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9.
10.자 2019마5464 결정
1.
판결의 요지
오픈마켓 운영자인 위반자가 자신의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도서 구매자에게 신용카드 할인쿠폰과 적립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출판법이 금지하는 ‘도서정가의 15%를 초과하는 가격할인과 경제상 이익의 제공’을 한 사안에서, 출판법상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사업자로서 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통신판매업자로 간주되며 판매자와 별도로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통신판매중개업자’도 간행물 판매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간행물의 처분권자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2.
법원의 판단
오픈마켓 운영자인 위반자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이하 ‘출판법’이라 한다) 제22조 제4항 및 제5항의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적 적극)
도서정가제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입법취지를 출판법상 간행물 유통질서에 관한 규정들의 전체 체계 속에서 살펴보면, 출판법 제22조 제4항, 제5항에 따라 도서정가제 준수의무를 부담하는 간행물 판매자에는 소비자와 간행물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좁은 의미의 매도인뿐만 아니라, 출판법상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사업자로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라고 한다)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통신판매업자로 간주되며 판매자와 별도로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통신판매중개업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은 허용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두48601 판결 등 참조).
2)
출판법은 그 입법목적인 ‘간행물의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을 제6장에서 규율하고 있다. 출판법은 제6장에서 먼저 도서정가제(제22조)를 규정한 다음, “간행물의 유통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간행물의 저자, 출판 및 유통에 관련된 자로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제23조 제1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출판된 간행물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출판사, 인쇄사, 출판된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사업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제2항). 이처럼 넓은 의미의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자’가 출판법상 간행물 유통질서 확립의무의 수범자에 해당하므로, 도서정가제의 수범자도 입법자가 명확한 법률문언으로 특별히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출판법상 간행물 유통질서의 틀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도서정가제는 출판법 제6장에서 규율하고 있는 간행물 유통질서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 만약 도서정가제의 수범자인 ‘간행물 판매자’를 좁은 의미의 ‘매도인’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경우 간행물 유통 관련자들이 법형식을 남용하여 도서정가제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3)
오픈마켓 운영자는 사이버몰의 이용을 허락하거나 자신의 명의로 통신판매를 위한 광고수단을 제공하거나 그 광고수단에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여 통신판매에 관한 정보의 제공이나 청약의 접수 등 통신판매의 일부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거래 당사자 간의 통신판매를 알선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이다(전자상거래법 제2조 제4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참조). 따라서 오픈마켓에서 간행물이 판매․유통되는 경우 오픈마켓 운영자는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자에 해당한다.
4)
일반적으로 중개인은 타인간 계약의 체결을 돕는 사실행위인 중개행위만을 할 뿐이다. 그러나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청약의 접수를 받거나 재화등의 대금을 지급받는 업무를 수행하고 통신판매업자가 전자상거래법이 규정한 일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통신판매업자를 대신하여 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이러한 책임과 관련하여 통신판매업자로 간주된다(전자상거래법 제20조의3).
5)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이 정가의 85%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최종 판매가격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나, 오픈마켓에서는 운영자가 간행물의 매도인과는 별도로 대금 결제 단계에서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매수인(소비자)은 정가의 85% 미만의 대가를 지불하고 간행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오픈마켓 운영자가 도서정가제를 위반하여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을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출판법이 허용하고 있는 경쟁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서,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이유로 이를 허용할 경우 도서정가제가 형해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6)
오픈마켓 운영자는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을 정가의 85% 미만으로 낮춤으로써 간행물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판매자로부터 지급받는 판매수수료 등이 늘어나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 또한 간편결제시스템을 통하여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다량으로 획득하고 이러한 빅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다양한 광고 상품을 만들어 오픈마켓에서 간행물 판매자에게 판매할 수 있으므로, 결국 신용카드 할인쿠폰 발급과 적립금 제공으로 인한 비용은 판매자에게 전가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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