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1다269418, 2021다269425(병합), 2021다269432(병합) 손해배상(기)
1. 판결의 요지
피고 회사는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 관하여 총공사 예정원가를 과소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제로는 손실이 발생하였는데도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제14기와 제15기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였고(이하 ‘이 사건 분식회계’), 피고 회계법인은 피고 회사의 감사인으로서 제14기와 제15기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후 ‘적정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제14기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와 그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2014. 3. 공시되었고, 제15기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와 그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2015. 3. 공시되었음(이하 통틀어 ‘이 사건 허위공시’). 피고 회사의 투자자인 원고들은 이 사건 분식회계 및 피고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피고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① 2014. 4. 1.부터 2015. 5. 3.까지 기간에 매각한 주식 또는 주가하락분에 관하여, 위 기간 동안에는 이 사건 허위공시에 관한 정보 또는 피고 회사의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보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정보 등이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위 기간 동안의 주가 하락과 이 사건 허위공시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이 깨졌다고 판단하였고, ② 2017. 3. 22. 소를 제기한 원고들이 이 사건 분식회계를 안 날로부터 1년이 도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척기간이 경과되었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원심이 근거로 삼은 사정만으로는 2014. 4. 1.부터 2015. 5. 3.까지 기간에 피고 회사의 주가가 하락한 원인이 이 사건 허위공시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를 넘어, 이 사건 허위공시가 주가 하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주가가 하락하였음이 증명되어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이 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위 기간 동안의 주가 하락과 이 사건 허위공시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이 깨졌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② 2015. 5. 4. 적자전망보도 이후 분식회계로 부양된 부분이 제거되어 정상주가가 형성되었다고 본 2015. 8. 21.까지의 주가 하락분 등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이를 인용한 원심을 수긍하여 그 부분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 제170조 제1항에서 정한 ‘손해 인과관계’의 인정범위와 손해액 산정방법
구「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162조 제1항 또는 제170조 제1항에 근거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이하 ‘사업보고서 등’이라고 한다)의 거짓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손해액은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3항 및 제170조 제2항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추정되므로 사업보고서 등의 제출인 혹은 감사인은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4항 및 제170조 제3항에 따라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와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할 수 있을 뿐이다. 손해 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은 문제된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가 손해의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 혹은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 또는 문제된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자료를 기초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추정 기대수익과 시장에서 관측된 실제수익률의 차이인 추정 초과수익률 수치를 이용하여 특정한 사건이 주가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준인지를 분석하는 사건연구(event study)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손해액 추정조항을 둔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3항 및 제170조 제2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거짓 기재가 포함된 사업보고서 등이 공시된 이후 주가가 하락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그 사업보고서 등이 공시된 이후의 주가 형성이나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가 밝혀져 시장에 알려진 이후의 주가 하락이 문제된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3163 판결,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28056 판결 등 참조). 또 거짓 기재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정식으로 공표되기 이전에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부양된 상태의 주가에 모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표일 이전에 거짓 기재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진 경우에는 주가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정을 증명하거나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증명하거나 또는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에서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정상적인 주가까지 증명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문제된 허위공시의 내용이 분식회계인 경우에는 그 성질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식회계 사실의 공표를 갈음한다고 평가할 만한 유사정보(예컨대 외부감사인의 한정의견처럼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보, 회사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정보 등)의 누출이 사전에 조금씩 일어나기 쉽다는 점에서 더더욱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 자체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 등 참조).
반면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 사실이 밝혀진 이후 그로 인한 충격이 가라앉고 허위정보로 인하여 부양된 부분이 모두 제거되어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되면 그 정상주가 형성일 이후의 주가변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정상주가 형성일 이후 주식을 매도하였거나 변론종결일까지 계속 보유 중인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라면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3항 및 제170조 제2항이 정하는 손해액 중 정상주가와 실제 처분가격(또는 변론종결일의 시장가격)의 차액 부분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4항 및 제170조 제3항이 정한 손해 인과관계 부존재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손해액은 매수가격에서 정상주가 형성일의 주가를 공제한 금액이 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86709 판결,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28056 판결 등 참조).
나.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5항, 제17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해당 사실을 안 날’의 의미와 판단기준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에 의하면 사업보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발행한 증권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손해를 입은 때에는 제출대상법인과 그 법인의 이사 등은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같은 조 제5항에 의하면 위 손해배상책임은 그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사업보고서 제출일부터 3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때에는 소멸한다. 또한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구「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 제17조 제2항에 의하면,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그 감사인은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같은 조 제9항에 의하면 위 손해배상책임은 그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
여기서 ‘해당 사실을 안 날’이란 청구권자가 사업보고서 또는 감사보고서의 허위 기재나 기재 누락의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를 의미하고, 일반인이 그와 같은 사업보고서 또는 감사보고서의 허위 기재나 기재 누락의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권자도 그러한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79674 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9233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청구권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는 허위 기재나 기재 누락이 있는 특정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및 그 작성에 관여한 이사나 회계법인을 상대방으로 특정하여야 하므로, 청구권자가 허위 기재나 기재 누락이 있는 사업보고서나 그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어떤 것인지를 인식하였거나 일반인이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경우 해당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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