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56624 분양자 명의변경 절차 이행청구
1. 판결의 요지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권을 매수하면서 피고에게 계약금을 지급한 뒤 피고 명의 계좌로 거래 명목을 ‘축 생신’으로 기재하여 4회에 걸쳐 합계 2,000만 원을 송금하였으나, 그 전후에 피고 측에 송금사실을 고지한 적은 없었는데, 피고는 원고의 송금사실을 알고서 그 직후부터 수차례에 걸쳐 원고 측에 반환하겠다고 고지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매수인인 원고가 일방적으로 잔금 지급기일 이전에 2,000만 원을 송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매도인인 피고의 약정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피고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면서 해제 의사표시를 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계약의 내용, 잔금 지급기일을 정하는 외에 사전 지급에 관한 특약까지 명시한 점,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에 앞서 송금한 액수 및 명목, 이에 대한 피고의 반응과 조치, 그러한 상황 하에서 피고의 계약해제권 행사가 계약의 구속력의 본질을 침해하는 등 신의칙에 반하거나 원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에서는 잔금 지급기일과 관련하여 매도인인 피고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나. 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의 이행기가 매도인을 위해서도 기한의 이익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방법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따라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하여야 하는데, 이때 ‘이행의 착수’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만, 반드시 계약 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경우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임은 물론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함에 따라 입게 될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려는 것으로, 이행기의 약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등 참조).
한편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기일은 일반적으로 계약금에 의한 해제권의 유보기간의 의미를 가진다고 이해되고 있으므로, 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의 이행기가 매도인을 위해서도 기한의 이익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채무자가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채무 내용, 이행기가 정하여진 목적, 이행기까지 기간의 장단 및 그에 관한 부수적인 약정의 존재와 내용, 채무 이행행위를 비롯하여 당사자들이 계약 이행과정에서 보인 행위의 태양, 이행기 전 이행행위가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에 해당하기보다 상대방의 해제권의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착수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판결 내용
가. 원고는 계약일로부터 불과 6일 후인 2020. 11. 9. 피고에게 아무런 고지도 없이 원고가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나머지 금액 대비 약 5.2%에 불과한 20,000,000원을 일방적으로 송금하였다. 이 사건 계약은 잔금일을 2021. 1. 4.로 정하되 시공사의 일정 및 상호협의 아래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20,000,000원을 일방적으로 송금한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수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이를 반환하여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원고가 이에 불응하자 송금액에 계약금의 배액을 더하여 공탁하고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나. 위와 같은 이 사건 계약의 내용, 계약에서 잔금 지급기일을 정하는 외에 사전 지급에 관한 특약까지 명시한 점,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에 앞서 송금한 액수 및 명목, 이에 대한 피고의 반응과 조치, 그러한 상황 하에서 피고의 계약해제권 행사가 계약의 구속력의 본질을 침해하는 등 신의칙에 반하거나 원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에서는 잔금 지급기일과 관련하여 매도인인 피고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인정되므로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하기 전에 원고가 잔금 중 일부를 일방적으로 지급하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잔금 지급의 이행에 착수하였다거나 피고의 계약해제권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피고의 계약금 배액의 제공 및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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