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18. 5. 10. 선고 2017구합5782 판결
1. 사실관계
가. 원고 A대학교 산학협력단(이하 ‘원고 산학합력단’)은 구 산업교육진흥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 8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 25
조의 규정에 따라 A대학교의 산학협력 관련 교육·연구·개발 및 성과물 사업화를 진흥하고 촉진·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2004. 2. 25. 설렵된 법인이고, 원고 B은 A대학교 화학과 교수이다. 재단법인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연구재단법에 근거하여 설렵된 법인으로 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으로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이다.
나. 한국연구재단은 2013. 1. 16. ‘2013년도 중견연구자 지원사업[핵심/도약]’을 공고하고 신규과제를 공모하면서 지원 대상을 ‘향후 3년 여상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자’로 제한하였다.
다. 원고 산학협력단은 2013. 2. 19.경 주관연구책임자를 원고 B으로 하여 ‘C’이라는 연구과제(이하 ‘이 사건 연구과제’)로 위 신규과제 공모에 응모하였고, 한국연구재단은 이 사건 연구과제를 지원때상 과제로 선정하였다.
라. 원고 산학협력단과 한국연구재단은 2013. 6. 경 이 사건 연구과제에 관한 연구개발과제협약(‘이 사건 제1차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협약연구개발비(당해년도 : 1차년도) : 정부출연금 1차년도 303,000,000원, 2차년도 303,000,000원, 3차년도 303,000,000원, 합계 909,000,000원
2)
총 연구개발기간 : 2013. 6. 1.부터 2016. 5. 31.까지
3)
다년도 협약 연구기간 : 2013. 6. 1.부터 2016. 5. 31.까지
4)
당해년도 협약 연구기간 : 2013. 6. 1.부터 2014. 5. 31.까지
5)
주관연구책임자 : 원고 B
마. 이 사건 제1차 협약에 의하면, 주관연구책임자인 원고 B은 다년도 협약 연구기간이 2년 이상인 경우에는 계속지원 타당성 검토 평가를 위한 연차실적·계획서 및 자체평가의견서를 해당연도 연구기간 종료 1개월 전에 한국연구재단에 재출하여야 하고(협약 제5조 제1항), 한국연구재단은 평가등급이 일정등급 이하로 평가된 경우에는 해당 연구개발과제를 중단시킬 수 있다(협약 제7조 제2항).
바. 한국연구재단은 2014. 5.경 원고 산학협력단과 이 사건 연구과제에 관한 연구개발과제협약(‘이 사건 제2차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협약연구개발비(당해년도 : 2차년도) : 정부출연금 1차년도 303,000,000원, 2차년도 303,000,000원, 3차년도 303,000,000원, 합계 909,000,000원
2)
총 연구개발기간 : 2013. 6. 1.부터 2016. 5. 31.까지
3)
다년도 협약 연구기간 : 2013. 6. 1.부터 2016. 5. 31.까지
4)
당해년도 협약 연구기간 : 2014. 6. 1.부터 2015. 5. 3 1.까지
5)
주관연구책임자 : 원고 B
사. 이 사건 제1차 협약 및 이 사건 제2차 협약의 제26조 제3항에는 이직 내지는 겸직과 관련된 부가조건이 규정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이 사건 제1차 협약
제26조(부가조건)
제3항 갑(한국연구재단)은 병(원고 B)이 최초 연구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D연구원(외부연구단 포함)으 연구단장, 그룹리더 등으로 선정되어 D연구원 수행 과제에 전념하는 경우 평가결과에 따라 지출한 인건비를 제외한 연구개발비 전액을 환수할 수 있다.
(2)
이 사건 제2차 협약
제26조(부가조건)
(3)
갑(한국연구재단)은 병(원고 B)이 연구 중에 D연구원 단장, 그룹리더 등 타 사업으로의 이동을 원칙적으로 불인정하고, 위반 시 불성실한 연구로 간주하여 참여제한 및 지급연구비를 전액 환수할 수 있다. 단 연구과제가 종료 예정이거나 단계종료 시점에 연구목표를 달성하고 이동하려는 사업과 연계성이 있다고 검증되는 경우에는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
아. 원고 B은 2014. 11. 초순경 D연구원 외부연구단인 E연구단의 단장으로 선임되었다.
