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0다263758 손해배상(기)
1. 판결의 요지
만 66세 여성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 약 300m 구간에서 약 10초 동안 비상등을 켜고 200km/h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다가 우측 진출로에서 그대로 직진하여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운전자와 동승자가 모두 사망하고 차량이 전소되었습니다. 유족인 원고들이 이른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면서 차량 제조업자인 피고 등을 상대로 제조물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추정되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원심은 ‘정상적 운행’과 관련하여,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여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운전자의 조작과는 달리 자동차가 급가속 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급발진 사고’ 유형에서 결함 및 인과관계의 추정 요건인 ‘운전자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증명하려면 운전자가 급가속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정을 증명하여야 하고, ② 페달 조작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추인시키는 간접사실을 통하여 이를 증명하여야 하는데,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자동차의 제동등(브레이크등)이 점등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페달 오조작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2. 적용법리
제조물책임 사건에서 증명책임의 분배와 결함 및 인과관계의 추정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러므로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등 참조). 한편 2017. 4. 18. 법률 제14764호로 일부 개정된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도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그러한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으며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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