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또는 지방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 즉 부과권은 일정한 기간 안에 행사하여야 하는데, 이를 부과권의 제척기간이라 합니다. 조세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짓기 위하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는 세목·납세신고의 유무와 조세포탈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법상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성립된 조세채무도 부과제척기간 내에 조세의 부과처분이 없으면 소멸하고, 제척기간이 만료되면 과세권자로서는 새로운 결정이나 증액경정결정은 물론 감액경정결정 등 어떠한 처분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실무상 부과제척기간과 징수권의 소멸시효의 개념에 관하여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과제척기간은 납세의무가 성립된 상태에서의 실체법적인 부과권을, 징수권의 소멸시효는 조세채권이 확정된 상태에서의 절차법적인 징수권을 각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즉, 부과제척기간이란 일정한 기간 내에서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하고, 징수권의 소멸시효란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과세관청이 일정한 기간 내에 체납 징수를 위하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금을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1)
국세의 부과제척기간
1)
통상의 제척기간(국세기본법 제26조의2)
가)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간(1항)이고,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7년간(2항 제1호)이며,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 등에는 10년간(2항 제2호)이다. 다만, 상속세 및 증여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10년간이고,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상속세·증여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 및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등은 15년간(제4항)입니다.
나) 국세기본법은 위 2항 제2호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의 의미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를 받은 경우와 그 의미가 같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자금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법인의 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그 횡령금을 빼돌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일 뿐, 그 횡령금에 대하여 향후 과세관청의 소득처분(대표자에 대한 인정상여처분)이 이루어질 것까지 예상하여 그로 인해 자신에게 귀속될 상여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법인세 부분이 아닌 인정상여처분으로 인한 소득세에 관하여는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그 부과제척기간은 제3호에 의한 5년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 제2차 납세의무의 경우에도 주된 납세의무와는 별도로 그 부과제척기간이 진행되고, 그 부과제척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부과할 수 있는 날인 제2차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로부터 5년간으로 봄이 상당하다.
2)
특수한 부과제척기간(재처분에 관한 특칙)
가)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은 통상의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더라도 일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그때부터 일정한 기간 내에 경정결정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제1호의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또는 행정소송법에 따른 소송에 대한 결정 또는 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 제2호의 조세조약 규정에 따른 상호합의가 이루어진 경우는 조세조약의 상호합의가 종결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 제3호의 경정청구가 있는 경우는 경정청구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경정결정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위 특별제척기간과 관련하여 실무상 많이 문제되는 것이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제1호의 행정소송에 따른 확정판결 등이 있는 경우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된 후에는 당해 판결 등에 따른 경정결정이나 그에 부수되는 처분만을 할 수 있고, 판결 등이 확정된 날로부터 1년 내라도 그 판결 등에 따르지 아니하는 새로운 결정이나 증액경정결정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판결 등 취지에 따른 것인 한 납세자에게 유리한 경정결정만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되었다 하더라도 납세자가 항고소송 등 불복절차를 통하여 당초의 과세처분을 다투고 있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불복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아들여 당초의 과세처분을 감액경정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그 불복절차의 계속 중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납세의무가 승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판결 등을 받은 자로서 그 판결 등이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는 과세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납세의무자에 대하여서만 그 판결 등에 따른 경정처분 등을 할 수 있을 뿐 그 취소나 변경 대상이 되고 있는 과세처분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제3자에 대하여서까지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위 제26조의2 제6항 제1호의 결정 또는 판결에서 명의대여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그 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 이내에 명의대여자에 대한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실제로 사업을 경영한 자에게 경정결정이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7항).
나) 특별제척기간 중 위 제26조의2 제6항 제1호의 적용범위와 관련한 판례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간과세에 있어서 과세기간을 달리하여 재처분을 함에 있어(예컨대, 당초처분인 2004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익금의 산입시기가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그 처분이 취소되자 동일한 소득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를 부과하는 재처분을 하는 경우 등) 그 재처분하는 과세기간이 이미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한 경우, 재처분을 할 수 없고, ② 과세대상 소득이 부동산임대소득이 아니라 이자소득이라는 이유로 당초 처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전부 취소된 후 과세관청이 이자소득으로 보고 다시 재처분을 한 경우, 확정판결의 기속력 내지 기판력에 반하지 아니하여 적법하고, ③ 납세고지의 위법을 이유로 과세처분이 취소되자 그 위법사유를 보완하여 다시 부과처분을 한 경우, 재처분이 가능하고, ④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제1호의 ‘판결’이란 그 판결에 따라 경정결정 기타 필요한 처분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판결, 즉 조세부과처분이나 경정거부처분에 대한 취소판결 등을 의미하는 것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⑤ 납세의무가 승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과세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까지 위 특별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고, 증여가 아니라는 이유로 증여세 부과처분이 취소된 후 양도인에 대하여 다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경우, 특별제척기간 규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3)
처분사유의 변경과 제척기간
판례·통설인 총액주의에 의하면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처분사유의 변경은 하나의 처분에 관하여 공격방어방법을 변경한 것에 불과할 뿐 새로운 처분이 아니므로,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나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가 경과되었는지 여부도 당초의 처분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사유 변경 시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4)
기산일
국세 부과제척기간의 기산일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은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는 국세의 경우는 해당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에 대한 신고기한 또는 신고서제출기한 (과세표준 신고기한)의 다음날(제1항제1호)로써 신고납세방식의 조세는 물론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서 납세의무자에게 과세표준과 세액의 신고의무를 지우고 있는 조세도 포함하고, 나) 종합부동산세 및 인지세의 경우는 해당 국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한 날이고(제1항 제2호), 다)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하여 부과하는 국세의 경우는 해당 원천징수세액의 법정 납부기한의 다음날(제2항 제1호), 법정신고기한이 연장된 경우에는 그 연장된 기한의 다음날(제2항 제2호), 공제·면제 등의 세액을 그 의무불이행 등의 사유로 징수하 는 경우에는 징수할 사유가 발생한 날(제2항 제3호) 입니다.
(2)
지방세 및 관세의 경우
지방세의 부과제척기간은 국세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경우는 5년,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7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지방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또는 경감받은 경우에는 10년이고(지방세기본법 제38조), 관세의 부과제척기간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로부터 2년이며,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였거나 환급을 받은 경우 등은 5년입니다(관세법 제21조 제1항). 지방세 부과제척기간의 기산일은 지방세기본법 시행령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제척기간 경과의 효과
부과제척기간이 도과된 이후에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당연무효이고, 제척기간의 경과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소송에서 당사자의 원용이 없어도 직권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이나 정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제척기간의 도과 후에 증액경정처분이 있었다 하여도 당초처분이 제척기간의 도과 전에 있었다면 그 증액경정처분이 전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고 증액된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됩니다. 법원은 소득금액변동통지서를 받은 법인의 원천징수의무가 성립하려면 그 성립시기인 소득금액변동통지서를 받은 때에 소득금액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아야 할 원천납세의무자의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되어 있어야 하므로, 원천납세의무자의 소득세 납세의무가 그 소득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의 도과 등으로 소멸하였다면 법인의 원천징수의무도 성립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은 부과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에는 징수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경정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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