한다는 취지의 사업계획서 제출하거나 거래업체로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금받아 연구장비, 재료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내용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각 전문기관을 속여 연구비 명목으로 사업비를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이러한 사정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이 실제로 사업비 상당의 연구장비, 재료비를 지출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로 작성된 세금계산서를 기초로 마치 사업비 상당의 연구장비, 재료비가 실제로 지출된 것처럼 가장하여 사업비를 지급받거나 실제로 자출된 사업비 상당의 연구장비, 재료비를 초과하여 지출된 것처럼 기망하여 사업비를 지급받은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 용인할 수 없어 행위 전체가 위법하므로 그 교부된 사업비 전액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설령 피고인 B이 교부받은 사업비 중 일부를 실제로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연구과제 수행에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그 교부받은 사업비 전액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위 대법원 2014도17124 판결의 원심판결인 위 대구고등법원 2014노378 판결 동 참조).
다) 따라서 피고인 B이 교부받은 이 사건 사업비 전체가 각 편취액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 B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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