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다283633 부당이득금
1. 판결의 요지
파산채무자는 재단법인인 피고를 설립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출연한 후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원고(파산관재인)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출연행위 및 등기행위 부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사건에서 이 사건 출연행위의 부인은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 등기행위의 부인만 인정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부인등기가 마쳐졌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등기행위일인 2009. 11. 27. 파산채무자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아 위 부인등기일 전날인 2018. 7. 18.까지 위 부동산을 점유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등기행위 부인에 따라 피고가 소급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할 권원이 없게 되었다면서 그 점유ㆍ사용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등기행위일인 2009. 11. 27.부터 이 사건 부인등기일 전날인 2018. 7. 18.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의 점유ㆍ사용은 이 사건 출연행위에 기초한 것으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기 전에 이 사건 출연행위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고,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된 이후 원고에 의하여 이 사건 등기행위에 관한 부인권이 행사되었더라도, 권리변동의 원인행위인 이 사건 출연행위가 부인되지 않은 이상 피고는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을 구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출연행위의 이행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았던 피고는 여전히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다만 원고가 소로써 부인권을 행사한 결과 채무자의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나아가 그 부인등기까지 마쳐졌다면, 이로써 피고에 대한 등기절차이행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 되고 피고는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시가에 상당하는 액수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하게 되므로, 그때부터 피고는 더 이상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ㆍ사용할 수 없을 뿐이라고 보아,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파산채무자가 파산선고 전에 상대방과 일정한 법률관계를 형성한 경우, 파산 전에 파산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에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부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파산채무자가 파산선고 전에 상대방과 일정한 법률관계를 형성한 경우에 민법 제108조 제2항과 같은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산의 출연 등 파산 전에 파산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에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파산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의 실질적 법률관계에 따라 채무의 소멸을 파산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4다68366 판결 참조). 이는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부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권리변동의 원인행위가 유효하고 성립요건인 채무자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행위만 부인된 경우, 등기행위로 소멸하게 된 상대방의 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은 부인권이 행사된 때로 소급하여 부활하는지 여부(적극)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 본문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은 후에 권리의 설정ㆍ이전 또는 변경의 효력을 생기게 하는 등기 또는 등록이 행하여진 경우 그 등기 또는 등록이 그 원인인 채무부담행위가 있은 날부터 15일을 경과한 후에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이 있음을 알고 행한 것인 때에는 이를 부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등기나 등록과 같이 권리변동의 성립요건 자체를 독자적인 부인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는 등기나 등록과 같은 행위도 채무자회생법 제391조의 일반 규정에 따른 부인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부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권리변동을 인정하여 당사자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시키되,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 소정의 엄격한 요건을 추가로 충족시키는 경우에만 특별히 이를 부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폐지된 구 파산법 제66조 제1항에 관한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72348 판결 참조). 따라서 권리변동의 성립요건행위를 부인하더라도 그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의 효력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제1항에 따라 ‘부인권을 소에 의하여 행사한다’는 것은,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그 효력을 소급적으로 상실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법률적인 효과에 따라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고(폐지된 구 파산법 제68조 제1항에 관한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참조), 부인권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은 부인된 행위가 없었던 원상태로 회복되게 하는 것을 말하므로(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214885 판결 참조), 권리변동의 원인행위가 여전히 유효하고 성립요건인 채무자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행위만 부인되었다면, 그 등기행위로 소멸하게 된 상대방의 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은 부인권이 행사된 때로 소급하여 부활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의 의미 및 파산관재인이 부인한 채무자의 행위가 등기행위뿐이어서 여전히 원인행위가 유효하고 상대방이 그에 따른 등기절차이행청구권을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이 소로써 부인권을 행사한 결과 채무자의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부인등기까지 마쳐진 경우, 파산관재인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절차이행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는지 여부(적극)
그런데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ㆍ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42020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75321 판결 등 참조).
설령 파산관재인이 부인한 채무자의 행위가 권리변동의 원인행위를 제외한 등기행위뿐이어서 여전히 그 원인행위가 유효하고 상대방이 그에 따른 등기절차이행청구권을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이 소로써 부인권을 행사한 결과 채무자의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나아가 그 부인등기까지 마쳐졌다면, 이로써 파산관재인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절차이행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라. 토지의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토지를 인도받은 때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점유ㆍ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재단법인이 출연행위 등의 효력으로서 이미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 적법하게 점유ㆍ사용하고 있는 중에 등기행위의 부인으로 출연행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토지의 매수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그 토지를 인도받은 때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서 이를 점유ㆍ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하여 그 점유․사용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익이라고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6. 6. 25. 선고 95다12682, 12699 판결, 1998. 6. 26. 선고 97다4282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재단법인이 출연행위 등의 효력으로서 이미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 적법하게 점유·사용하고 있는 중에 등기행위의 부인으로 출연행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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