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020 판결
1.
판결의 요지
보험자인 피고가 보험계약자인 원고에게, 원고가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그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의 해지 통지를 하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보험계약의 존재 확인을 구한 사건에서, 부당 지급 보험금의 액수,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보험계약 전부가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사안입니다.
2.
적용법리
가. 보험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생긴 때 상대방의 해지권 인정 여부(적극)
보험계약은 장기간의 보험기간 동안 존속하는 계속적 계약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위험의 우려가 있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다.
나. 보험계약자 측이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그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해지권 인정 여부(적극) 및 그 요건
보험계약자 측이 입원치료를 지급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이를 지급받았으나 그 입원치료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입원치료를 받게 된 경위,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입원을 하였는지 여부,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입원 일수나 그에 대한 보험금 액수, 보험금 청구나 수령 횟수, 보험계약자 측이 가입한 다른 보험계약과 관련된 사정, 서류의 조작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험계약자 측의 부당한 보험금 청구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보험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위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
한편 이러한 해지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므로, 보험자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거나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자가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험계약상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이러한 해지권은 보험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또 구체적 사안에서 해지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가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반환받는 것을 넘어서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은 자칫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자가 이와 같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다.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해당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해지의 효력이 해당 보험계약 전부에 미치는지 여부(적극)
보험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의 윤리성과 선의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특성으로 인하여 당사자 사이에 강한 신뢰관계를 요구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로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상대방이 그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당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해당 보험계약의 주계약이 아닌 특약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중대하여 이로 인해 보험계약 전체가 영향을 받고 계약 자체를 유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의 효력은 해당 보험계약 전부에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3.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5. 11. 14. 피고와, 피보험자, 후유장해보험금 수익자 및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각 원고로 하고, 상해․사망 또는 후유장애 발생 시 정액 보험금 지급을 기본계약으로,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통원 의료비, 입원 일당 등을 보장하는 것을 선택계약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장기간 입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를 포함하여 8개 보험회사로부터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보다 다액의 입원 의료비 등 보험금을 지급받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다.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관련 형사사건에서 공소가 제기된 기간 동안 지급한 보험금의 부당 편취를 원인으로 하여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질병 입원 의료비 보장 특약(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 등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여 이 사건 보험금 청구를 하였는데,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 중 이 사건 보험금 청구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합계 11,045,855원 상당이다.
마. 피고는 2018. 7. 27. 원고에게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음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4조 제1항 제1호, 제3호, 상법 제653조, 제659조를 근거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이 사건 해지 통지를 하였다.
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4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제1항은 피보험자나 계약자의 고의를 원인으로 하여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이러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 특약에 관한 특별약관 제2조(보상하지 않는 손해) 제1항과 제2항은 보통약관 제2조와 내용이 동일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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