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법은 근거과세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을 조사결정하는 때에는 납세의무자가 비치·기장하고 있는 장부와 이에 관계되는 증거자료를 근거로 하여야 합니다. 다만, 장부의 기록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장부의 기록에 누락된 것이 있을 때에는 과세관청이 조사한 내용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그 조사한 사실과 결정의 근거를 결정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국세기본법 제16조). 이는 과세관청의 자의를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과세, 공평한 과세의 실현, 납세의무자의 재산권 보장 등을 목적으로 합니다.
또한 과세를 위해서는 실지조사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과세표준과 세액의 원칙적인 조사결정방법은 장부 등 제반 증거서류에 기초한 실지조사방법이고, 납세의무자가 장부나 증거서류 등을 작성·비치하지 않음으로써 과세관청이 직접적인 과세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직접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자료가 현저히 부정확하거나 신뢰성이 결여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추계조사방법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도 “종합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은 실지조사의 방법에 의하여 밝혀진 실액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추계조사 방법에 의하여 이를 결정하려면 납세자의 장부나 증빙서류 등이 없거나 그 중요 부분이 미비 또는 허위로 기재되어 신뢰성이 없고 달리 과세관청이 그 소득의 실액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납세자가 소득세법이 정하는 장부를 비치·기장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계약서 등 다른 증빙서류를 근거로 과세표준을 계산할 수 있다면 과세표준과 세액은 실지조사 방법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추계조사 방법에 의해서는 아니 되며, 납세자 스스로 추계의 방법에 의한 조사결정을 원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추계조사의 요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실지조사는 그것이 실제의 수입을 포착하는 방법으로서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방법상의 제한은 없고, 근거과세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과세자료에 기초하였다면 적법한 실지조사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납세의무자의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이를 경정함에 있어서는 장부나 증빙에 의함이 원칙이라고 하겠으나, 진정성립과 내용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다른 자료’에 의하여서도 이를 경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과세관청이 세무조사에 의하여 밝혀낸 탈루소득에 관하여 납세의무자의 금융기관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그 총수입금액을 결정한 경우, 분양한 연립주택이 모두 면적이 같고 분양시기도 비슷하여 각 층별로 조사된 1세대의 분양대금에 분양세대수를 곱한 금액을 위 분양으로 인한 총수입금액으로 결정한 경우, 식당의 매출누락액을 납세의무자 작성의 확인서와 매출누락명세서에 기초하여 인정한 경우 등을 적법한 실지조사방법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과세의 근거자료가 되는 모든 자료가 과세자료가 되지만, 일반적으로 세금계산서, 납세자가 비치 기장한 장부 등이 중요한 과세자료가 됩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의 과세자료 수집에 납세의무자가 언제나 임의로 협력하는 것은 아니고 세금을 탈루하는 납세의무자들은 세금계산서 등 원천 증빙자료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고 장부도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 과세관청은 객관적인 과세자료에 근거하여 실제 포탈세액을 산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과세관청은 납세의무자나 관련자들이 수사과정이나 세무조사과정에서 포탈세액을 자인하는 취지로 작성한 확인서나 진술서 등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재판과정에서도 위와 같이 작성된 확인서나 진술서 등이 증거가치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법원도 수사과정이나 세무조사과정에서 작성된 확인서 등도 그 작성의 경위와 그 내용을 검토하여 당사자나 관계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것이 아니고 그 내용 또한 과세자료로서 합리적이어서 진실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과세자료로 삼을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는 과세의 근거자료로 삼은 확인서 등의 기재내용이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확인서 등에 기재된 내용이 다른 근거자료의 내용과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개별 사안별로 확인서 등이 과세자료로서의 적격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게 됩니다.
