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고,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서 채무자에 의한 채무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채권자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5216 판결 등 참조).
이 때에 묵시적 승인이 존재하였는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하게 되고, 그러한 취지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해석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다25299 판결).
위 사건에서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가 주채무자인 한국주택 주식회사에게 어음할인의 형식으로 대출하여 준 액면금 5억 원, 지급기일 1998. 1. 19.의 이 사건 어음거래약정서상 연대보증인란에 서명·날인이 되어 있는 피고에 대하여 위 대출금 일부의 최종 변제일인 1998. 12. 30.부터 5년의 상사시효기간이 지난 2004. 6. 23. 피고 소유의 차량들에 대하여 가압류집행을 한 데 이어 2005. 2. 24. 위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한 사실,
피고는 위 지급명령에 기한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위 연대보증인란 기재는 주채무자를 달리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무효이거나 착오 또는 사기를 이유로 취소되었고 그렇지 않다 해도 통정허위표시 내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하고,
나아가 제1심 진행중인 2006. 11. 6.자 준비서면에서 원고가 1998. 2. 21. 이후 7년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다음 제1심 변론종결 이후인 2007. 2. 16.자 준비서면에서 소멸시효의 항변까지 정식으로 제기하는가 하면,
제1심의 원고 승소판결에 대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제1심에서와 같은 취지로 위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는 외에 제1심에서 판단하지 아니한 소멸시효의 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한편,
제1심판결 선고 직전인 2007. 2. 16.에는 원고 은행 대표이사 등을 위 연대보증인란 위·변조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까지 하고, 2007. 5. 31.자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까지 제기하는 등 이 사건 소송 내내 위 연대보증채무 성립의 원인관계 및 존속 여부를 극력 다투어 온 사실,
2007.
9. 28.자 원고의 준비서면에 따르면 원심이 지적한 2억 원의 합의안은 제1심판결 선고 후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상무이사인 소외 2를 원고에게 보냄으로써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직원 소외 3의 원심 증언에 의하면 그와 같은 피고측 제의에 대해 원고는 2억 원으로는 협의가 되지 않고 전액 상환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원고가 원심에서 위 2억 원의 합의안 제의사실 등을 들어 시효이익 포기의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피고가 그 협상의 경위 및 피고측 의도가 그와 다름을 상세히 해명하면서 이를 적극 다툰 사실(2007. 10. 4.자 피고 준비서면 등) 등의 사정이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나아가 2억 원의 합의안 제의에 관하여 피고는 원심에서, “피고 회사의 상무이사 소외 2가 원고에게 합의안을 제의한 것은,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의 존재를 다투는 일방, 다른 한편으로 피고 회사 소유 차량들에 대한 원고의 가압류집행 등으로 말미암아 피고 회사의 차량대여 영업에 큰 지장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미봉책으로나마 피고측의 일정액 지급과 항소 및 형사고소 취하 등의 조치와 원고측의 이 사건 소 취하 및 권리보전조치 해제 등의 조치를 상호 교환조건으로 내세워 원고측의 협상의사를 확인해 본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는바, 피고의 위와 같은 해명은 그 자체로 충분히 수긍할 만한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객관적 사정들에도 부합하는 합리적 의사해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원고가 피고의 위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 전액의 지급을 요구함으로써 절충안 도출을 위한 구체적 논의에 조차 이르지 못하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협상과정의 한 단면만을 들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채무승인의 뜻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피고의 의사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볼 것이다
대법원은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에서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고, 이것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면서,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 여기에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반하여 시효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가 인정되려면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면서,
소송에서의 상계항변은 일반적으로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으로 피고의 금전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자동채권으로 상계를 한다는 예비적 항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대여금채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소멸시효항변이 있었던 경우에, 상계항변 당시 채무자인 피고에게 수동채권인 대여금채권의 시효이익을 포기하려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이 속심적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제1심에서 공격방어방법으로 상계항변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후 항소심에서 소멸시효항변이 이루어진 경우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소멸시효의 완성, 채무승인, 시효이익의 포기는 서로 다른 기준이 작용하고 있어 사건 판단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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