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20. 1.
16. 선고 2019구합23700 판결
1.
판결의 요지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원고에게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봉사, 특별교육 이수 등 조치사항을 의결하였고, 피고(학교장)는 원고에게 자치위원회의 의결과 동일한 조치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학부모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법하게 위촉되었다고 볼 수 없어, 자치위원회의 구성이 위법한 이상 자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의 가해학생 조치처분도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1)
피고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는 학부모전체회의의 개최 여부나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에 관한 일정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 밖에 학교 홈페이지나 다른 가정통신문에도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2)
학부모위원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 여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 선출에 찬성한 학부모들의 수 등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
2.
사실관계
가. 원고와 한○○은 A초등학교 6학년 1반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나. 한○○의 모는 2019. 6. 24. 원고가 한○○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를 하였다.
다. A초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이 사건 자치위원회’라 한다)는 2019. 7. 1. 11:00 총 7명의 위원 중 6명이 참석하여 회의를 열었고, 그중 한○○이 기피 신청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위원이 원고에 대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제2, 3호, 제3항 및 제9항에 근거하여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 특별교육 이수 4시간(Wee센터),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4시간(Wee센터)의 조치사항을 의결하였다.
라. 피고는 2019. 7. 3.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조치원인으로 이 사건 자치위원회가 의결한 위 조치사항과 동일한 조치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19. 4. 4. ~ 19. 4.
5. 카카오톡 대화에서 원고가 한○○을 일방적으로 추궁하여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힘.
○ 19. 4. 4. ~ 19. 4. 5. 숙소에서 원고가 한○○에게 손가락 욕을 함.
○ 19. 4. 4. ~ 19. 4. 5. 휴게소 화장실에서 대기줄을 설 때 원고가 한○○의 등을 휴대폰으로 침.
○ 급식 먹기 전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 원고가 한○○에게 2~3번 물을 튀긴 사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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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피고는 2018. 3. 23.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체 학부모들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을 안내하면서, 학부모위원으로 활동할 의항이 있는 학부모는 2019. 3. 26.까지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고 공지하였다.
1.
활동기간:
2018. 3. 28. ~ 2020. 3. 27. (2년 임기)
2.
신청자격: 자녀가 2년 이상 본교 재학 예정인 학부모님 대상
3.
모집인원:
6명 (신청자가 초과할 경우 학부모 총회에서 전체 선거로 선출)
4.
학부모위원 당선 여부는 개별 통지(익명 유지)하며 회의 내용은 기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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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이에 6명의 학부모가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2018. 3. 28. 열린 ‘A교육 소통‧공감의 날’ 행사에서 위 학부모들이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위 선출과 관련하여 피고가 제출한 ‘학부모위원 선출 진행 시나리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3.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 제1항 본문은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교에 자치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은 ‘자치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하여야 한다. 다만,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부모대표를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은 ‘자치위원회의 위원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선출된 학부모대표 등 중에서 해당 학교의 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폭력예방법령의 취지 및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해당 학생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학교폭력에 관한 조치요청권을 갖는 자치위원회의 구성에서 민주적 정당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구성된 자치위원회에서 한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 학교폭력예방법상의 조치는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적법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나. 이 사건 자치위원회 구성의 위법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학부모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위촉된 학부모대표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위 학부모위원들이 적법하게 위촉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고가
2018. 3. 20. 전체 학부모들에게 보낸 ‘2018 행복한 학교 만들기 A교육 소통‧공감의 날 안내’ 가정통신문(을 제2호증)을 보면, ‘A교육 소통‧공감의 날’에 ① 등록 및 안내, ② 고학년‧저학년 수업 공개, ③ 공연 마당(댄스, 연주), 학교장 인사, 담임소개, 2017년 학교 실적 홍보 영상, 2018년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평가, 각종 교육내용안내(연수물), ④ 2018년 학년교육과정 안내, 자녀교육 상담, 각종 위원회(학부모회, 녹색 어머니회) 조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을 뿐, 학부모전체회의의 개최 여부나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에 관한 일정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또한 그 무렵 A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사항이나 다른 가정통신문에도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과 관련된 선거인명부 열람, 입후보자 등록현황, 당선자 공고 등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2)
피고가
2018. 3. 23. 전체 학부모들에게 보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 안내’ 가정통신문(갑 제4호증)을 보면,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의 모집인원을 6명으로 하되 ‘신청자가 초과할 경우 학부모 총회에서 전체 선거로 선출한다’ 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학부모전체회의의 개최 여부나 일시, 선거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또한 위 문구의 반대해석상 신청자가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학부모 총회에서의 전체 선거에 의하지 않고 학부모위원을 선출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바, 학교폭력예방법령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의 선출절차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입후보자의 수와 선출해야 할 위원의 수가 같다는 사정을 들어 학부모전체회의에서의 선출 절차를 생략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위 선출절차를 갈음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학부모 6명만이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신청서를 제출하여 그 선출 인원을 초과하지 아니하였다).
