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7두35165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가 대표이사인 甲의 주식매수의무를 대신 이행하여 금융기관인 乙로부터 이 사건 회사가 발행한 이 사건 주식을 1주당 23,518원에 매수(이하 ‘이 사건 거래’라고 한다)한 사안인데, 원심은, 원고와 특수관계에 있는 대표이사 甲이 이 사건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매수의무가 없는 원고가 甲 대신 이 사건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이 사건 거래는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거래이고,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1호에 준하는 행위로서 같은 항 제9호 소정의 ‘이익분여’에 해당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원고와 이 사건 회사의 관계, 이 사건 거래 전후로 이 사건 회사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거래 당시 이 사건 회사의 미래가치를 평가하여 이 사건 주식의 1주당 시가가 23,518원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한 것은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이는 점, ② 甲은 다른 금융기관인 丙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건으로 이 사건 회사 발행 주식을 매수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주식과 마찬가지로 원고로 하여금 그 주식을 매수하게 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직접 주식매수의무를 이행한 사정에 비추어, 원고와 甲에게 이 사건 거래를 통해 甲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을 고가에 매수할 의무를 면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고가 이 사건 거래를 통해 이 사건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행위로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이 사건 거래로 인해 원고와 특수관계에 있는 甲이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할 의무를 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떠한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가. 구 법인세법 제52조에 정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의미와 경제적 합리성에 대한 판단기준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2조에 규정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서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않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1. 6. 3. 대통령령 제229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8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행위계산을 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관한 판단은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비정상적인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나.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이 적용되는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법인이 특수관계 없는 자와 거래를 함으로써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 그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다면 이를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한편 구 법인세법 제52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2항 본문에 의하면,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은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포함된다. 그러나 그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다면, 설령 법인이 특수관계 없는 자와 거래를 함으로써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경제적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각호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두20127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두54213 판결 참조).
3.
사실관계
가. 이 사건 회사의 지위
주식회사 화인베스틸(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은 2007. 9. 19. 열간 압연 및 압출 제품 제조․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비상장법인으로 주식회사 동일철강(이하 ‘동일철강’이라고 한다)의 계열회사이다.
나. 신한캐피탈 등의 이 사건 회사 주식 인수
1)
주식회사 신한캐피탈(이하 ‘신한캐피탈’이라고 한다)은 2009. 7. 27. 동일철강으로부터 1주당 액면가 10,000원인 이 사건 회사의 주식 20만 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고 한다)를 1주당 20,000원 합계 40억 원에 매수하면서, 당시 동일철강의 최대주주이자 원고의 대표이사인 소외인과 사이에 신한캐피탈이 ‘거래종결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이 사건 회사의 기업공개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주식을 ‘당초 매수가격에 거래종결일부터 주식매수일까지 연복리 13%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더한 금액’에 매도할 수 있는 이른바 ‘풋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풋옵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는 ‘신한캐피탈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소외인은 제3자를 지정하여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2)
한편 주식회사 신한은행(이하 ‘신한은행’이라고 한다)도 2009. 7. 27. 동일철강으로부터 이 사건 회사의 주식 20만 주를 1주당 20,000원 합계 40억 원에 매수하면서, 소외인과 사이에 이 사건 풋옵션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하여 신한은행에 풋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이 사건 거래 등의 경위
1)
신한캐피탈이
2010. 8.경 비상장주식을 장기보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주식매수의무자인 소외인에게 매도의사를 밝히자, 원고는 2010. 11. 10. 이사회를 열어 ‘신한캐피탈 등이 보유한 이 사건 주식 등을 매수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대표이사 소외인에게 일임한다’는 취지의 결의를 하였다. 이에 따라 소외인은 이 사건 주식의 매수자를 원고로 지정하였고, 원고는 2010. 11. 23. 신한캐피탈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서 미리 정한 매매가격 산정방식에 따라 1주당 23,518원 합계 4,703,600,000원에 매수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래’라고 한다).
2)
한편 신한은행도 주식매수의무자인 소외인에게 풋옵션을 행사하였고, 그에 따라 소외인은 2010. 11. 23. 신한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회사 주식 20만 주를 이 사건 거래와 동일한 가격에 매수하였다.
라. 이 사건 회사의 운영상태 등
1)
이 사건 회사는 조선용 형강인 ‘인버티드 앵글’에 관한 독자적인 생산기술을 확보하여 2009. 4.경 생산을 개시한 결과 2009년에 최초로 약 955억 원의 매출액이 발생하였고, 2010년에는 전년도에 비하여 2배 이상 증가한 약 2,126억 원의 매출액이 발생하였으며, 이후 2013년까지 계속 2,000억 원대의 매출액을 유지하였다.
