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65389 판결
1.
판결의 요지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2005. 9.경 피고들 소유의 토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한 후 택지개발사업을 마쳐 제3자에게 토지를 매도하였는데 2015. 3.경 위 토지에서 매립된 건설폐기물이 발견되어, 한국토지공사를 승계한 원고가 피고들에게 민법 제580조 제1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청구한 사안에서,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상행위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민법 제580조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을 상사채권으로 보아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원심을 파기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위하여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가 상행위인지 여부(소극)
어느 행위가 상법 제46조의 기본적 상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영업으로 동조 각 호의 행위를 하는 경우이어야 하고, 여기서 ‘영업으로 한다’는 것은 영리를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4. 4. 29. 선고 93다54842 판결,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0793 판결 등 참조). 구 한국토지공사법(2009. 5. 22. 법률 제9706호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라 설립된 한국토지공사는 토지를 취득·관리·개발 및 공급하게 함으로써 토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국토의 종합적인 이용·개발을 도모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따라서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를 매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토지공사를 상인이라 할 수 없고,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 지구 내에 있는 토지에 관하여 토지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를 상행위로 볼 수 없다.
한편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는 행위는 사법상의 법률행위로 일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1586 판결 참조). 이 경우 매도인에 대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2조 제1항의 채권 소멸시효의 규정이 적용되고, 매수인이 매매의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10266 판결 참조).
3.
법원의 판결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한국토지공사는
2004년경부터 제주○○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였다. 피고들은 2002. 5. 21.부터 제주시 (지번 1 생략) 전 4,410㎡(이하 ‘변경 전 토지’라고 한다) 중 각 1/2 지분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위 변경 전 토지가 제주○○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에 포함되었다.
2)
한국토지공사는 피고들과 변경 전 토지 중 각 1/2 지분에 관하여 공공용지 협의취득에 따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5. 9. 1. 피고 1 지분에 관하여, 2005. 9. 8. 피고 2 지분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3)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2009. 10. 1. 원고로 합병되었다. 원고는 2011. 3. 경 제주○○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준공한 후, 변경 전 토지 중 일부인 제주시 (지번 2 생략) 대 799.3㎡(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2011. 3. 15. 소외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1. 8. 23. 원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2013. 3. 27. 소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소외인은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터파기공사를 하던 중 2015. 3.경 이 사건 토지 지하에 이 사건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5)
원고는
2015. 8. 25. 피고들을 상대로, 원고의 변경 전 토지 매수 전에 이 사건 폐기물이 매립되었음을 이유로 민법 제580조 제1항(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근거하여 폐기물처리비용과 원상복구비용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토지보상법에 따라 피고들 소유의 변경 전 토지를 매수한 행위는 상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토지공사를 합병한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한국토지공사가 변경 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2005. 9. 1.(피고 1에 대하여) 또는 2005. 9. 8.(피고 2에 대하여)부터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2015. 8. 25.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한국토지공사가 영업으로 부동산을 개발하여 매각할 목적으로 이를 매수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국토지공사와 피고들 간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상행위에 해당하여 상법 제64조가 적용되어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행위와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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