자. D연구원 연구단 관력지침에 의하면 D연구원의 연구단장은 연구단을 대표하고(지침 제6조 제1항), 전임근무를 하여야 하며, 원칙적으로 연구원 이외의 보직을 겸할 수 없지만(지침 제7조 제1항), 지속적인 학생지도를 위해 원소속기관 또는 타기관에서 연 1 과목 이내의 창의와 논문지도는 가능하고, 신규로 선정된 연구단장은 기 수행중인 과제를 원장이 정하는 일정한 정리기간 동안 마무리화되 국제협력 등 필요성이 인정되는 파제는 원장의 승인을 받아 수행할 수 있다(지침 제7조 제2항).
차. 한국연구째단은 2014. 12. 11. A대학교총장에게, 연구책임자의 협약위반(D연구원 이동에 따른 연구중단)을 이유로 하며 이 사건 제2차 협약을 해약하고 그 동안 지급된 총 연구개발비 606,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전부 환수하며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2014. 12. 9.부터 2016. 12. 8.까지 2년간 제한하는 제재조치를 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재조치’).
카.A대학교총장은 2014. 12. 11. 이 사건 제재조치에 대하여 한국연구재단에 이의신청을 하였는데, 한국연구재단은 2015. 3. 13. ‘동 사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을 포기(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한 것으로 볼 수 였으며, 이러한 경우 환수범위가 출연금 전액이 대상이 되므로 1차년도 연구비도 환수 대상이 되고, 이 사건 제2차 협약 당시 D연구원으로의 이동 시 불성실한 연구로 간주함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성실수행을 고려한 환수금액 감액 요청을 인정할 수 없으며, 협약서에는 과제 종료시점에 D연구원 이동 시 사업연계성을 고려한 중단허용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냐 동 과제는 종료시점(2016. 5. 종료)이 아니므로 참여제한이 과도하다는 요청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이 기각되었음을 알리는 통지를 하였다.
타. 원고들은 한국연구재단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2015구합101428호로 이 사건 제재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2016. 3. 31. 제소기간 도과로 각하판결을 받았고, 이에 항소한 뒤 이 사건 제재조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원고들은 대전고등법원으로부터
2016. 11. 17. ‘과학기술기본법과 대통령령인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2015. 8. 24. 대통령령 제265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 등과 같은 제재조치의 처분권자를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정하고 있고, 달려 위 제재조치 권한을 전문기관의 장인 한국연구재단에게 위임하는 수권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제재조치는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이다’라는 취지의 판결(대전고등법원 2016누10662호)을 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파. 위와 같아 이 사건 제재조치에 대하여 무효확인 판결이 확정되자, 피고는 2017. 7. 3. 협약규정 위반(이직)을 이유로 하여 원고 산학협력단에게는 과학기술기본법 제 11조의2 제1항 제8호에 근거하여 연구비 606,000,000원에 대한 환수처분을 하고, 원고 B에게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1항 제8호에 근거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에 2년간 참여를 제한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원고 산학협력단에 대한 처분을 ‘이 사건 환수처분’, 원고B에 대한 처분을 ‘이 사건 참여제한처분’, 함께 ‘이 사건 각 처분’).
