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다261605 손해배상(기)
1. 판결의 요지
종중인 원고(도급인)가 피고 회사(수급인) 및 피고 회사 대표이사와 원고의 총무였던 사람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피고 회사 대표이사 등이 도급계약서를 위조하여 건물 신축에 있어 정당한 부가가치세를 초과한 부분을 편취하였거나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회사가 위 부분 상당액을 부당이득하였다는 이유로 반환을 구하는 사안입니다.
원심은, 원고 대의원회의에서 이 사건 소 제기에 관한 사항 등이 의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규약 제12조는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함으로써 종중총회의 역할과 권한을 포괄적으로 정기 대의원회의에 양도·위임하고 있어 이는 사단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총회를 배제하고 형해화하는 규정이므로 무효라고 본 다음, 이 사건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직권으로 판단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고 규약 제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원고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 부분 규약이 무효인지 따라서 이 사건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소각하한 원심판결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 관점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석명의무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가. 종중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에서 그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것으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가 당사자 사이에 쟁점이 된 바가 없음에도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이를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에 석명의무 위반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적극)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37185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516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6973 판결 등 참조).
나. ‘정기 대의원회가 총회를 갈음한다’는 원고 규약 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소극)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그리고 종원 상호 사이의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족 집단체로서, 종중이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4702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보면,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30566 판결 참조).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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