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5도8490 판결
1.
판결의 요지
납세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대여 받은 세무사 명의로 신고를 한 경우 그 세무사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관여한 자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라 처벌된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판결입니다.
2.
적용 법리 -
납세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대여 받은 세무사 명의로 신고를 한 경우 이에 관여한 단체의 대표자가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로 처벌되는지 여부(적극)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고 한다)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세무대리’란 세무사가 납세자 등의 위임을 받아 세무사법 제2조 각 호의 행위 또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세무대리’에는 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가 포함된다(세무사법 제2조 제1호). 이들 규정의 입법 취지는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세무사 등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세무질서를 확립하고 납세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며 세무대리행위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3다3578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규정과 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 세무사법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벌규정이 적용되는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조세에 관한 신고 등의 ‘세무대리’를 한 경우란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의 지휘·감독 없이 납세자를 대리하거나,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더라도 납세자를 대신하거나 사실상 신고를 주도하면서 외부적인 형식만 납세자가 직접 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세무지식의 이용이 필요한 신고 등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공소외 사단법인 ○○○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고 한다)의 지회장으로서 부가가치세 신고에 필요한 세무회계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설치 및 명의를 대여할 세무사들과의 고문계약 체결 여부를 최종 결정하였다.
(2)
이 사건 지회 직원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희망하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대여받은 세무사들 명의로 국세정보통신망인 홈택스에 접속하여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변환․전송함으로써 세무사들을 세무대리인으로 하여 매 과세기간에 약 1,000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본인을 대신하여 하였다.
(3)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은 이 사건 지회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를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지회 직원들에게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와 관련하여 성실한 업무수행을 독려하는 한편,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건수를 보고받고 결재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세무사 자격이 없음에도 이 사건 지회에서 소속 직원들과 공동하여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의 지휘․감독 없이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납세자인 그 소속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후 그 세무사들의 명의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는 등 ‘세무대리’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른 세무사법 위반죄의 직접정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교사범 또는 간접정범임을 전제로 하는 적용법조의 누락이나, 종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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