2. 법원의 판단
– 환수처분
가.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제 2차 협약의 부가조건(제26조 제3항)에는 주관연구책임자가 연구 중에 D연구원 연구단장, 그룹리더 등 타 사업으로 이동하는 경우 한국연구재단은 이를 불성실한 연구로 간주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연구과제의 주관연구책임자인 원고 B이 이 사건 제2차 협약 체결 후인 2014. 11. 초순경 D연구원 단장으로 선임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제2차 협약이 주관연구책임자가 D연구원 단장으로 선임되어 양쪽의 연구를 병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음은 협약의 문언상 분명하고, 구 과학기술기본법 (2014. 12. 30. 법률 제126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8호는 제1 내지 7호의 사유 외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써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B이 이 사건 연구과제 수행 중 D연구원 연구단장으로 선임된 것은 이 사건 제2차 협약 부가조건의 위반으로서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8호의 처분사유에 해당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제2차 협약의 부가조건(제26조 제3항)은 협약의 근거법령인 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2015. 8. 24. 대통령령 제265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32조 제2항에서 연구자의 복수연구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010. 4. 28. 공고 제2010-163호로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의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연구자의 과다한 과제수행으로 내실 있는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곤란하므로 연구자의 무분별한 과제수행을 방지하고 내실 있는 연구수행 방안 마련의 필요에서 연구수행에의 전념에 관한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32조를 둔다’고 그 개정이유를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개정이유 및 위 규정의 문언에 의하면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32조 제2항은 연구자의 연구수행 전념을 유도하기 위하여 동시 수행 가능한 최대 수행과제 수를 한정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정임을 알 수 있고, 원고의 주장처럼 연구자의 복수연구를 보장하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잇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고,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따라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며,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때에는 행정청의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누10091 판결 참조).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제1차 협약 및 이 사건 제2차 협약은 한국연구재단과 원고들 사이에 체결된 것이고, 한국연구재단은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 제4항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관리·평가 및 활용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는 기관일 뿐 참여제한처분이나 환수처분의 주체가 되는 행정청은 아닌 점, 계속과제라 하더라도 연차평가를 거쳐 단위연도마다 협약을 체결하도록 되어 있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특성에 비 추어 보면, 이 사건 제1차 협약의 부가조건에 ‘최초 연구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주관연구책임자가 D연구원의 연구단장으로 선정되는 경우 인건비를 제외한 연구개발비의 환수가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최초 1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주관연구책임자가 D연구원 단장으로 선임되더라도 참여제한이나 연구비환수 등의 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함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설령 이 사건 제1차 협약의 부가조건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한다고 가정히더라도, 한국연구재단은 2013. 1. 16. ‘2013년도 중견연구자 지원사업[핵심/도약]’의 신규과제를 공모하면서 지원 대상을 ‘향후 3년 이상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자’로 분명하게 제한하였고 이 사건 제1차 협약을 체결하면서도 ‘총 연구개발기간’ 내지 ‘다년도 협약 연구기간’이 ‘2013. 6.
1.부터
2016. 5. 31.까지’라고 정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의 신뢰에는 귀책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위법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환수처분의 경우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은 제1호 내지 제8호의 사유가 인정되면 지원된 사업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7항은 구체적인 환수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그 위임에 따라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27조 제10항 및 [별표5]는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 연도의 출연금의 범위에서 위반행위의 경중 및 위반사유를 고려한 금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 산학협력단에 대하여 위 법령상 처분기준의 범위를 벗어나 이 사건 제1차 협약에 따라 지원된 이전 연도의 사업비까지 전부 환수하는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환수처분은 법령이 부여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제2차 협약의 부가조건(제26조 제3항)은 주관연구책임자가 D연구원의 연구단장, 그룹리더 등으로 선정되는 경우 지급연구비를 전액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에 기초한 이 사건 환수처분에는 아무런 위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의 환수기준은 상위법인 구 과학기술기본법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 연도의 출연금의 범위’에서 환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바,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제2차 협약의 부가조건은 위와 같은 법규명령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피고는 주관연구책임자의 이탈은 연구개발과제의 수행 포기와 사실상 다를 것이 없고, 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27조 제10항 및 [별표5]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을 포기한 경우’에는 ‘총 수행 기간 동안 지급된 출연금 전액’의 범위 내에서 환수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환수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피고가 