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3. 29.자 2024터2 피해자보호명령등에대한재항고
1. 판결의 요지
행위자와 피해자 1은 부부, 피해자 2는 부녀사이인데, 현재 행위자와 피해자 1 사이에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데, 피해자 1은 행위자를 상대로 ➀ 함께 거주하는 주거지의 안방에서 퇴거할 것, ➁ 피해자 2에 대한 친권행사 제한을 구하는 이 사건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였고, 청구서에 ‘행위자가 늦게 귀가하여 스마트폰 영상을 보는 등 피해자 2의 수면을 방해하고, 평소 폭언, 집기파손, 협박, 허위신고를 일삼는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본건 청구의 전제가 된 구체적인 가정폭력범죄의 일시, 장소, 태양 등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제1심법원의 조사명령에 따라 조사관에 의한 가정폭력범죄의 동기·원인 및 실태 등의 조사가 실시되었으나, 조사보고서에 행위자의 가정폭력범죄에 관한 구체적인 기재가 없고, 조사관도 최근 특정사건이 없는 상황에서 이혼 사건에 도움이 되는 절차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제1심법원은 행위자에게 제1회 심리기일소환장을 발송하고 문자메시지를 행위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하였을 뿐,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 부본을 미리 송달하거나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의 요지 및 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를 미리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제1심은 행위자가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였으나, 행위자에게 별도의 자료 제출 또는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제1회 심리기일에서 심리를 종결한 직후 행위자에게 이 사건 피해자보호명령을 고지하였는데, 제1회 심리기일 조서나 피해자보호명령의 이유에 행위자의 가정폭력범죄가 특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행위자가 제1심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하였으나, 원심은 행위자가 2022. 8. 30. 00시경 피해자들에게 욕설하고 112에 허위 신고를 한 점을 피해자보호명령의 발령 근거로 들면서 이 사건 피해자보호명령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에 가정폭력범죄가 특정되어 있지 않고, 원심이 발령 근거로 든 사실은 이를 인정할 구체적 자료가 없으며, 문제된 행위가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추가 심리 없이 가정폭력범죄 중 폭행죄, 학대죄, 협박죄, 모욕죄 등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피해자보호명령의 발령 요건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였고, ②
제1심법원의 조치가 행위자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피해자보호명령사건의 심리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원심결정을 취소·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피해자보호명령청구의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행위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행위자가 그러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또는 행위자의 행위가 가정폭력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은 종래 가정폭력범죄(제2조 제3호)에 대해서 검사가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고 관할 법원에 송치하거나(제11조) 법원이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피고사건을 심리한 결과 관할 법원에 송치한 사건(제12조)을 전제로 판사가 심리를 거쳐 하는 보호처분(제40조 제1항)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1. 7. 25. 법률 제10921호로 도입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피해자가 가정폭력행위자와 시간적·공간적으로 밀착되어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을 때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하여 직접 법원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러한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도15745 판결 등 참조).
이처럼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보호처분과 피해자보호명령은 절차와 결정의 내용 등에서 차이가 있으나, 가정폭력처벌법에서 피해자보호명령의 발령 요건으로 가정폭력행위자일 것을 정하고 있고(제55조의2 제1항),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예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제63조 제1항 제2호), 피해자보호명령청구의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행위가 특정되지 아니하거나 행위자가 그러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또는 행위자의 행위가 가정폭력처벌법 제2조 제3호 각 목에서 정한 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위자에 대하여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
나. 행위자에게 피해자보호명령사건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거나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 부본을 송달하고, 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를 미리 고지하지 않은 채 심리절차를 진행한 경우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가정폭력처벌법에 의하면 피해자보호명령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심리기일을 지정하고 가정폭력행위자를 소환하여야 하며, 이 경우 판사는 피해자보호명령사건의 요지 및 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를 미리 고지하여야 한다(제55조의7, 제30조 제1항). 가정폭력처벌법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둔 취지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성격(제1조),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예정하고 있고, 피해자보호명령이 내려진 후 행위자가 불복하더라도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는 점(제55조의8 제3항, 제53조),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되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행위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더라도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의 보호처분 등의 불이행죄 성립에 영향이 없는 점(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도5233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피해자보호명령의 심리절차에서 행위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정된 가정보호심판규칙에서는, 행위자 등의 소환은 소환장의 송달에 의하고(제67조의13 제1항), 소환장에는 사건명, 피해자와 행위자의 성명 및 소환되는 사람의 성명, 피해자보호명령사건에 관하여 소환되는 뜻, 출석할 일시와 장소 등을 기재하고 판사가 기명날인하여야 하며(동조 제2항), 행위자에게 제1회 심리기일소환장을 송달할 때에는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 부본을 함께 송달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동조 제3항 본문).
위와 같은 피해자보호명령사건 심리기일의 지정 및 고지에 관한 법규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행위자에게 피해자보호명령사건의 요지를 미리 고지하거나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 부본을 송달하고, 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를 미리 고지하지 않은 채 심리절차를 진행한 후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하였다면, 심리과정에서 행위자의 방어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의 이러한 잘못은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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