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102991 판결
1.
판결의 요지
구 주택법(2009. 2. 3. 법률 제94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이 같은 법 제39조 제1항의 전매금지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관하여 같은 조 제2항에서 위반행위자에 대하여 주택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소정의 주택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때에는 지급한 날에 사업주체가 당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구 주택법은 같은 법 제39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효력규정 위반으로 보아 당연 무효로 보는 입장을 취하지 아니하고, 대신 사업주체의 사후적인 조치 여하에 따라 주택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등으로 위반행위의 효력 유무를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구 주택법 제39조 제1항의 금지규정은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어 당사자가 이에 위반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2.
효력규정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구 주택법 (2009. 2. 3. 법률 제94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39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여 건설·공급되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증서 또는 지위를 양도 또는 양수(매매·증여 그 밖에 권리변동을 수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되, 상속·저당의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하거나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의하여 건설·공급되는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39조 제2항은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사업주체는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증서 또는 지위를 양도하거나 양수한 자 또는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은 자에 대하여는 그 주택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사업주체는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산정한 주택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때에는 그 지급한 날에 사업주체가 당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구 주택법이 같은 법 제39조 제1항의 전매금지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관하여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위반행위자에 대하여 주택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소정의 주택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때에는 그 지급한 날에 사업주체가 당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구 주택법은 같은 법 제39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효력규정 위반으로 보아 당연 무효로 보는 입장을 취하지 아니하고, 대신 사업주체의 사후적인 조치 여하에 따라 주택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등으로 그 위반행위의 효력 유무를 좌우할 수 있도록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구 주택법 제39조 제1항의 금지규정은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어 당사자 사이에 이에 위반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7954 판결,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55248, 5525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구 주택법 제39조 제1항 제4호나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제1항 제2호의 규정 등에 위반되기는 하나, 위와 같은 구 주택법 등의 관련 규정은 효력규정이 아닌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규정에 위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피고의 의무가 원시적 불능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구 주택법 제39조 제1항의 해석·적용이나 원시적 불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부당이득 반환에 대한 법원의 판단
가.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33607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다6024, 603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 1은 그 소유의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이하 생략) 대 641㎡와 그 지상 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이 에스에이치(SH)공사가 시행하는 서울 은평뉴타운 제3-1, 제3-2 지구 도시개발사업지 부지 내에 편입되게 되었다. 이에 소외 1은 2006. 5. 11. 에스에이치공사와 수용협의계약 및 지상물 등 이전철거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에스에이치공사로부터 330㎡ 이하의 택지 또는 전용면적 135㎡ 이하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이하 ‘이 사건 수분양권’이라고 한다)를 받기 위하여 에스에이치공사에 이주대책신청을 하였다.
(2)
당시 에스에이치공사는 이주대책의 심사결과가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주택을 공급받을 지위(수분양권)을 전매한 경우에는 주택법 제39조 제1항 제4호 및 주택법 시행령 제43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분양아파트 공급대상자가 아니라는 의미의 부적격 결정을 하고, 이주대책의 심사결과가 확정되어 적격으로 통보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8조상의 이주대책대상자로서 이주대책용 분양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후 에스에이치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본인이 1회에 한하여 수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게 하는 업무처리방침을 정하고 있었다.
(3)
그런데 소외 1은 에스에이치공사로부터 이주대책자로 확인·결정되기 전인 2006. 5. 12. 계약당사자 명의를 소외 1과 피고로 하여 이 사건 수분양권을 2억 4,0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매매계약서(을 제8호증의 5)의 특약사항에는 “은평뉴타운 3-2 지구 입주권 52평형 또는 대토 100평에 대한 매매임. 매도자는 차후 조건 없이 등기이전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4)
원고는
2006. 6. 3. 소외 2가 운영하던 뉴타운 부동산중개사무실에서 계약당사자 명의를 피고로 하여 이 사건 수분양권을 3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당일과 같은 해 6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계약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2006. 6. 12.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2억 9,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며, 피고는 2006. 6. 12.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잔금 2억 9,000만 원을 지급받았다는 취지의 영수증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이 사건 매매계약서(갑 제3호증)의 특약사항란에는 “매도인 피고는 이 물건 원주민 입주권을 매수인 원고에게 잔금시까지 이상 없이 입주권을 인수시키는 조건”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5)
그 후 원고는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카합1035호로 채무자를 소외 1, 제3채무자를 에스에이치공사로 삼아 이 사건 수분양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여 2006. 6. 26.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받았다. 이 가처분결정을 송달받은 에스에이치공사는
2007. 6. 7.경 소외 1이 이주대책자 심사 전에 수분양권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소외 1에게 분양아파트 공급 부적격 대상으로 결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에스에이치공사를 상대로 이주대책신청을 한 소외 1은 에스에이치공사가 그 신청을 받아들여 자신을 이주대책대상자로 확인·결정하여야만 비로소 구체적인 수분양권을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다3578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소외 1이 위 확인·결정 전에 이 사건 수분양권을 대금 2억 4천만 원에 양도한 것은 장래에 이 사건 수분양권이 정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계약이행의 조건 내지 내용으로 삼아 양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그러한 취지에서 차후 조건 없이 등기이전한다고 특약한 것이다. 피고 역시 같은 취지에서 원고에게 대금 3억 원에 이 사건 수분양권을 다시 양도한 것으로서 그러한 의미에서 “원주민 입주권을 매수인 원고에게 잔금시까지 이상 없이 입주권을 인수시키는 조건”이라고 특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에스에이치공사가 소외 1을 이주대책자로 선정하고 원고 앞으로 수분양권자 명의변경을 허용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수분양권자 명의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원고에게 교부함으로써 그 이행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소외 1이 수분양권 취득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수분양권이 발생하지 않거나 수분양자 명의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명의변경 서류를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상 필요한 의무의 이행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다36671 판결,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440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수분양권을 전전 양도할 당시, 최초 양도인인 소외 1은 구 주택법 제39조 제1항과 에스에이치공사가 규정한 이주대책자 선정요건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에스에이치공사의 조치 여하에 따라 장차 수분양권을 취득하지 못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고, 이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후발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원시적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매매 당시 이미 원시적 하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러한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래 발생할 수분양권을 원고가 아무런 이상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특약사항으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 그 후 위 약정과 달리 당초 존재하던 원시적 하자가 현실화되어 소외 1이 이주대책자 선정에서 배제됨으로써 이 사건 수분양권은 발생하지 아니한 것으로 확정되었고 그 결과 원고는 이 사건 수분양권을 인수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에게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이 후발적 불능으로 귀착된 데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약정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수분양권 자체가 아니라 장래에 취득하게 되는 수분양권에 대한 일종의 기대권에 불과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도인으로서는 장래에 취득하게 되는 수분양권에 대한 기대권 자체를 양도하면 족한 것이지 매수인의 수분양권 취득까지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매도인은 최초의 수분양 예정자로부터 받은 수분양권 관련 서류를 매수인에게 양도함으로써 매매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모두 완료하게 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는 원고에게 소외 1로부터 교부받은 이 사건 수분양권 관련 서류를 양도함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피고의 의무가 후발적으로 이행불능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에게 어떠한 귀책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률행위의 해석과 계약해제 및 귀책사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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