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0256 업무방해 등
1. 판결의 요지
피고인들은 원심, 제1심 공동피고인들과 공모하여 특별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으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명의를 빌려 특별 분양을 받은 뒤 전매하는 행위를 하였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원심 공동피고인 갑, 을의 안양평촌◯◯◯ 아파트 관련 주택법 위반 등 범죄를 송치하였는데, 검사는 송치받은 사건 외에 ➀ 피고인 A가 공범으로 범한 안양평촌◯◯◯ 아파트 관련 주택법 위반 등 범죄와 ➁ 그 외의 범죄들에 대해서 수사를 개시하여 기소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➀ 부분은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가 정한 범위에 해당하므로 검사의 수사개시가 적법하고, ➁ 부분은 그 범위에 해당하지 않지만, 검사가 일반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고, 일부 사건들은 이 사건 규정 시행 전 수사의 필요성에 관한 보고가 되었으며,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서 해당 사건을 직접 수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개시가 일부 위법하였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는 이 사건 규정 다목에서 정하는 범죄의 해석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는 없고 모법의 규율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대외적 효력을 인정한 다음,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가 정한 범위를 벗어난 ➁ 부분에 관한 수사개시와 그에 따른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➁ 부분에 관하여는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구 검찰청법(2022. 5. 9. 법률 제18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 및 구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2022.
9. 8. 대통령령 제329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한 범위와 그 범위를 초과한 수사절차에 이어진 공소제기의 효력(무효)
가) 구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가목),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나목), 가목ㆍ나목의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이하 ‘본래범죄’라 한다)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다목)로 규정하여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열거하였다.
나) 구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2022.
9. 8. 대통령령 제329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수사개시규정’이라 한다) 제3조는 이 사건 규정 다목의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의미를 구체화하여, ‘본래범죄의 피의자가 범한 수죄 중 동종범죄, 본래범죄의 피의자가 범한 수죄 중 범죄수익의 원인 또는 그 처분으로 인한 뇌물ㆍ횡령ㆍ배임죄’,
‘본래범죄의 피의자가 범한 수죄 중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영장에 의해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수인이 동시에 동일장소에서 범한 죄’, ‘범인은닉죄ㆍ증거인멸죄ㆍ위증죄ㆍ허위감정통역죄 또는 장물에 관한 죄와 그 본범의 죄’, ‘형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에 따라 재구속이 제한되는 동일한 범죄’, 형법 제19조에 따른 ‘독립행위로서 경합하는 범죄’, ‘본래범죄에 대한 무고죄’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규정하였다.
다) 수사는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계되어 있는 사항이므로 그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한 규정 역시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대외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라) 법률의 시행령은 그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으면 개인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ㆍ보충하거나 법률이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법률의 시행령의 내용이 모법의 입법 취지와 관련 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살펴보아 모법의 해석상 가능한 것을 명시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거나 모법 조항의 취지에 근거하여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인 때에는 모법의 규율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모법에 이에 관하여 직접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19526 판결 등 참조).
비록 모법인 구 검찰청법이 이 사건 규정 다목의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구체적 기준이나 범위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규정 다목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관하여, 이 사건 규정 가목ㆍ나목의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비교적 개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는 2022. 9. 8. 대통령령 제32902호로 개정되면서 삭제되었는데, 그 개정이유는 ‘법률의 위임 없이 검사가 기존 사건과 관련하여 인지한 범죄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하였음’인 점 등이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규정 다목의 문언이나 내용, 개정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에서 정한 범죄가 이 사건 규정 다목에서 정하는 범죄의 해석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는 없어, 모법의 규율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 수사개시규정 제3조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마) 이 사건 규정에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여 1차적 수사를 직접 담당할 수 있는 범죄를 제한한 것은, 사법경찰관이 1차적 수사를 담당하고 검사가 보완수사요구(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시정조치요구(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등을 함으로써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상호협력, 상호견제 구조에서 수사의 효율이 높아지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이 보호될 수 있는 반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여 1차적 수사를 직접 담당하면 사법경찰관과 상호협력, 상호견제가 불가능하여 수사권의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행사가 보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이 사건 규정의 문언과 이러한 입법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검사의 수사개시 제한에 관한 이 사건 규정을 위반한 수사에 대해서는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검사가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수사권 행사가 불가능한 범죄에 관하여 수사를 개시한 후 1차적 수사를 하는 것은 수사절차에 위법이 있는 경우이고, 그에 관한 공소제기는 위법하게 개시된 수사절차를 종결하는 처분으로서 해당 수사절차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을 위반하여 개시된 수사절차에 이어진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된다. 한편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한 수사기관이 수사개시를 통해 수사절차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공소제기권자가 재기소를 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통해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 사이에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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