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두60523 판결
1.
판결의 요지
폐광된 광산에서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입은 원고가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일 이후 장해등급 상향판정을 받고 그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액의 재해위로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진폐보상연금을 받고 있을 뿐 장해급여를 받고 있지 않은 원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진폐보상연금’을 받는 근로자가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0. 12. 31. 대통령령 제132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 제4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액의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진폐증의 특성을 기초로 관련 규정의 내용과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입법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폐광된 광산에서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일인 2010. 11. 21. 이후에 장해등급이 확정’되어 장해급여(장해보상연금 또는 장해보상일시금)가 아닌 진폐보상연금을 받게 되었더라도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3.
사실관계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87. 12. 26.부터
1990. 2. 28.까지 ○○ △△광업소(이하 ‘이 사건 광업소’라고 한다)에서 채탄부 광원으로 근무하였고, 이 사건 광업소는 1990. 4. 13. 폐광되었다.
2)
원고는 이 사건 광업소 근무 중이던 1988. 6. 23. ‘진폐병형 2/2형, 심폐기능 F0(정상)’으로 진단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장해등급 11급 판정을 받고 1989. 3. 8. 장해보상일시금 2,283,420원을 지급받았다.
3)
원고는 이 사건 광업소 폐광 후인 2010. 1. 6. ‘진폐병형 1/0형, 심폐기능 F1(경도장해)’ 판정을 받았고 그에 따라 장해등급 7급으로 상향되어 2010. 6. 14. 장해보상일시금(지급기간 2010. 1. 6. 기준 등급차액에 따른 장해급여) 33,821,560원을, 2011. 4. 29. 장해보상일시금(지급기간 2010. 1. 6. 기준 정정분 장해급여) 5,719,240원을 각 지급받았다.
4)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어(이하 ‘개정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진폐에 관해서는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제36조 제1항, 제91조의3, 제91조의4).
5)
원고는
2017. 3. 20. ‘진폐병형 1/0형, 심폐기능 F2(중증도장해)’ 판정을 받고 장해등급이 3급으로 상향되었으며,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라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라 ‘진폐보상연금’을 받는 근로자가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0. 12. 31. 대통령령 제132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 제4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액의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4.
법원의 판단 - 진폐보상연금을 받는 근로자가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인지 여부
진폐증의 특성을 기초로 관련 규정의 내용과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입법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폐광된 광산에서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인 2010. 11. 21. 이후에 장해등급이 확정’되어 장해급여(장해보상연금 또는 장해보상일시금)가 아닌 진폐보상연금을 받게 되었더라도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조항은 전문에서 “…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이라고 규정하고, 후문에서 “이 경우 재해위로금액은 … 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문이 ‘지급 대상(지급요건)’에 관한 규정이고, 후문은 전문의 지급요건이 충족된 자에게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의 ‘금액 산정기준’을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조항 후문의 제정 당시에는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폐광된 광산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고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근로자와 그 유족은 모두 장해보상일시금과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재해위로금액의 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이지, 오로지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받은 경우에만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이 사건 조항 후문이 제정된 것은 아니다.
나.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산업재보상보험법(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장해급여 및 유족급여와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른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은 ‘진폐로 인하여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근로자’와 ‘그 근로자가 진폐로 사망한 경우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험급여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동일하고, 단지 보험급여의 명칭과 액수, 지급방식만 바뀐 것이다. 진폐병형과 심폐기능 정도의 판정기준, 증상의 정도에 따른 장해등급 기준이 같으므로 같은 급수의 장해등급이라면 개정 산재보험법에 의해 ‘진폐보상연금을 받는 장해’와 구 산재보험법에 의해 ‘장해보상연금 또는 일시금을 받는 장해’는 진폐로 인한 장해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개정 산재보험법 제57조 제2항, 제91조의8 제1항 및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별표 6], 제83조의2 제1항 [별표11의2] 참조).
다. 폐광일 전에 발생한 진폐증이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전에 장해등급이 확정’되어 ‘장해급여’를 받게 될 것인지,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이후에 장해등급이 확정’되어 ‘진폐보상연금’을 받게 될 것인지는 예측 곤란한 진폐증의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 또한 그 근로자가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전에 사망’하여 그 유족이 ‘유족급여’를 받게 될 것인지, 아니면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이후에 사망’하여 그 유족이 ‘진폐보상연금’을 받게 될 것인지 역시 진폐증의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
라. 개정 산재보험법은 진폐근로자 간 보상의 형평성을 높이고 진폐근로자의 생활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데 그 취지가 있으며, ‘진폐보상연금을 받는 근로자’와 ‘진폐유족연금을 받는 유족’에게 석탄산업법상 재해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법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2014. 12. 9. 대통령령 제25831호로 개정된 석탄산업법 시행령 제41조 제4항 제5호 가.목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2에 따라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경우’를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전까지는 ‘진폐보상연금을 받는 근로자’와 ‘진폐유족연금을 받는 유족’에 대하여도 석탄산업법상 재해위로금이 지급될 수 있음을 전제로 법령 개정을 통하여 이와 달리 규율하였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마. 근로자가 지급받는 급여가 ‘장해급여’인지 ‘진폐보상연금’인지에 따라 재해위로금 지급 여부를 달리 할 경우, 실제 지급받는 ‘급여 액수’에 따라서도 재해위로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개정 산재보험법의 부칙 제2조 제2항은 종전 규정에 따라 진폐로 인하여 장해보상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이 법 시행 후에 진폐장해등급이 변경된 경우 종전 규정에 따라 산정된 장해보상연금액이 개정 규정에 따라 산정된 진폐보상연금액보다 많은 경우에는 종전 규정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계속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종전 규정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만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볼 경우, 똑같이 진폐로 업무상 재해를 입고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인 2010. 11. 21. 이후에 장해등급이 상향되었음에도 장해보상연금액이 진폐보상연금액보다 높아 계속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는 재해위로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진폐보상연금액이 장해보상연금액보다 더 높아 진폐보상연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는 재해위로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바. 진폐보상연금과 진폐유족연금을 받는 자에 대하여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보상일시금 산정기준(제57조 제2항 [별표2])과 유족보상일시금 산정기준(제62조 제2항 [별표3])을 유추적용하여 재해위로금액을 산정한다고 하여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산재보험법은 장해특별급여나 유족특별급여의 경우, 진폐보상연금이나 진폐유족연금을 받는 자에 대하여도 장해급여나 유족급여를 받는 자와 마찬가지로 장해보상일시금이나 유족보상일시금 산정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금액 산정방식을 정하고 있다(개정 산재보험법 제78조, 제79조, 같은 법 시행령 제73조 제2항, 제74조 제1항).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라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을 받는 경우’와 구 산재보험법에 따라 ‘장해급여 및 유족급여를 받는 경우’ 사이에 급여액에 일부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석탄산업법에 따른 재해위로금과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는 제도의 취지 및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산재보험법 개정 및 그에 따른 보험급여의 액수 증감과 무관하게 종전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석탄산업법에 따른 재해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하여 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원고는 이 사건 광업소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고 폐광 후인 2017. 3. 20. 최종적으로 장해등급 3급 판정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조항 전문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
2)
원고가 지급받을 재해위로금액은 이 사건 조항 후문에 따라 ‘장해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이므로, 개정 산재보험법 제57조 제2항 [별표2]에서 정한 장해보상일시금 산정기준을 유추적용하여 산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재해위로금의 지급 대상이 되기 위하여는 이 사건 조항 전문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후문에서 정한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지위까지도 있어야 한다고 보아,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받고 있을 뿐 장해급여를 받고 있지 않은 원고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석탄산업법에 따른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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