아 사건 환수처분 당시 처분사유로 ‘협약규정 위반(아직)’만을 제시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환수처분 당시 ‘정당환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을 포기한 경우’를 처분의 법적근거로 삼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의 위 주장을 처분사유의 추가 또는 변경으로 선해하여 보더라도 과제수행을 포기하였다는 사실은 협약상 겸직이 금지된 지위에 선임되었다는 사실과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고, ‘과제수행 포기’가 당초의 차분사유인 ‘협약의 규정 위반’을 구체적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없는 점, ‘포기’란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원고들이 한국연구재단에 이 사건 연구과제 수행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한 차례도 표시한 바 없고, 오히려 한국연구재단과 아 사건 제1차 협약에 이어 이 사건 제2차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적극적으로 이 사건 연구과제의 수행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이상, 원고들이 이 사건 연구과제 수행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법원의 판단
– 참여제한처분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참여제한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1)
구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른 참여제한처분은 역량 있는 연구자를 일정 기간 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배제하는 처분이므로, 과학기술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여 국민경제 발전을 하고자 하는 구 과학기술기본법의 입법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참여제한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2)
특히 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제8호는 ‘협약의 규정 위반’이라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언 사유에 기하여 참여제한처분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처분기준의 범위 내에서 참여제한기간을 정함에 있어서는 협약 위반의 태양, 협약위반이 연구과제 수행에 끼친 효과, 향후 연구과제의 지속 수행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3)
이 사건 제1차 협약에 규정된 연구개발협약의 절차에 비추어 보면, 한국연구재단은 이 사건 제1차 협약 기간이 만료될 무렵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하여 이 사건 연구과제에 대한 계속지원 타당성 평가를 거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한 평가를 거친 한국연구재단이 원고 산학협력단과 원만하게 이 사건 제2차 협약을 체결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 B은 이 사건 제2차 협약 체결 시까지 이 사건 연구과제의 주관연구책임자로서 특별한 문제없이 연구과제를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4)
D연구원의 관리지침에 따르면, 신규로 선정된 연구단장은 기존에 수행하던 연구과제를 일정한 정리기간 동안 마무리하되, 필요성이 인정되는 과제의 경우에는 원장의 승인을 받아 수행할 수도 있으므로, 피고의 주장처럼 D연구원의 연구단장으로 선정되는 즉시 이 사건 연구과제의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5)
더욱이 원고들의 주장처럼 이 사건 연구과제와 D연구원의 연구과제인 ‘E 연구’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면 두 가지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상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6)
피고는 관계 법령에 따라 소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주관연구책임자에 대하여 ‘그 밖에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로서 협약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참여제한 처분을 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참여제한 처분의 기간인 2년은 관계법령이 정한 처분기간의 범위 내에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 내에서는 최장기간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 B이 D연구원에서 수행하게 될 연구와 이 사건 연구과제와의 관련성, 양 연구를 병행하여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연구를 병행 수행하는 경우 상호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특별한 검토 없이 이 사건 제2차 협약 규정 위반만을 들어 이 사건 참여제한 처분을 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특별히 원고들 위반행위의 정도가 중하다거나 연구과제 수행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데도 처분 범위 내 최장기인 2년의 참여제한 처분을 한 것은 원고 B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7)
원고 B이 D연구원의 연구단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특별히 사사로운 목적이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는 등의 사정은 찾아볼 수 없는바, 이 사건의 경우를 구 과학기술기본법에 규정된 참여제한의 사유 중 연구책임자의 부도덕한 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원고 B에 대한 비난의 여지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8)
더욱이 원고 B으로서는 한국연구재단이 협약의 부가조건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연구기간 중 최초 1년이 경과하고 나면 이 사건 연구과제의 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D연구원의 연구단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여지가 있다.
(9)
피고는 이 사건 이전에도 한국연구재단과 협약을 체결하고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연구원이 D연구원으로 이동함으로써 연구과제 수행이 중단된 경우가 몇 차례 있었으나 당시에는 협약에 D연구원으로의 이동을 금지하는 부가조건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전술하고 있는바, 비록 그와 같은 사례들은 D연구원으로의 이동을 금지하는 부가조건이 명시된 이 사건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때에도 연구개발의 결과가 불량하여 중단 또는 실패한 연구개발과제로 결정되는 경우에는 관계법령에 따른 제재조치가 가능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다가, 협약에 부가조건이 명시되었고 이를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B에 대하여는 처분범위 내에서 최장기인 2년의 참여제한조치를 한 것은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4. 결론
결국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은 모두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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