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2016. 3.
31. 선고 2015구합102339 참여제한처분 등 취소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B대학교 C과 교수로서 ‘사업명(유형명): D, 사업단(팀)명 E 연구사업팀, 총사업기간 : 2013. 9.1. -
2020.8.31., 사업비:
221,800천원(연간)’ 사업(‘이 사건 D 사업’)의 협약당사자인 사업단(팀)장이자 ‘연구개발 사업명: F, 연구개발과제명: G, 협약연구개발비 각 연도 99,000천원, 총 연구개발기간 2012년 5월 1일부터 2015년 4월 30일’까지인 협약(‘이 사건 연구개발협약’)의 주관연구책임자인 사람이고, 피고는 이 사건 D 사업과 이 사건 연구개발협약약 전담기관이다.
나. 2014. 7.경 원고가 국가연구개발사업과 판련하여 대학원생 연구장학금을 부당집행하였다는 내용이 보도됨에 따라 피고와 B대학교는 진상 파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에 착수하였고, 2014. 8. 21. 진상조사위원회는 ‘1) 연구장학금으로 집행된 금액과 관련하여 제보자의 은행계좌를 직접 대조 조사한 결과, 확인할 수 없는 금액의 총액은 1,730,000원이며, 이 부분은 제보자 역시 기억이 ‘명확하지 못한’ 집행내역이며, A 교수는 ‘사실무근’이며, 연구실 경비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함. 2) 상기 금액 이외에는 그 집행내역이 제보자 본인의 진술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으며, A 교수는 자신이 작성한 해명서를 통해서 별도의 세부 증빙 내역을 제시하고 있음. 3) H 일보에 의해서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는 상당히 다르며,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점은 재보자인 I도 인정하고 있음. 4) 다만, 연구장학금 관리와 운영에 있어서 제보자 I는 일정 부분 A 교수가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진술한 반면, A 교수는 대체적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뿐 구체적 집행과 결정에 지시를 내리거나 간여하고 있지 않다고 진술하고 있음. 5) 연구실 공동경비 사용내역에 대한 A 교수가 제출한 증빙자료 검토 결과, 연구실 공동경비는 2013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약 3,243,500원이 사용되었음. 6) I학생 연구장학금(인건비) 계좌 입출금 내역에서 확인된 연구실 공동경비 금액(총 2,560,000원)과 확인할 수 없는 금액(총 1,730,000원)의 합계 금액(429만원)은 A 교수의 연구실 공동경비 증빙자료 상의 금액과 현재 남아 있는 잔액 (80만원)의 합(4,043,500원)과 큰 차이가 없음’이라는 진상조사결과를 보고하였다.
다. 피고의 요청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는
2014. 9.경 원고 연구실의 공동경비 운영 내역 중 공동경비 운영시점부터 현재까지 학생들로부터 반납받은 총 금액 및 관련 사업비 계정 출처, 반납된 금액의 사용 내역, 공동경비 중 등록금 지원비로 쓰여진 세부내역, D 연구장학금 중 반납된 총 금액 및 세부내역 등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하였다.
라. 피고는 2014. 11. 27. ‘D사업 B대학교 사업비 부당집행 조사 결과에 따른 정밀정산 결과’를 B대학교 총장을 수신자로 하여 B대학교 측에 이메일로 통보하면서, B대학교 연구감사팀 공동경비 추가조사 결과 및 참여연구원 면담에서 확인된 재원이 불분명한 공동경비 8,441,480원 및 기타 부적정 집행액 384,200원을 2014. 12. 15.까지 반납할 것을 통보하였고, B대학교 담당직원은 다시 원고에게 이를 이메일로 통보하였다.
