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무 개발용역분쟁]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용역의 미완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6. 선고 2015가합582641 판결

 

1. 사실관계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선박의 건조, 개조, 수리 해체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주식회사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는 용접기 제작, 소프트웨어의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피고 서울보증보험은 보험업법상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스마트용접통합시스햄 구축사업의 추진

 

1) 원고는 2011. 8.경부터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동되던 CO2 용접기에 스마트기능의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설치함으로써 용접품질, 용접시간, 자재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하고 사내 정보관리스스템과 연동하여 작업장에 가지 않고서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서 실시간 생산공정 및 품질상태, 장비의 고장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Smart Welding Integration System, 이하 SWIS)을 개발하기로 계획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

 

원고는 2011. 9.경 사천조선소에 스마트용접기 시제품 5대를 시범 운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1. 12.경 에스케이텔레콤과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IT 및 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작업 환경 개선을 목표로 이 사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이를 위하여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와 아래와 같은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야하 아래의 2)항 내지 4)항의 계약을 ‘이 사건 각 계약’이라고 통칭한다).

 

2) 원고는 2013. 5. 8. 피고 엠엠씨디케이와 계약금액 96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계약기간 2013. 5. 8.부터 2013. 12. 31.까지, 구축장소를 원고의 사천조선소로 정하여 "SW1S V2.0 물품 공급 및 구축(555대분)계약”을 체결하였고, 2013. 9. 6. 피고 엠엠씨디케이가 싱글케이블을 공급하지 않는 대신 계약금액을 621,57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감액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이하 ‘이 사건 제1차 계약’이라 한다)을 채결하였다.

 

3) 원고는 2014. 4. 9.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써디케이와 계약금액 1,26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계약기간 2014. 4. 9.부터 2014. 9. 30.까지, 구축장소를 원고의 고성 및 통영조선소로 정하여 “SWIS V3.0 물품 공급 및 구축(750대분)계약(이하 ‘이 사건 제2차 계약’이라 한다)"을 채결하였고, 그 후 2014. 9. 30., 2014. 12. 24., 2015. 2. 26., 2015. 4. 30., 2015. 8. 20. 5차례에 걸쳐 위 계 약에서 정한 계약기간과 납품할 물품 일부를 변경하는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4) 원고는 2014. 4. 21.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와 계약금액 27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계약기간 2014. 4. 21.부터 2014. 12. 31.까지로 정하여 ”정반배치 및 품질관리 시스템 개발계약(이하 ‘이 사건 정반배치 등 개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관련 개발계획의 상세는 별지1 ‘정반배치 관리시스템 개발계획’ 및 별지2 ‘품질관리시스템 개발계획’의 각 기재와 같다.

 

다. 여 사건 각 계약대금의 지급

 

원고는 피고 엠엠씨디케이에 이 사건 제1차 계약에서 정한 계약대금 683,727,000원 (부가가치세 포함)과 이 사건 정반배치 등 개발계약에서 정한 계약대금 297,000,000원 (부가가치세 포함)을 모두 지급하였고, 이 사건 제2차 계약에서 정한 계약대금 중 잔금 151,800,000원 (부가가치세 포함)을 제외한 나머지 1,234,200,000원 (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였다.

 

라. 원고의 해지 통지

 

원고는 2015. 12. 3.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에 ‘SWIS 물품공급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위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고, 위 통지는 그 무렵 위 피고들에게 도달하였다.

 

마. 보증보험계약의 체결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다케이는 피고 서울보증보험과 사이에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이 사건 각 계약을 주계약으로 하는 보증보험계약을 각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보증보험계약’이라고 통칭한다).

 

