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대상인 소송물은 일반적으로 법원의 심리 및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1개의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물은 원칙적으로 1개이나, 어떠한 경우에 동일성이 있는 처분으로 해석할 것인가는 처분에 따라 일정하지 않습니다. 과세처분의 경우 증액경정처분이 거듭되어도 이는 특정 과세기간에 성립한 납세의무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의 처분은 뒤의 처분에 흡수되어 전체로서 소송물은 여전히 1개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하여 수 개의 과세 처분이 있는 경우 각 납세의무가 양립될 수 없는 중복과세처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세목별로 별개의 소송물을 구성합니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은 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므로 취소소송의 심판의 대상인 소송물은 처분에 대한 취소사유인 위법성 일반입니다. 따라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도 ‘과세처분의 위법성 일반’이고, 이는 과세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을 의미합니다. 실체적 위법을 이유로 과세처분을 다투는 조세소송은 항고소송의 형태를 빌려 세액의 존부 및 범위를 다툰다는 점에서 일반 행정소송과는 구별되고,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관청의 과세처분에 의하여 인정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 존부’입니다.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의 범위인 심판의 범위에 관하여는 총액주의와 쟁점주의의 대립이 있는데, ‘총액주의’가 통설 및 판례의 입장입니다. 총액주의에 의하면,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과세관청이 결정한 세액의 객관적 존부이고, 과세처분의 적법 여부는 그 처분에 의하여 인정된 세액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게 됩니다. 즉, 1) 과세관청이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구체적으로 산출·결정하는 과정에서 그 계산방식 등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하여 부과고지된 세액이 원래 당해 납세의무자가 부담하여야 할 정당세액의 범위를 넘지 아니하고 그 잘못된 방식이 과세단위와 처분사유의 범위를 달리하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그 정당세액 범위 내의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2) 과세관청인 피고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객관적인 과세표준과 세액을 뒷받침하는 모든 주장과 자료를 제출할 수 있고 법원도 변론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과세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고, 3)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도 허용되고 이러한 동일성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과세단위로 구분됩니다.
또한 4) 1개의 과세단위에서는 세액의 합계액에 있어 원인이나 원천이 되는 각각의 원천별 세액의 증감사항은 모두 통산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종합소득세와 같이 세액과 전체의 과세표준이 하나이면서 그 각 소득을 구성하는 개개의 소득(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에 대한 과세표준 산정방법이 별도로 있는 경우에도 소득종류별로 별개의 소송물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는데, 법원은 이자소득과 부동산 임대소득은 소득세법상 합산과세 되는 종합소득이라 하여도 과세요건과 소득금액의 산정방식 등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납세의무자의 소득이 부동산 임대소득이라 하여 과세되었으나 이자소득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사유를 변경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세액을 주장 및 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당해 처분 전부를 취소하여야 하고, 법원이 정당한 이자소득세를 산출하여 이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만 부과처분을 취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5)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경정청구가 이유 없다고 내세우는 개개의 거부처분사유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므로 과세관청은 당초의 거부사유 이외에 다른 거부사유를 소송에 이르러 새로이 주장할 수 있고, 6) 총액주의의 입장에서도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위법성 일반이므로, 과세처분에서의 절차적 위법도 취소사유로서 심판의 대상이 됩니다. 과세관청이 조사방법을 잘못 선택하였거나 과세대상을 잘못 인정한 경우 등에는 취소사유가 되고, 추계과세의 합리성과 타당성에 대한 과세관청의 입증이 없으면 법원은 과세관청이 한 추계조사에 의한 과세가 위법하다고 하여 과세처분 전부를 취소하게 됩니다.
무효확인소송의 심판대상인 소송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세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는 청구취지만으로 소송물의 동일성이 특정되므로 당사자가 청구원인에서 무효사유로 내세운 개개의 주장은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여,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그때까지 제출하지 않은 공격방어방법은 그 뒤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여 이를 주장할 수 없고,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사실심 변론종결 이전의 사유를 들어 다시 그 부과처분의 무효를 주장하고 이로써 압류처분의 무효를 다툴 수 없습니다. 2) 당사자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이 심리한 결과 취소사유만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청구에는 원고가 그 처분의 취소는 구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지 아니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취소판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실무상으로는 취소소송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 취소청구를 인용하려면 그 소가 항고소송의 제소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3) 과세처분에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흠이 있는데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 무효확인판결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법원은 무효선언을 구하는 취소소송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제소기간이나 전심절차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바로 취소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심리한 결과 무효사유가 있음이 밝혀졌으나 제소기간이나 전심절차를 갖추지 못한 경우인데, 법원은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는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과세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여부를 석명할 의무에 대하여도 대체적으로 부정적 입장이나, 대개는 원고가 청구취지 변경 등을 하는 것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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