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7. 18.자 2018스724 양육비
1. 재판의 요지
청구인(여, 1937년생)과 상대방(남, 1939년생)은 1971. 7.경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 11.경 그 사이에 사건본인을 낳은 후 1974년경부터 별거하다가 1984. 11.경 이혼 심판이 확정되었습니다. 청구인은 이혼한 때부터 약 32년이 지난 2016. 6.경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 11.경까지 미성년이던 사건본인을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 과거 양육비청구가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1993. 11.경부터 10년이 훨씬 경과한 후인 2016. 6.경 제기되었으므로, 청구인의 상대방에 대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의 법리를 주장하면서 재항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하여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자녀가 아직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입장에 있던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등을 변경하면서, 종전 대법원 판례와 달리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걸린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여 청구인의 재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➀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➁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신숙희의 반대의견, ➂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음.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양육자가 단독으로 미성년 자녀를 부양한 후 상대방에게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에 해당하고,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함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관계에 기하여 인정되는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의 성질을 가짐
-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이 정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적 입장에서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일환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형성함
- 따라서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되기 전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양육의 때마다 지분적으로 발생하는 재산권의 실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그 권리의 행사를 구상권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도 없음
-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에 기초하여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은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 중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는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음
2. 적용법리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여부(= 적극) 및 그 소멸시효 기산점(=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
1.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과거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이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자녀가 아직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등 참조).
미성년인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물가 상승 등 경제상황의 변동, 양육자의 취업이나 실직, 파산 등에 따른 사정변경 등으로 양육환경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등으로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된 생활유지에 필요한 양육비 수준에도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가족관계의 변화나 가족 사이의 협의 결과에 따라서는 양육자나 양육방법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양육비에 관한 당사자의 협의나 재량적·형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법원의 심판은 이처럼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 액수 등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양육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2)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상대방에 대하여 과거 자녀의 양육에 소요된 비용의 분담을 구할 권리로서, 실질적으로는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의 상환을 구하는 구상권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가 반드시 장래 양육비와 엄격히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산정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서는 당사자들의 재산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통상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장래 양육비 분담액을 높게 산정하는 대신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낮게 산정하여 조정하거나 반대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높게 산정하는 대신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장래 양육비 분담액을 낮게 산정하여 조정하는 등으로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서로 조화롭게 조정할 수 있다. 양육자의 변경과 동시에 과거 양육비청구가 있는 경우, 즉 종전 양육자는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고 새로 양육자로 지정될 사람은 장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조화롭게 상호 조정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녀의 복리 증진을 위한 양육방법이나 양육비 산정을 고려할 수 있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장래 양육비 등과 상호 조정되는 과정을 거쳐 그 내용과 범위가 합리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장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 권리의 내용이 확정되지 아니하여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 단순히 금전지급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을 주로 가지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장래 양육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그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확정되도록 한 것은 양육비에 관한 사항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도록 정하고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양육비 부담의 형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지, 협의나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재산적 권리임을 부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이는 부모의 자녀양육의무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양육비용을 지출한 경우 상대방에 대하여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판례(앞서 본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에 비추어 보아도 알 수 있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구상권의 실질을 가지는데,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 자체가 종료한 이상 이를 과거에 형성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일반적인 금전채권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재산적 권리라는 본질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수 있는 채권 내지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2)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이혼한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녀양육의무는 종료하고, 더 이상 자녀에 대한 장래 양육비를 결정하거나 분담하여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 부부 사이에는 어느 일방이 과거에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하여야 하는 관계만이 남게 된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추상적 청구권에 불과하다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그러한 협의나 심판은 과거의 양육 상황과 지출 비용 등에 대한 확인과 평가를 거쳐 과거 양육비 중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한다는 의미만을 가지게 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양육비 분담액을 재량적으로 형성한다는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정할 때에 변동 가능성이 내재된 장래 양육비 분담액과 조화롭게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고,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될 여지가 없으므로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도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권리에 관하여는 자녀양육의무의 이행을 청구한다는 특성이 상당히 옅어지고 이미 지출한 비용의 정산 내지 구상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으로서의 특성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로써 그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실질적으로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협의 또는 심판청구 등의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 양육을 담당하였던 부모의 일방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일생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하여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거가 없어지는 등으로 적절한 방어방법을 강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결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 한다.
2.
이와 달리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113 결정, 대법원 2011. 8. 16. 자 2010스85 결정,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므1338 판결, 대법원 2011. 8. 26. 자 2011스10 결정,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므2068, 207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과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