2)
또한 이 사건 회사는 2007년 설립된 이래 2007년 약 2억 원, 2008년 약 23억원, 2009년 약 49억 원, 2010년 약 58억 원, 2011년 약 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으나, 영업이익률은 2009년 0.66%, 2010년 2.91%, 2011년 3.71%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었고, 2012년부터는 수익개선이 이루어져 2012년에 약 67억 원, 2013년에 약 169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였다.
3)
이후 이 사건 회사는 2013년경 상장을 위한 지분분산조치가 이루어짐에 따라 2014. 7.경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다.
4)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기 전인 2013. 12. 20. 신성장동력그린퓨처사모투자전문회사에 이 사건 주식을 매도하여 약 33억 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
마. 이 사건 처분 등
1)
부산지방국세청장은
2014. 1. 13.부터
2014. 2. 25.까지 원고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고가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소외인의 주식매수의무를 대신 이행함으로써 소외인에게 신한캐피탈이 얻은 양도차익 703,600,000원에 대한 이자비용 153,463,836원만큼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보아 원고에게 그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고, 원고는 이에 대해서는 불복하지 않았다.
2)
감사원은
2014. 9. 15.부터 2014.
10. 2.까지 부산지방국세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원고가 이 사건 풋옵션계약에 따른 소외인의 주식매수의무를 대신 이행하여 시가가 1주당 20,000원인 이 사건 주식을 1주당 23,518원에 고가로 매수하였으므로 시가초과액 703,600,000원을 부당행위계산으로 부인하여 원고의 익금에 산입하고 소외인에게 그에 따른 소득처분을 하라‘는 취지의 시정요구를 하였다.
3)
이에 관할관청인 피고는 원고에게, 2015. 3. 1. 소외인을 귀속자로 한 550,136,165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고, 2015. 3. 4. 2013 사업연도 법인세 157,879,450원을 경정․고지하였다(이하 이를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4.
법원의 판단
가. 이러한 사실관계 및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원고가 이 사건 거래를 통해 대표이사인 소외인의 주식매수의무를 대신 이행하여 이 사건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거래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행위로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이 사건 거래로 인해 원고와 특수관계에 있는 소외인이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할 의무를 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떠한 경제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1)
이 사건 거래 당시 원고와 이 사건 회사는 모두 소외인이 대표이사로 있었고,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최대주주였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기업가치를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거래의 경위에 관하여 원고는 조세심판 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 거래 무렵은 이 사건 회사의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폭등하던 시점이었음에도 신한캐피탈은 위와 같은 정보를 모르는 상황에서 원고에게 취득원가에 이자만 붙여 1주당 23,518원에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라는 제안을 하였는데, 이 사건 회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하여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산정하면 1주당 40,000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이 사건 회사의 기업공개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원고는 만일 다음 해에 이 사건 회사의 2010년 매출액이 공시되면 신한캐피탈이 이 사건 주식을 매도하지 않거나 매도가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사건 거래를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이 사건 회사는 적어도 이 사건 거래 이전인 2009. 7. 27. 무렵부터 기업공개와 상장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매출액 증가와 수익구조 개선 등을 통해 2014. 7.경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으며,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회사가 위와 같이 상장되기 전에 이 사건 주식을 처분하여 무려 약 33억 원의 양도차익을 얻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거래 당시 이 사건 회사의 미래가치를 감안할 때 이 사건 주식의 1주당 시가가 23,518원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한 것은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인다. 이와 같은 원고와 이 사건 회사의 관계, 이 사건 거래 전후로 이 사건 회사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설령 이 사건 처분사유와 같이 이 사건 거래 당시 이 사건 주식의 1주당 시가가 관계 법령상 20,000원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거래 시점을 기준으로 원고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 회사의 미래가치를 평가하여 이 사건 주식의 양도차익 등을 기대하고 이 사건 주식을 1주당 23,518원에 매수한 이 사건 거래가 비정상적인 것으로서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한편 신한은행도 신한캐피탈과 같은 조건으로 동일철강으로부터 이 사건 회사의 주식 20만 주를 매수한 후 이 사건 거래와 같은 날 소외인에 대하여 풋옵션을 행사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소외인이 직접 주식매수의무를 이행하여 이 사건 거래와 동일한 가격에 위 주식을 매수하였다. 만일 소외인이 위 거래 당시 위 주식의 가격이 시가보다 높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주식매수의무를 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원고를 매수자로 지정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과 함께 위 주식도 매수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인데, 소외인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직접 위 주식을 매수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해서도 원고와 소외인에게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와 특수관계에 있는 대표이사 소외인이 이 사건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매수의무가 없는 원고가 소외인 대신 이 사건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거래이고,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1호에 준하는 행위로서 같은 항 제9호 소정의 ‘이익분여’에 해당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당행위계산 부인과 관련하여 경제적 합리성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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