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6425 판결
1.
판결의 요지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일본어판은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일 이전에 공표되어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으로 대한민국에서 소급하여 보호를 받게 된 회복저작물이고, 1975년판 『대망』1권은 위 회복저작물을 번역한 2차적저작물인데, 피고인들은 1975년판 『대망』1권의 내용을 일부 수정·증감하여 2005년판 『대망』1권을 발행하였고, 이러한 행위가 회복저작물인 소설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일본어판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2005년판 『대망』1권의 수정·변경된 내용들에 의해 1975년판 『대망』1권과 2005년판 『대망』1권 사이의 동일성은 상실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1975년판 『대망』1권의 창작적인 표현들이 2005년판 『대망』1권에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고, 그 공통된 창작적인 표현들의 양적·질적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고, 2005년판 『대망』1권은 1975년판 『대망』1권을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위에서 이용하였지만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의 이용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를 규정한 1995. 12. 6.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의 취지와 위 규정이 허용하는 이용행위의 범위
1995.
12. 6.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된 저작권법(이하 ‘1995년 개정 저작권법’이라 한다)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외국인의 저작권을 소급적으로 보호하면서, 부칙 제4조를 통하여 위 법 시행 전의 적법한 이용행위로 제작된 복제물이나 2차적저작물 등을 법 시행 이후에도 일정기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회복저작물을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 전에 적법하게 이용하여 온 자의 신뢰를 보호하는 한편 그 동안 들인 노력과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였다. 특히 2차적저작물의 작성자는 단순한 복제와 달리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칙 제4조 제3항을 통해 회복저작물의 2차적저작물 작성자의 이용행위를 기간의 제한 없이 허용하면서, 저작권의 배타적 허락권의 성격을 보상청구권으로 완화함으로써 회복저작물의 원저작자와 2차적저작물 작성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하였다.
나. 회복저작물인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인 1975년판『대망』1권을 수정·변경하여 2005년판 『대망』1권을 발행한 행위가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이 허용하는 이용행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은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로서 1995. 1. 1. 전에 작성된 것을 계속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규정으로 새로운 저작물을 창작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고, 위 부칙 제4조 제3항이 허용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게 되면 회복저작물의 저작자 보호가 형해화되거나 회복저작물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과 이를 이용한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더라도, 위 2차적저작물을 수정·변경하면서 부가한 새로운 창작성이 양적·질적으로 상당하여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면, 위 부칙 제4조 제3항이 규정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2012. 3. 15.경부터 영리를 목적으로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회복저작물인 소설 『○○○○(△△△△ △△△△)』일본어판의 번역물을 무단으로 복제․배포하는 방법으로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고, 피고인 2 주식회사는 대표이사인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1995. 12. 6.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된 저작권법(이하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이라 한다) 부칙 제4조 제3항의 규정취지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1995년 개정 저작권법으로 소급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된 외국인의 저작물(이하 ‘회복저작물’이라 한다)에 관한 저작권 침해가 위 부칙조항에 의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이 1995. 1. 1. 이전에 작성되어야 하고, 위 2차적저작물의 이용권한을 가지는 자가 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이용행위를 하여야 하는데, 피고인들이 원심 판시 1975년판『□□』1권의 내용을 일부 수정․증감하여 원심 판시 2005년판 『□□』1권을 발행한 것이 1995. 1. 1. 이전에 작성된 1975년판 『□□』1권의 이용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한 저작권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4.
법원의 판단
가. 위 법리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심 판시 『○○○○(△△△△ △△△△)』일본어판은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일 이전에 공표되어 1995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으로 대한민국에서 소급하여 보호를 받게 된 회복저작물이고, 1975년판 『□□』1권은 위 회복저작물을 번역한 2차적저작물이다. 피고인들은 1975년판 『□□』1권의 내용을 일부 수정․증감하여 원심 판시 2005년판 『□□』1권을 발행하였다. 1975년판 『□□』1권과 대비하여 2005년판 『□□』1권에는 인명, 지명, 한자발음 등을 개정된 외국어표기법이나 국어맞춤법에 따라 현대적 표현으로 수정하거나, 번역의 오류를 수정한 부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고 자주 쓰이는 유사한 단어를 단순하게 변경하거나, 조사를 생략 또는 변경하거나, 띄어쓰기를 수정한 부분들이 다수 있으나, 이러한 부분들은 양 저작물 사이의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2)
1975년판 『□□』1권에서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2005년판 『□□』1권에서는 두 문장으로 분리하거나, 반대로 분리된 문장을 한 문장으로 결합한 부분, 지문과 대화문의 위치를 변경한 부분 등이 다수 있다. 또한 2005년판 『□□』1권에는 1975년판 『□□』1권의 어구나 어절을 수정하거나, 1975년판 『□□』1권에 없는 내용을 새로 추가한 부분도 있다. 이러한 수정․변경된 내용들에 의해 1975년판 『□□』1권과 2005년판 『□□』1권 사이의 동일성은 상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
한편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양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단순히 양 저작물을 대비할 것이 아니라, 2차적저작물인 1975년판 『□□』1권의 창작적인 표현이 2005년판 『□□』1권에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1975년판 『□□』1권에는 회복저작물인『○○○○(△△△△ △△△△)』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부분도 많이 있으나, 이를 제외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문체, 등장인물의 어투,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에서 표현방식의 선택을 통한 창작적 노력이 나타난 부분이 다수 있고, 이러한 창작적인 표현들이 2005년판 『□□』1권에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위 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75년판 『□□』1권과 2005년판 『□□』1권에 차이점들이 있지만, 위와 같은 공통된 창작적인 표현들의 양적․질적 비중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05년판 『□□』1권은 1975년판 『□□』1권을 실질적으로 유사한 범위에서 이용하였지만,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그렇다면,
2005년판 『□□』1권은 1975년판 『□□』1권과의 관계에서 1995년 개정 저작권법 부칙 제4조 제3항이 정하는 회복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위 부칙 제4조 제3항의 이용행위가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의 이용만을 의미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 1이 2005년판 『□□』1권을 작성한 것은 위 조항에서 허용하는 1975년판 『□□』1권의 이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1995년 개정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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