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89680 보험금
1. 판결의 요지
원고(보험계약자)와 피고(보험회사)가 피보험자를 원고의 자녀인 A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원고로 각각 정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항 중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상해사망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5조 제1항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규정하고, 제16조 제1항 제2호는 계약 후 알릴 의무 불이행을 계약 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약관조항’).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 A는 청약서의 ‘9.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란에 ‘아니오’라고 표시하였는데, 그 후 A는 배달전문 음식점을 개업하고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여 이동하던 중 만취 상태로 운행 중이던 차량에 충돌하여 사망하였습니다.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피보험자 A는 이 사건 약관조항에 따른 계약 후 알릴 의무와 상법 제652조의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내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ㆍ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약관조항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피보험자 A가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보험계약자인 원고 또는 피보험자인 A가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ㆍ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 상법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계약해지의 의사표시 당시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과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 위반을 각각 해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제1심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A의 이 사건 약관조항에 따른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과 별도로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였음에도, 원심은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만 판단하고,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를 구체화한 보험약관조항에 대하여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명시ㆍ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이 체결됨으로써 보험자가 그 약관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지 못하게 된 경우, 그 보험계약에 대하여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 이러한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인정되는 의무가 아니라 상법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정의무로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
만약 보험약관에서 ‘보험기간 중에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면, 그 약관조항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것으로 상법 제652조 제1항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가 위 약관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 아닌 한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본소), 2009다91323(반소)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다291449 판결 참조].
그러나 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을 뿐이고, 이때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까지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해태하였다면,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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