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20. 11. 27. 선고 2019가합209370 판결
1.
판결의 요지
건물 2층에 있는 주점에 방문하였다가 화장실에 있는 문을 열고 건물 외부로 연결된 발코니를 통해 밖으로 나가던 중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원고1 등이 건물 소유자인 피고1 및 건물 임차인이자 주점 운영자인 피고2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한 사안에서, 추락 사고에 대비한 난간 등 안전장치, 출입문 시정장치, 출입금지 또는 위험표지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피고2에 대하여 공작물의 설치ㆍ보존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원고1의 과실을 참작하여 그 책임을 30%로 제한한 판결입니다.
2.
사실관계
가.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 D은 대구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피고 E은 위 건물 중 2층 전체를 임차하여 ‘○○○○’라는 상호의 주점(이하 ‘이 사건 주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원고 A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 2층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사람이고, 원고 B, C은 원고 A의 부모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고 A은 2017. 1. 14. 21:00경 지인들과 이 사건 주점을 방문하여 술을 마시다 다음 날 02:30경 위 주점 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문을 열고 건물 외부로 연결된 발코니(이하 ‘이 사건 발코니’라 한다)를 통해 밖으로 나가던 중 중심을 잃고 1층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고, 그로 인해 머리 우측 반구의 경막외 출혈, 흉추부 방출성 골절 및 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다. 이 사건 주점의 소유, 점유관계 및 이 사건 발코니의 구조와 현황
1)
이 사건 건물은 1973. 2. 14. 사용승인이 이루어졌고, 피고 D은 1988. 12. 10.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여 같은 달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2007. 8. 6. 이 사건 건물 중 2층 전체를 피고 E에게 임대하였다. 피고 E은 그 무렵부터 이 사건 건물 2층에서 이 사건 주점을 개업하여 현재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2)
이 사건 주점은 이 사건 건물 2층 전체를 사용하고, 주점 내부의 현관 입구에서 화장실로 연결되는 좁은 통로를 지나 화장실로 진입하면 남자소변기 옆 정면에 건물 외부로 연결되는 출입문이 존재한다. 출입문을 열면 가로 300㎝, 세로 130㎝ 정도 넓이의 이 사건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고, 이 공간은 원래 피고 E이 청소도구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였는데, 이 사건 주점의 손님들이 전화통화를 하거나 흡연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3)
이 사건 발코니는 지상에서 2m 정도 높이에서 이웃 건물과의 사이에 건축된 창고건물의 지붕과 연결되어 있고, 피고 E이 발코니의 앞면과 옆면에 갈대발을 설치하고 하단 부위를 케이블 타이로 고정해두기는 하였으나, 그 외 난간 등 다른 추락방지 시설이나 안전경고 문구 등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3.
임차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시설이 관계 법령이 정한 시설기준 등에 부적합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유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등 참조).
2)
구 건축법(2016. 1. 19. 법률 제137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 및 규모의 건축물과 그 대지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복도, 계단, 출입구, 그 밖의 피난시설과 소화전(消火栓), 저수조(貯水槽), 그 밖의 소화설비 및 대지 안의 피난과 소화에 필요한 통로를 설치하여야 한다.”, 제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 및 규모의 건축물의 안전ㆍ위생 및 방화(防火) 등을 위하여 필요한 용도 및 구조의 제한, 방화구획(防火區劃), 화장실의 구조, 계단ㆍ출입구, 거실의 반자 높이, 거실의 채광ㆍ환기와 바닥의 방습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구 건축법 시행령(2017. 1. 20. 대통령령 제27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0조 제1항은 “옥상광장 또는 2층 이상인 층에 있는 노대(露臺)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의 주위에는 높이 1.2미터 이상의 난간을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그 노대 등에 출입할 수 없는 구조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발코니는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의 존재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E은 이 사건 주점의 임차인이자 이 사건 발코니의 점유자로서 민법 제758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이 사건 주점의 운영 시간은 통상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 내지 4시까지다. 따라서 심야 시간에 술에 취한 사람이 화장실 내 출입문을 열고 이 사건 발코니를 통해 인접한 창고건물의 슬레이트 지붕으로 나가게 되면,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주점을 운영하는 피고 E으로서는 추락 사고에 대비하여 이 사건 발코니에 난간 등 별도의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아예 사람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출입문에 시정장치를 하거나 출입금지 또는 위험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발코니로 나가는 출입문은 시정되어 있지 않아 피고 E의 허락 없이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 사건 발코니로 나갈 수 있었으며 갈대발 이외에 다른 추락방지 시설이나 조명시설, 안전경고 문구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② 구 건축법 시행령 제40조 제1항의 ‘노대(露臺)’는 건축물의 일부로서 개방형 구조로 된 바닥형태의 구조물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 발코니는 건물 2층의 벽면 바깥으로 돌출되어 지상 약 2미터 높이에 설치된 공간으로서 위 시행령상의 ‘노대’ 또는 ‘노대와 유사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발코니의 주위에는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높이 1.2미터 이상의 난간을 설치하여야 한다. 피고 E이 피고 D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건물 2층을 인도받을 당시부터 이 사건 발코니에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건물 2층 전체를 임차하여 이 사건 발코니를 이 사건 주점의 영업에 활용하는 등 배타적으로 점유하며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피고 E은 위와 같은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직접 난간을 설치하거나 피고 D에게 난간의 설치를 요청하는 등의 유지․관리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③ 이 사건 발코니의 앞면과 옆면에 피고 E이 설치한 갈대발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위 갈대발은 추락방지 목적이 아니라, 외부에서 보았을 때 건물 내부로 연결되는 출입문의 존재를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위 갈대발은 성인 남성이 물리력을 가하여 충분히 젖히고 나갈 수 있는 것이므로, 위 갈대발의 설치만으로는 추락방지를 위한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 사건 발코니에 높이 1.2미터 수준의 난간이 있었다면 성인 남성이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손쉽게 이를 넘어서 건물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난간의 설치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4)