3)
피고는 ‘A교육 소통‧공감의 날’ 행사 당시 개최된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이 직접 선출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피고는 학부모전체 회의 회의록, 학부모위원 선출 공고문 등 위 주장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② 학부모위원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 여부, 학부모들에게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었는지,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들이 표결권을 행사하였는지 여부, 학부모전체회의에 참석한 학부모들 및 학부모위원 선출에 찬성한 학부모들의 수,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부모들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어 학부모위원이 선출되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③ 피고가 제출한 ‘A교육 소통‧공감의 날’ 행사 운영 계획에 의하면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은 위 행사 당일 14:50 이후 교실 및 학년연구실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각 교실 및 학년연구실로 흩어져 있던 학부모들이 다시 모여 학부모전체회의를 개최하였다고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기재 내용과도 모순되고, 학부모들이 각 교실 및 학년연구실에서 찬반 거수를 통해 위 학부모위원을 선출한 것이라면 이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④ 피고가 제출한 학부모위원 선출 진행 시나리오(을 제4호증)에 의하면, ‘A교육 소통‧공감의 날’ 행사 당일에서야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으로 입후보한 6명의 인적사항이 공개되었고, 그 직후 찬반 거수를 실시하여 위 학부모들이 위 학부모위원으로 선출되었으며, 후보자들의 소개나 소견 발표 등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학부모위원 선출에 관하여 학부모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피고가 제출한 학부모 등록부(을 제12호증)는 ‘A교육 소통‧공감의 날’ 행사 중 각 반 공개수업을 참관한 학부모들의 명단일 뿐이어서 위 등록부에 기재된 학부모들이 전원 학부모전체회의에 참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가 제출한 사진(을 제5호증)도 ‘A교육 소통‧ 공감의 날’ 행사 장면 일부를 촬영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의 주장과 같이 ‘A교육 소통‧공감의 날’ 행사 당시 ‘학부모전체회의’가 개최되어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들이 ‘직접 선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4)
피고가
2018. 3. 19. 결재한
‘2018학년도 1학기 A교육 소통‧공감의 날 운영 계획’ 문서(을 제1호증)에 첨부된 ‘2018학년도 1학기 A교육가족 소통마당 진행 시나리오’ 를 보면 ‘2018-19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선출이 있겠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A교육 소통‧공감의 날 계획‘ 문서(을 제11호증)의 ’3. 추진 내용‘ 중 ’다. 당일 시간 운영계획‘ 부분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학부모위원 조직’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각 문서는 전체 학부모들에게 공지된 것이 아닌 A초등학교의 내부 문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보더라도 이 사건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의 선출 인원, 방법, 절차 등 구체적인 진행 계획에 관하여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다. 소 결
이와 같이 이 사건 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학부모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위촉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 자치위원회의 구성이 위법한 이상, 위 자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이 사건 처분에 자치위원회 구성의 위법이라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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