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1.
판결의 요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혼을 청구하고 이혼 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하여 줄 것을 구한 사건에서, 민법 관련 규정상 재판상 이혼의 경우 공동양육자의 지정은 가능하지만 그 허용 여부는 여러 기준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의 경우 공동양육을 지정하기에 적절한 사안이 아님을 이유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와 피고를 공동으로 지정하고 양육비 관리를 위하여 원고와 피고 공동명의의 예금계좌 개설을 명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판결입니다.
2.
적용법리
재판상 이혼 후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공동양육을 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민법 제837조, 제909조 제4항 및 제5항,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3) 및 5) 등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법원이 친권자를 정하거나 양육자를 정할 때 반드시 단독의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므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상 이혼에서 이혼하는 부모 모두를 공동양육자로 정할 때에는 그 부모가 부정행위, 유기, 부당한 대우 등 첨예한 갈등이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로 이혼하게 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그 허용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공동양육의 경우 자녀가 부모의 주거지를 주기적으로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자녀는 두 가정을 오가면서 두 명의 양육자 아래에서 생활하게 되어 자칫 가치관의 혼란을 겪거나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으며(특히 자녀가 교육기관 등에 다니게 되면 거주지를 주기적으로 옮기는 것은 자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부모 사이에 양육방법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공동양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그 갈등이 자녀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따라서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은 이혼하는 부모를 공동양육자로 지정할 경우 경제적ㆍ시간적 손실이나 자녀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건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 또는 피고 일방을 지정하는 것보다는 원고와 피고를 공동친권자 및 공동양육자로 지정하여 사건본인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모성과 부성을 충분히 느끼면서 건강하고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은 공동양육 방법으로 원고가 매주 일요일 17:00부터 금요일 17:00까지 피고가 매주 금요일 17:00부터 일요일 17:00까지 사건본인을 양육하도록 정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는 계속하여 공동양육이 아니라 자신을 단독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고, 현재로서는 원고와 피고가 가까운 장래에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공동양육과 그 방법에 대하여 서로 원만하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설령 원심이 의도한 바대로 원고와 피고가 향후 사건본인을 공동양육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이것이 공동양육을 통하여 원고와 피고의 거주지를 오가면서 부모 각각의 양육에 대한 결정에 따르게 되고 서로 다른 물리적 환경에 처하게 될 사건본인의 경제적ㆍ시간적 손실과 정서적 불안정을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방에 대한 양육자 지정과 상대방에 대한 면접교섭을 통해서도 원심이 공동양육자 지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적을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를 사건본인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고 공동양육 방법을 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양육자 지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사건본인을 공동양육함에 따라 각자 부담하여야 할 양육비와 관련하여 원고와 피고에게 공동명의로 된 예금계좌를 개설할 것과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원고는 월 30만원, 피고는 월 90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위 계좌에 입금하고 위 계좌에 입금된 돈을 사건본인의 양육비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원심이 위와 같이 공동명의의 예금계좌 개설을 명한 것은 공동양육의 취지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공동양육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상, 사건본인의 양육비를 위하여 원고와 피고 공동명의의 예금계좌 개설을 명한 부분도 다시 심리하여 사건본인에 대한 양육자 지정 등 양육방법에 알맞은 양육비 부담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공동명의의 예금계좌 개설 등 양육비의 부담과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법원이 직접 명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러한 방법이 실무나 제도상 가능하고 어려운 점이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한편 원고와 피고가 재판상 이혼과정을 통하여 상호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고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육방법에 관하여 전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명의의 계좌를 개설하여 양육비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양육비의 사용과 관련하여 계속적인 분쟁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이 양육비 지급과 사용에 관한 방법을 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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