마. 이에 따라 원고는 반납요청 금액 합계 8,825,680원을 반납하면서 “피고의 반납요청에 제가 응하여야 할 법적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저의 연구실에서 발생한 사항이라 연구실의 지도교수로서 가지는 책임감 및 피고와 학교와의 관계, 나아가 저와 학교와의 원만한 관계를 고려하여 요청한 급액을 반납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 피고는 2015. 3. 3. 수신자를 B대학교 총장으로 하여 ‘D 사업비 부당집행에 따른 제재조치 심의결과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원고에 대하여 사업비(학생연구장학금) 공동관리 등 부당집행을 이유로 3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참여를 제한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제1차 참여제한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사. 이후 2015. 3. 25. 피고는 수신자를 B대학교 총장으로 하여 ‘중견연구(핵심)연구비 부당집행에 따른 제재조치 심의결과 및 이의신청’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원고에 대하여 학생인건비 부당집행(회수 및 공동관리)를 이유로 3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참여를 제한하는 처분 및 부당집행 연구비 3,699,720원을 환수하는 내용의 처분(이하 ‘이 사건 제2차 참여제한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아. 이후 피고는 2015. 10. 22. 수신자를 B대학교 총장으로 하여 ‘연구비 용도외 사용으로 인한 제재조치 빛 연구비 환수 알림’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원고에 대하여 3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참여를 제한하고 부당집행된 연구비 4,741,760원에 대한 환수 처분(이하 ‘이 사건 제3차 참여제한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법원의 판단
– 피고의
처분권한 여부
가. 행정청이 행정계약에 의하여 행정목적을 수행하는 경우에 행정청이 계약조항을 근거로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내용의 변경을 거부하거나 해약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계약내용에 따라 일정한 금원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조치는 협약의 당사자가 아닌 다른 중앙행정기관 등이 행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하여도 원고의 참여가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원고의 권익을 침해하는 제재적 처분으로서 행정청의 사인에 대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른바 법률유보의 원칙상 법률 또는 하위법령에 명시적인 근거를 가져야 한다. 또한 행정권한의 위임은 행정관청이 법률에 따라 특정한 권한을 다른 행정관청에 이전하여 수임관청의 권한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권한의 법적인 귀속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법률이 위임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의 근거법령은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학술진흥법 제20조 및 동법 시행령 제20조, 교육부 소관 이공분야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이하 ‘교육부 처리규정’이라 한다) 제45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관리규정’이라 한다) 제27조,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이하 ‘미래창조과학부 처리규정’이라 한다) 제21조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연구책임자 등에 대하여 소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9항에서 참여제한 사유별 참여제한기간과 사업비 환수액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참여제한기간 및 사업비 환수액의 감면 등에 관한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한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 처리규정(교육부훈령 제96호) 제9조에 의하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미래창조과학부 처치규정(미래창조과학부훈령 제164호) 제10조에 의하여, 피고 한국연구재단을 전문기관으로 각 지정하였는데,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제4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안정하는 경우에는 소관 법령으로 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과제 기획등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획 등을 대행하는 자(이하 ‘전문기관’여라 한다)에 대하여 기획 등의 수행에 사용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관리규정 제2조 제6호, 제27조 제5항, 제7항은 전문기관이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기획,관리,평가 및 활용 등의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설립하거나 지정한 기관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전문기관의 장에게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제재조치 평가단 구성,운영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라. 따라서 과학기술기본법 및 관리규정 등에 의할 때, 중앙행정기관의 장인 교육부 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기획, 관리, 평가 및 활용 등의 업무에 관하여는 과학기술기본법상 전문기관인 피고 한국연구재단에게 위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외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등 제재조치에 관한 교육부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권한을 피고에게 위임하여 이에 관한 권한의 법적 귀속이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법률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위와 같이 피고에게 위임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기획, 관리, 평가 및 활용 등에 관한 권한의 범위에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및 연구개발비 환수 등 제재권한까지 포함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 및 환수 처분은 법령상 권한 없는 자가 한 처분이어서 위법하다.
마. 나아가 행정기관의 권한에는 사무의 성질 및 내용에 따르는 제약이 있고, 지역적,대인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 즉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은 원칙적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3누6621판결,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누4374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두 10704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과학기술기본법과 대통령령인 관리규정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등과 같은 제재조치의 처분권자를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정하고 있고, 달리 위 제재조치 권한을 전문기관의 장인 피고에게 위임하는 수권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은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이다(다만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의 무효확인이 아닌 취소를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따라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을 취소한다). 비록 이 사건 연구개발협약 제17조 제2항에는 피고가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공법상 계약조항에 의하여 사법적 권리를 실행(예컨대 계약의 해제 및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의 정부출연금 환수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나아가 이에 근거하여 공권적 강제력을 가지는 침약적 행정처분까지 할 수 있다고 보면 행정청의 침해행위는 법령에 근거하여서만 행하여져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잠탈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계약의 일방당사자로서 스스로 정한 것에 불과한 이 사건 연구개발협약의 조항이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의 법적 근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바. 따라서 처분권한이 없는 피고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각 참여제한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들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피요 없이 위법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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