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등
1. 판결의 요지
피고인의 4~7cm 길이 1차 모발검사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후 필로폰 투약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원심은 1개월 후 2차 모발검사에서 1~3cm, 3~6cm, 7cm 이상의 절단모발 전부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점과 법인차량 압수수색에서 필로폰 성분 주사기가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필로폰 투약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1차 모발검사는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4~7㎝ 가량의 모발에 대해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필로폰의 투약시점을 특정할 수 없음은 물론 모근부위부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고, 이와 같이 1차 모발검사 결과 최대 7㎝까지 필로폰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약 1개월 21일이 경과된 후인 2차 모발검사 당시 모근부위 길이 1㎝ 지점부터 최대 9㎝ 지점까지 필로폰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어, 길이 6~9㎝ 가량의 모발의 모근부위부터 3㎝ 단위로 절단한 3개 구간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2차 모발검사 결과는 1차 모발검사 결과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이 부분 공소사실인 필로폰 투약의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법인차량 압수수색에서 필로폰 투약 관련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가 1개월 후 동일차량 압수수색에서 필로폰 성분 주사기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DNA 등이 검출되지 않은 이상 위와 같은 사정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필로폰 투약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모발감정결과를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할 때 유의할 사항
마약류 투약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발감정은 검사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터 잡아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하는 방법은 모발의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동일인이라도 모발의 채취 부위, 건강상태 등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채취된 모발에도 성장기, 휴지기, 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혼재함으로 인해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 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매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 참조).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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