과세자료로서 적격성이 인정된 사례로는, ① 공무원이 소속한 상급기관의 자체조사과정에서 그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한 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에 관하여 조사관과의 문답내용을 기재한 진술서가 작성된 경우,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납세의무자로부터 일정한 부분의 거래가 가공거래임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받은 경우, 위 각 확인서, 진술서 등이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작성되었거나 혹은 그 내용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입증자료로 삼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확인서 등의 증거가치는 쉽게 부인할 수 없다고 한 사례, ②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과 세액 등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이를 경정함에 있어서는 장부나 증빙 등에 의함이 원칙이겠으나 다른 자료에 의하여 그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음이 인정되고 실지조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 다른 자료에 의하여서도 경정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내용을 담은 문서(진술조서 등)도 그 진정성립과 내용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다른 자료의 하나로서의 적격을 갖는다고 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
반면에 과세자료로서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로는, ① 수사기관 또는 과세관청의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납세의무자 아닌 자의 진술이 기재된 전말서 등은 그 진술내용에 부합하는 증빙자료가 있거나 납세의무자에 대한 사실 확인 등의 보완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납세의무자 아닌 자의 일방적 진술을 기재한 것에 불과하여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자료로 삼을 수 없다고 본 사례, ②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나 그 직원 또는 관련업체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의 진술을 녹취한 조서나 또는 그들이 수사관의 요청에 의하여 수사자료에 공할 목적으로 작성한 서류 및 수사관이 수사상 작성한 일방적인 자료들만으로 신고누락 수입금액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③ 세무공무원이 수사기관에서 통보해 온 메모지와 잡기장 등 수사서류에 대한 진부확인이나 실지조사를 한 바도 없이 이를 진실한 것이라 믿고 이를 기초로 하여 부과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근거과세의 원칙에 위배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본 사례, ④ 납세의무자가 제출한 매출누락사실을 자인하는 확인서에 매출사실의 구체적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아 그 증거가치를 쉽게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아니 한다면, 비록 납세의무자의 확인서라고 하더라도, 이는 실지조사의 근거로 될 수 있는 장부 또는 증빙서류에 갈음하는 다른 자료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
결국 수사과정 또는 세무조사과정에서 납세의무자 등이 작성한 확인서나 진술서 등이 적법한 과세자료로 되기 위해서는, ① 확인서나 진술서가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 ② 확인서 등의 기재내용에 거래상대방, 거래일시, 거래방법 등 구체적인 거래내역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③ 확인서 등의 기재내용에 부합하는 다른 증빙서류가 있는지 여부, ④ 납세의무자의 구체적인 업종, 업태, 거래방식 등에 비추어 과세관청이 확인서 등에 기재된 거래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용이한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과세자료로서의 적격성을 갖추지 못한 자료를 근거로 한 부과처분은 근거과세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게 됩니다. 법원은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확인서, 명세서, 자술서, 각서 등이 과세관청 내지 그 상급관청이나 수사기관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강요로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별다른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것이라면 이러한 자료들은 그 작성경위에 비추어 내용이 진정한 과세자료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과세자료에 터 잡은 과세처분의 하자는 중대한 하자임은 물론 위와 같은 과세자료의 성립과정에 직접 관여하여 그 경위를 잘 아는 과세관청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보아 무효사유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추계조사에 의한 결정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실지조사방법을 통해 관련 장부 등 직접적인 증거자료를 근거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경정하여야 하지만, 납세의무자의 장부나 증빙이 불비·부실하여 실지조사방법에 의하더라도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경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간접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추측을 토대로 소득 등을 추계하여 과세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추계과세라 합니다.
추계과세는 장부 기타 증빙서류 등에 의하여 산출한 실액에 의하여 과세표준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추계과세의 허용요건 또는 추계과세의 필요성이라 한다) 장부 기타 증빙서류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지조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실지조사결정을 하여야 하고 바로 추계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납세자가 비치·기장한 장부나 증빙서류 중 일부 허위로 기재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사실에 부합하는 자료임이 분명하여 이를 근거로 과세표준을 계산할 수 있다면 그 과세표준과 세액은 실지조사의 방법에 의하여 결정하여 합니다.