이에 대해 피고 E은 이 사건 발코니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피난시설이므로 이 사건 발코니로 연결된 출입문을 시정할 수 없었고, 이 사건 사고는 공작물의 하자가 아닌 원고 A의 전적인 잘못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발코니가 화재 등 위난 상황을 대비하여 설치된 피난시설이라면, 화재 등 비상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그 출입과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피난 목적 이외의 이용을 막아 손님들이 이 사건 발코니로 연결된 슬레이트 지붕으로 나갈 수 있는 개연성을 미리 차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도, 피고 E은 이 사건 발코니로 연결되는 출입문을 항시 개방하여 둔 채 손님들로 하여금 흡연 등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이용하게 하였다. 또한 원고 A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피고 E이 설치한 갈대발을 열어젖힌 후 사람이 통행하는 장소가 아닌 창고건물의 지붕으로 올라간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관계 법령의 규정과 이 사건 발코니의 구조 및 관리 상태, 주변 현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가 전적으로 원고 A의 일방적인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사고라 함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만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제3자의 행위 또는 피해자의 행위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상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013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원고 A의 과실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E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고 볼 수는 없다(다만 이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책임제한의 참작사유로 삼기로 한다).
나. 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든 증거들과 을나 제3 내지 17, 22, 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 A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31세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에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원고 A의 과실 또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중대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고 A의 과실과 그 밖에 이 사건 발코니의 위치와 구조, 전반적인 안전조치 정도와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E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 E이 부담하여야 할 구체적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의 산출근거, 계산내역 및 액수는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 내지 11호증, 을나 제21, 2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이하 ‘이 사건 신체감정촉탁결과’라 한다), 이 법원의 G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1)
재산상 손해
가) 일실수입: 1,238,359,031원
나) 일실퇴직금: 50,885,095원
다) 적극적 손해
(1)
기왕치료비:
9,627,283원
(2)
향후치료비:
122,145,800원
(3)
보조구대:
5,050,000원
(4)
개호비:
1,000,649,046원
2)
책임의 제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E의 책임은 30%로 제한함이 타당하므로, 피고 E이 책임을 부담하는 원고 A의 재산상손해는 728,014,876원[= 2,426,716,255원(= 일실수입 1,238,359,031원 + 일실퇴직금 50,885,095원 + 기왕치료비 9,627,283원 + 향후치료비 122,145,800원 + 보조구대 5,050,000원 + 개호비 1,000,649,046원) × 30%]이다.
3)
위자료
원고 A의 나이, 부상정도 및 후유장애,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피고 E의 과실 정도, 원고들 사이의 관계, 기타 이 사건 변론 전체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 A의 위자료를 30,000,000원, 원고 B, C의 위자료를 각 5,000,000원으로 정한다.
4)
소결
따라서 피고 E은 공작물인 이 사건 발코니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 758,014,876원(= 재산상 손해 728,014,876원 + 위자료 3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5,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임대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공작물책임 여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하면 공작물의 소유자는 공작물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위 조항에 근거한 원고들의 피고 D에 대한 청구는 이 사건 발코니의 점유자인 피고 E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E에게 공작물인 이 사건 발코니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 D이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와 같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함께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 D에 대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없다.
나. 일반불법행위책임 여부
피고 D이 민법 제750조에 따른 일반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용객의 추락사고 등에 대비하여 이 사건 발코니에 난간 등 별도의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사람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출입문에 시정장치를 하거나 출입금지 또는 위험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는 이 사건 건물 2층 전체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며 이 사건 주점을 운영하는 피고 E에게 있다. 또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D이 이 사건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D은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한 당시의 현상 그대로 피고 E에게 임대하였고, 지금까지 피고 E이나 감독관청 등으로부터 건물의 유지, 보수에 관한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이자 임대인인 피고 D이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발코니에 안전조치를 취하여 임대할 주의의무가 있다거나, 임차인인 피고 E에게 안전조치를 요구하거나 감독할 의무가 있다거나, 이 사건 건물 2층을 현 상태대로 임대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D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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