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24.자
2023카합20311
전직금지가처분
1. 판결의 요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고, 채무자가 전직금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쟁업체에 우회취업을 한 것이라는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1]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또는 정보가 가지는 가치, 채무자의 퇴직 전 지위, 담당 업무, 근무 기간, 채무자가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수령한 대가, 채무자의 퇴직 경위, 채무자가 지득한 채권자의 기술이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채권자가 입게 될 유·무형적 손실과 그로 인해 경쟁업체들이 얻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전직금지약정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2]
전직금지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채무자가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된 경우에만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경쟁업체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정이 있거나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계획하거나 의도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전직금지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2. 사실관계
가. 채권자는 디스플레이 및 관련 제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채무자는 1996. 1. 11. C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2006. 3. 16. D 주식회사로 이직하였고, 2008. 9. 5. 채권자에 입사한 후 2012년부터 유기발광 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이하
‘OLED'라고 한다) 생산을 위한 ELA(Excimer Laser
Annealing) 공정 개발 업무의 그룹장(PL)으로서 근무하다가 2022. 1. 15.자로 퇴사하였다.
나. 채무자는 2022. 1. 11. 채권자에게 영업비밀 등의 보호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중 전직금지약정(이하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라고 한다)이 포함되어 있다.
다. 채권자는 2022. 1. 28. 채무자에게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87,973,080원(위 약정금에서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였다.
라. 채무자는 2022. 4. 21.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고 한다) 광동성 혜주시로부터 E실업유한공사(이하 ‘E’라고 한다)에 근무하는 내용의 외국인취업허가를 받았고, 2022. 8.경부터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3. 적용법리
가.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0. 17. 자 2013마1434 결정 등 참조).
나.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유효 여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1)
① 채권자는
2022년 2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OLED 패널 분야에서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 ②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채권자가 상당 기간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들로서 외부에서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인 반면, 이러한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었을 경우 경쟁업체는 채권자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략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어 채권자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레이저를 사용하여 비정질실리콘(Poly-Si)을 폴리실리콘(A-Si)으로 만드는 ELA 공정은 전체 OLED 공정 비용에서 약 16%를 차지할 정도로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의 제작 및 양산과 관련된 핵심 기술 내지 정보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위
ELA 공정, 불량 개선 정보 및 공정 셋업 정보는 ‘AMOLED 패널 공정 기술’에 속하는 것으로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보호되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ELA 공정 등을 포함한 채권자의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내지 정보는 채권자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채무자는
2009년부터 제조센터에서 ELA 공정을 담당하였고, 2012년부터는 ELA 공정그룹의 그룹장으로서 ①
신저감막 기술1) 개발, ② F-CPD 기술2)
개발, ③
불량 개선 등의 업무에 종사하였다. 이러한 채무자의 퇴사 전 지위, 담당 업무, 근무 기간 등에 비춰볼 때 채무자는 ELA 공정의 핵심적인 정보를 취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ELA 공정의 성격과 특성에 비추어 채무자가 ELA 공정의 각 인자 별 변수를 통제해가면서 경험으로 축적한 노하우를 경쟁업체가 취득하게 될 경우 경쟁업체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게 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위험이 있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는 2022. 1. 28.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 따라 채무자에게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세금을 공제한 87,973,080원을 지급하였는데, 이는 당시 채무자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4)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2020. 12.경 그룹장 지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받았고, 건강 문제로 퇴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상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무자의 주장 사실을 소명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는 채무자의 퇴직을 만류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국내에 거주하는 것이 치료의 환경에 있어 더 편리하였을 것임에도 해외에 취업한 것에 비추어 건강상의 문제를 퇴직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에 채무자의 퇴직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전직금지의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전직금지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 ①
OLED 등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업체의 범위가 어느 정도 한정되는 점, ② 채권자와 경쟁업체 사이에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에 있어 상당한 격차가 있는데 그러한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기술의 유출 방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기는 하나 채무자가 지득한 채권자의 기술과 정보들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용한 정보로서 활용가치가 있고, 그러한 기술이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채권자의 유․무형적 손실과 그로 인해 경쟁업체들이 얻는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서약서에서 정한 전직금지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거나 전직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6) 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구동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 제9조 및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별표에서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고시되어 있고, 산업기술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ㆍ관리하고 있는 대상기관의 장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핵심기술을 취급하는 전문인력의 이직 관리 및 비밀유지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디스플레이 분야의 국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효하다고 볼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보인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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