수입금액을 추계방법에 의하여 결정하더라도 필요경비는 실지조사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면 이 부분까지 추계방법에 의하여 결정할 수는 없고, 실지조사에 의한 부과처분이 결과적으로 추계과세에 의한 부과처분보다 불리하다거나 납세자 스스로 추계의 방법에 의한 조사결정을 원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추계과세요건이 갖추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추계과세의 사유는 개별 세법에서 독자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체로 ① 과세표준을 계산함에 있어서 필요한 장부와 증빙서류가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미비 또는 허위인 경우, ② 기장내용이 시설규모, 종업원 수, 원자재, 상품 또는 제품의 시가, 각종 요금 등에 비추어 허위임이 명백한 경우, ③ 기장내용이 원자재사용량, 전력사용량, 기타 조업상황에 비추어 허위임이 명백한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법원은 임대인이 보증금에 의한 수입 내지 소득계산에 필요한 장부와 증빙서류를 구비하지 않고 있거나 구비하고 있더라도 보증금과 임료의 기장이 누락된 경우, 납세의무자가 발행한 세금계산서 중 84.16%가 실제 매출처와 다르게 발행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등을 추계과세의 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세법에서는 개별 세법마다 소득금액의 추계방법과 수입금액의 추계방법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추계과세의 방법 중 어느 방법을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과세관청의 자유재량에 맡겨진 것이 아니고 구체적 실정을 바탕으로 하여 개별적으로 가장 합리성이 있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합리성이 없는 방법을 택하였을 경우에는 그 과세처분은 위법합니다.
추계과세의 요건인 추계과세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에 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므로, 추계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은 ① 추계에 의한 과세가 적법하다는 것, 즉 추계과세의 허용요건(필요성)이 구비되었다는 것, ② 추계의 기초사실이 정확하다는 것, ③ 추계방법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의 실정에 적합하다는 것을 모두 입증하여야 합니다. 법원도 추계조사결정은 실지조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추계과세의 필요성은 과세관청인 피고가 입증하여야 하고, 나아가 추계방법 및 내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점에 관하여도 과세관청이 입증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 입증의 정도는 과세관청의 입증책임을 경감하여 과세관청이 관계 규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추계하였다면 그 합리성과 타당성은 일단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경우 그 구체적인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좀 더 사실과 근접한 추계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입증의 필요는 납세의무자에게 돌아갑니다.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그 추계과세의 요건에 관하여 입증하지 못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한 추계과세가 위법하므로 이를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법원은 추계의 요건이나 방법이 잘못된 과세처분이라 하여도 실지조사방법에 의하여 산출될 정당한 세액이 입증된 경우에는 그 초과부분만을 취소하여야하고 추계조사에 의한 세액이 정당세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경우 법원이 적극적으로 실지조사에 의할 경우의 정당한 세액이나 또는 다른 정당한 추계방법을 찾아내어 적법한 세액을 계산할 의무까지 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세법은 추계방법에 대한 규정만이 있을 뿐 추계의 범위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과세관청이 총수입금이나 소득을 추계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전부를 추계하지 아니하고 일부에 대해서만 추계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먼저, 부분추계가 허용되는 경우입니다. 소득세법상 총수입금액과 과세표준은 각 그 산출근거와 단계를 달리하므로 그 조사방법은 결정사유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에 따라 각별로 결정되어야 하고 양자가 반드시 동일한 방법에 따라 조사·결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필요경비를 산출할 수 있는 장부 또는 증빙서류가 없어 소득표준율을 적용하여 과세표준을 추계의 방법으로 결정하는 경우에도 총수입금액을 계산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있다면 총수입금액은 이를 근거로 하여 실지조사결정을 하여야 하고, 반대로 총수입금액을 추계조사할 경우에도 비치·기장된 장부와 증빙서류를 근거로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을 때에는 그 장부에 의하여 과세표준을 조사·결정하여야 합니다. 또한, 복수의 과세대상이 있는 경우 각각 별개로 과세처분이 이루어지므로 부분추계가 허용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므로 법원도 이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부분추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단일의 과세대상 내지 동일한 단계에 있어서의 총소득금액이나 과세표준의 결정에 대하여는 실지조사와 추계조사를 혼합하여 과세표준액을 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종합소득세의 과세표준 등 결정이 같은 과세기간 중의 단일 사업장의 과세목적물에 대한 총수입금액 결정에 있어 실지조사와 추계조사를 혼합하여 과세표준액을 정한 것은 소득세법과 그 시행령의 관계규정에 위배되고, 과세관청이 실지조사방법에 의하여 법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경우 총손금의 결정방법과는 달리 그 수입누락부분에 대응하는 손금만을 실지조사가 아닌 추계조사방법에 의하여 산출·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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