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2.
6. 선고 2015도9130 판결
1.
판결의 요지
“A회사는 문화재수리기술자․문화재수리기능자의 자격증을 대여받아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을 한 회사로 실질적으로 문화재수리업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또한 A회사가 낙찰받은 문화재수리공사는 OOO이 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므로 A회사는 문화재수리공사를 직접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A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마치 A회사가 문화재수리기술자 4명 등을 상시 보유하고 있는 종합문화재수리업자이고, 위 공사를 직접 시행할 것처럼 발주처 직원에게 ‘문화재기술자보유현황’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기망하여 64회에 걸쳐 문화재수리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OOO 등과 공모하여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사실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기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문화재수리기술자 등의 자격증을 대여받아 사용한 행위, OOO에게 A회사가 도급받은 문화재수리공사를 시행하게 한 행위 등이 각기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들 죄와는 별도로 사기죄가 성립되었다고 하려면 공사도급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도급을 가장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려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공사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사기죄 성립 여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사도급계약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공사를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공사를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공사도급계약의 내용, 그 체결 경위 및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도980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공사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공사의 완성이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공사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참조).
3.
대법원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 1과 1심 공동피고인 2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이 문화재수리기술자 등의 자격증을 대여받아 사용한 행위, 피고인 1이 1심 공동피고인 2에게 피고인 2 회사가 도급받은 문화재수리공사를 시행하게 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각기 구 문화재보호법(2010. 2. 4. 법률 제100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문화재보호법’이라고 한다) 위반죄 또는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문화재수리법’이라고 한다)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들 죄는 문화재수리의 품질향상과 문화재수리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므로, 이러한 범죄가 행해졌다 하여 언제나 사기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죄와는 별도로 사기죄가 성립되었다고 하려면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이 사건 문화재수리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의 내용과 그 체결 경위,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그 결과 등까지 종합하여 살펴볼 때 과연 위 피고인들이 공사도급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도급을 가장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려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제1심과 원심이 피고인 1과 1심 공동피고인 2에 대하여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한 근거를 살펴보면, 첫째는 위와 같이 구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실제로는 1심 공동피고인 2로 하여금 피고인 2 회사가 도급받는 문화재수리공사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었는데도 피고인 2 회사가 문화재수리공사를 직접 시행할 것처럼 속여서 공사를 도급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1심 공동피고인 2는 피고인 2 회사에 소속된 문화재수리기술자라는 것이므로, 이를 피고인 2 회사의 공사로 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문화재수리기술자 등의 자격증을 대여받아 사용한 행위가 곧바로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한편 위에서 본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문화재수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그 공사대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고, 그 공사를 발주한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사가 그 계약 내용에 따라 이행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공사대금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이 사건 문화재수리공사가 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기한에 맞추어 진행되지 않았다거나 그 완성된 공사에 별다른 하자나 문제점 등이 발견되었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사대금을 편취할 의사로 이 사건 각 문화재수리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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