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1263 배임증재등
1. 판결의 요지
언론사 논설주간이던 피고인이 기업 대표이사로부터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유럽여행 비용 등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배임수재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원심은, 기업 대표이사가 향후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심의 기대를 갖고 있었을 뿐, 현안에 대한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무행위에 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배임수재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후, (1) 피고인이 언론사 논설주간 및 경제 분야 칼럼니스트로서 기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2) 배임증재자와 피고인 사이에 일방적으로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공여할 정도의 개인적 친분관계나 거래관계가 없었던 점, (3) 피고인이 취득한 8박 9일 동안의 유럽여행 비용 약 3,973만 원은 지나치게 이례적인 거액의 재산상 이익인 점, (4) 배임증재자가 대표이사로 있던 기업은 당시 조선업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거대 기업으로 언제든지 영업이익 등 경영 실적은 물론 운영구조, 채용방식 등도 언론 보도, 평론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그 무렵 국민주 공모방식 매각 방안, 고졸 채용정책 등에 관한 칼럼, 사실 등이 적지 않게 게재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배임증재자는 물론 피고인도 언론사 논설주간 사무를 이용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 관한 청탁의 대가라는 점에 대한 인식과 양해 하에 약 3,973만 원 상당의 유럽여행 비용을 주고받았다고 보아야 하고, 청탁의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청탁이 있었다고 평가되어야 하며, 이와 같이 언론인이 평론의 대상이 되는 특정인 내지 특정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 등에 관한 청탁을 받는 것은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 언론인의 청렴성, 불가매수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일뿐더러, 그로 인하여 해당 언론사가 주의, 경고,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배임수재죄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의 의미 및 이에 관한 판단방법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9602 판결 등 참조).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