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8다304014 보험금
1. 판결의 요지
원심은 영문 보험계약에 면책사유로서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은 단순히 법령의 위반을 알았거나 법령 위반이라는 결과 발생을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계획적인 법령 위반으로 좁혀 해석해야 하는데, 원고의 불충분한 담보 제공 행위가 계획적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곧바로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고,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다음(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2209 판결의 취지 참조), 원심이 원고의 불충분한 담보 제공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관해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면책조항은 면책대상인 ‘부정행위(Dishonesty)’의 유형으로 ‘any wil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이하
‘이 사건 면책사유’라 한다)와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을 들고 있다. 원문에 따를 때,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번역본과 같이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은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2209 판결의 취지 참조).
나.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본다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는 이 사건 담보가
설정된 구체적 경위, 투자자에 대한 설명노력의 정도, 영구사용권에 기초한 개발사업권의 담보로서의 실질적 가치, 이 사건 개발사업의 무산에 따른 담보가치의 변동과 그 예견가능성, 금융감독원에 대한 질의의 정확한 경위와 내용 등에 관한 심리 결과에 따라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살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 더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면책조항 단서의 원문은 ‘provided that
this exclusion shall not apply to the Company's obligation to advance Defense
Costs or Legal Representation Expenses under extension 6.(a) hereof until a
final adjudication in any proceeding establishes such a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 or willful violation or breach.’으로 되어 있다. 이는 번역본과 달리 ‘다만 이 면책조항은 고의적 기망행위 또는 법령위반에 관하여 소송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 약관 부칙 제6조 a항에 따른 피고의 선지급 방어비용 또는 법률대리인 선임비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번역이다. 원심은 위 원문을 ‘법원의 고의의 기망행위 또는 법령위반행위에 대한 확정판결이 없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오역한 번역본을 그 판단근거 중 하나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올바른 원문을 근거로 삼아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인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판단만을 하였을 뿐, 나아가 원고의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피고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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