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의 소
1. 판결의 요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하는 원고는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사업자(CP)로서 국내 기간통신사업자(ISP)인 KT 등과 계약을 통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네트워크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2016년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 대한 고시의 개정으로 원고가 KT에 비용을 더 많이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원고는 (1) 2016. 12. 8.
SKT의 이용자 일부 접속경로를 국내(KT 목동 IDC)에서 SKB의 트래픽을 전송하고 있는 홍콩 Mega-I IDC로 변경하고, (2) 2017. 2. 14.
LGU+ 무선망 트래픽 중 일부의 접속경로를 국내에서 홍콩 PCCW, 미국 Sprint 등 해외 ISP로 변경하였습니다.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국내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등의 장애, 불편, 지연 등이 발생하였고, 관련 민원이 증가하였습니다.
피고는 2018. 3. 21.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시정조치 명령과 과징금(3억 9,600만 원) 납부명령을 부과하였습니다(‘이 사건 처분’).
원심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제한에는 해당하나,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체하였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같은 법 제50조 제3항, 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별표 4] 제5호 등 관련 규정의 문언, 규정 체계 및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이 사건 쟁점조항이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 해석·적용의 방법,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구 전기통신사업법령상 금지행위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공정한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5호 후단에서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같은 법 제50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시행령에 금지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별표 4] 제5호는 ‘법 제50조 제1항 제5호 중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중 하나로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그리고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50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9조는 제50조 제1항 각 호의 금지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3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아니 되며(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두6498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쟁점조항이 정한 금지행위를 이유로 하는 과징금 부과 등은 침익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쟁점조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구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 사건 쟁점조항이 정하고 있는 이용의 ‘제한’에 관하여 정의규정이나 해석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령상의 용어 해석에 있어 해당 법령에 규정된 정의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미를 제한 또는 확장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사건 쟁점조항 중 이용의 ‘제한 또는 중단’과 관련하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제한’을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 또는 그렇게 정한 한계’로, ‘중단’을 ‘중도에서 끊어지거나 끊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한’의 사전적 의미와 ‘제한’이 ‘중단’과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용의 제한’은 이용의 시기나 방법, 범위 등에 한도나 한계를 정하여 이용을 못하게 막거나 실질적으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을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3)
이와 달리 이용자 편의 도모나 이용자의 보호를 이유로 이용의 ‘제한’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에 영향을 미쳐 이용에 다소간의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므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
4)
구 전기통신사업법령에서 ‘제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규정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용 자체는 가능하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이 초래된 경우는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별표 4] 제5호 (나)목 4)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의 해지를 거부․지연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여 ‘지연’과 ‘제한’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쟁점조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도 구 전기통신사업법령의 여러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한’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5)
앞서 본 구 전기통신사업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의 체계적 구조와 문언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쟁점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이용의 제한‘은 이용에 다소간의 불편, 지연을 초래하는 정도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정도를 벗어나 이용자의 이용을 일정 부분 금지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6)
CP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로의 과다 접속에 따른 다량의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전송․처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접속경로 변경을 선택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며 결코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CP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영업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 있을 여지도 다분하다.
7)
전기통신사업법은
2020. 6. 9. 법률 제17352호로 개정되면서 제22조의7이 신설되었는데, 위 조항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8 제2항은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사항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 기술적 오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한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확보 및 트래픽 경로의 최적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법이 개정된 이유는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것인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CP의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대하여 규제 내지 규율하는 법적 근거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CP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로 인해 인터넷망의 품질이나 서비스 안정성에 영향을 미쳐 인터넷서비스의 이용에 지장을 초래하게 하는 행위가 이 사건 쟁점조항이 정한 ‘이용의 제한’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회목 변호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