2.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각 계약이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지 또는 해제되었는지 여부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가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려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원고는 이 사건 각 계약에서 정한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고 기판의 전소, 용접시 전류/전압 불안정 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여 스마트용접기의 기본적인 가능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거나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의 귀책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였는데, 1차 사업의 일환으로 2012. 11. 1. 피고 엠엠씨디케이와 계약금액 73,035, 000원(부가가치세 별도), 계약기간 2012. 11. 1.부터 2012. 12. 31.까지로 정하여 "DY-SWIS V2.0 물품 공급 및 구축(90대분) 계약(이하 ‘이 사건 선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피고 엠엠씨디케이는 위 계약에서 정한 스마트용접기를 개발공급하였다. 이후 원고는 2차 사업으로 이 사건 제1차 계약을, 3차 사업으로 이 사건 제2차 계약 및 정반배치 등 개발계약을 각 체결하여 사업을 진행하였고, 2015년도에는 4차 사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위와 갈이 아 사건 사업은 버전 1.0의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의 구현을 시작으로 버전 3.0의 구현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추진되었고, 사업단계에 따라 종전 버전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성능을 향상하고자 하였다. 원고가 주장하는 문제점 대부분은 이 사건 선행계약 또는 제1차 계약에서 지적되었던 것으로 그 상당수는 다음 단계의 상위 버전을 구현하면서 해결되었거나, 추후 개발을 목표로 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2015. 5.경부터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자체감사를 진행한 후 2015. 7. 16. 정기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보고서는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에 발생한 문제의 원인으로 “원고 내 송전 설비의 문제, 용접기 노후화 및 유지관리 업무 미흡, 아날로그 용접기의 근원적인 문제로 인한 전류/전압 편차 문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원고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원고는 2013. 5. 8. 버전 2.0의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의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제1차 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스위스아이티는 2014. 2. 11. 원고에게 사천조선소에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의 적용을 완료하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러고 나서 원고는 이 사건 제1차 계약의 사업종료일로부터 약 4개월가량이 지난 2014. 4. 9. 버전 3.0의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의 구축올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제2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만약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가 이 사건 제1차 계약에서 정한 버전 2.0의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면, 그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완료보고서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다음 버전의 개발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원고는 2014. 1. 17., 2014. 9. 30. 2차례에 걸쳐 피고 서울보증보험에 피고 엠엠씨디케이가 이 사건 제1, 2차 계약상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였다는 내용의 이행완료확인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행완료확인서의 제출을 취소하고자 하였으나 피고 서울보증보험이 이를 방해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이행완료확인서에 제출에 어떠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4) 원고는 이 사건 제1차 계약에 관한 계약대금 전액을 지급하였고, 이 사건 제2차 계약과 관련하여서도 아래 6)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부 미이행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도 모두 지급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4. 12. 31. 피고 스위스아이티로부터 이 사건 정반배치 등 개발계약에 관한 개발완료보고서를 제출받은 후, 2015. 4. 9. 위 계약에 관한 나머지 잔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2015. 7. 28. 피고 엠엠씨디케이로부터 ‘이 사건 정반배치 등 개발계약 사업이 종료되었으니 보증보험사로부터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바란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서도, 이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요청 이후로도 이 사건 제2차 계약의 대금 일부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각 계약상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하자가 있었다면,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에서 정한 대금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지급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5) 이 사건 사업은 원고가 보유한 기존의 아날로그 용접기에 스마트 기능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후 원고 내부의 전산사스템과의 연동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목표한 기능이 구현되는 것이므로, 원고의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원고가 2014. 하순경 종전에 사용하던 전산시스템(EPMS4)을 전사적관리사스템(ERP)으로 교체하면서 연동 테스트 및 연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조선업계의 경영난과 원고의 구조조정으로 2015. 5. 경부터는 이 사건 사업을 담당하던 직원들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면서 원고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7,000여명에 이르던 원고의 직원은 현재 관리직 직원 20여명 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되면서 이 사건 사업의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나아가, 원고가 작성한 정기감사보고서는 이 사건 사업 전반에 관하여 “원고의 R&D 관리 및 추진 업무를 위한 관리 노하우 부재, 현업 부서의 생산 공정 외 업무에 대한 무관심과 비협조가 시스템 추진의 큰 장애물이었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하고 있기도 한바, 원고의 협력 의무 붙이행 또는 귀책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 한편, 원고는 2015. 8. 20.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와 아 사건 제2차 계약의 변경계약올 체결하면서 “합의한 기한 내에 원고가 요구하는 품질의 물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시 원고는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계약 해제 시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는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의 의무를 진다”고 정하였고, 합의된 기한 내에 스마트용접기 전부가 공급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각 계약은 모두 적법하게 해지 또는 해제되었다고 주장한다.

 

건축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공사 도중에 계약이 해제되어 미완성 부분이 있는 경우라도 그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때에는 도급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어 수급인은 해제된 상태 그대로 그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고, 도급인은 그 건물의 기성고 등을 참작하여 인도받은 건물에 대하어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3454 판결 참조), 소프트웨어개발, 공급계약은 일종의 도급계약으로서 수급인은 원칙적으로 일을 완성하여야 보수를 청구할 수 있으나, 이미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약간의 보완을 가하면 업무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어서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그 계약관계가 도급인의 해제통보로 중도에 해소되었다면 수급인은 당시까지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7932 판결 참조).

 

살피건대, 2010. 4. 경부터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던 원고는 사천, 고성, 통영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고의 채권단은 2014. 8.경 고성 및 통영조선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2차 계약은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의 설치장소를 고성 및 통영조성소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 조선소의 폐쇄 결정에 따라 기존의 계약대로 스마트용접통합삭스템을 설치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는 사천조선소에 설치된 버전 2.0의 스마트용접기 555대를 고성 및 통영조선소에 설치하려던 버전 3.0의 스마트용접기 750대로 대체하기로 합의하였고,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는 2015. 3.경부터 2015. 5.경까지 사이에 사천조선소에 있는 스마트용접기를 교체하고 이후 추가로 150대를 설치하고 필요 물품을 공급함으로써 이 사건 제2차 계약에서 정한 750대 중 705대분의 이행을 완료하였다.

 

이처럼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가 이 사건 제2차 계약에서 정한 일부 스마트용접기를 공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원고의 고성 및 통영조선소 폐쇄라는 피고 측의 책임 없는 사유가 영향을 미쳤고, 이 사건 사업이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원고는 스마트용접기를 사용하여 선박을 건조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이미 구현된 부분만으로도 원고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할 것인바, 원고가 이 사건 제2차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혜제권을 행사하더라도 스마트용접기를 공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만 실효된다고 붐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가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한하여 이 사건 제2차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각 계약 전부를 해지 또는 해제하고 지급한 계약대금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위 미이행 부분에 대한 계약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의 채무불이행으로 이 사건 각 계약이 모두 해지 또는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피고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위 가.항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 스위스아이티, 엠엠씨디케이가 이 사건 각 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