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법원 2016. 7. 22. 선고 2016누4394 판결
1. 피고의 주장
(1)
피고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대행 내지 대리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원고들 역시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주체는 피고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피고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처분 중 국비전액환수처분(이하 ‘이 사건 환수처분’)은 피고가 원고 회사와 체결한 공법상의 계약인 제품제작 지원사업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위 협약과 그 내용에 포함된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 세부관리지침에 따른 정부출연급 환수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원고 회사에 이미 지급한 정부출연금의 환수를 통보한 의사표시에 불과할 뿐 공권력을 행사한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법원의 판단
가. 피고적격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행정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 등을 외부적으로 그의 명의로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행정처분을 하게 된 연유가 상급행정청이나 타행정청의 지시나 통보에 의한 것이라 하여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며, 권한의 위임이나 위탁을 받아 수임행정청이 정당한 권한에 기하여 그 명의로 한 처분에 대하여는 말할 것도 없고, 내부위임이나 대리권을 수여받은 데 불과하여 원행정청 명의나 대리관계를 밝히지 아니하고는 그의 명의로 처분 등을 할 권한이 없는 행정청이 권한 없이 그의 명의로 한 처분에 대하여도 처분명의자인 행정청이 피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 14688 판결 등 참조).
다만 비록 대리관계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처분명의자가 피대리 행정청 산하의 행정기관으로서 실제로 피대리 행정청으로부터 대리권한을 수여받아 피대리 행정청을 대리한다는 의사로 행정처분을 하였고, 처분명의자는 물론 그 상대방도 그 행정처분이 피대리 행정청을 대리하여 한 것임을 알고서 이를 받아들인 예외적인 경우에는 피대리 행정청이 피고가 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2. 23.자 2005부4 결정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1) 행정행위는 법령에 달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문서로 하여야 하고(행정절차법 제24조), 문서에는 처분권자의 관인을 찍도록 되어 있는바[구 행정업무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규정(2016. 4. 26. 대통령령 제27103호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으로 제명 변경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이 사
건 처분서인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 국비 환수 조치 통보’에는 그 상단에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 기재되어 있고, 하단에 피고의 명의와 함께 피고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을 뿐 대리관계 등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아니한 점, (2)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인 원고들이 피고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대행 내지 대리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임을 알고서 이를 받아들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들은 한국산업단지공단(당사자표시정정 전) 또는 피고(당사자표시정정 후)를 처분청으로 인식하고 이 사건 소송을 계속하여 온 것으로 보여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대행 내지 대리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이 사건 처분의 처분명의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처분성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이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 내용과 취지, 행위 주체·내용·형식·절차,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두7321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이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를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종료시킬 경우 그 의사표시가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처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계약관계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그 계약에 근거하여 행하는 의사표시인지 여부 또한 관계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 등을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3두6244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두41449 판결 등 참조).
살펴건대, (1) 이 사건 환수처분은 원고 회사에 대하여 국비지원금을 반환하여야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 점, (2) 이 사건 환수처분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11조의2 제1항,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14-247호) 제44조 제2항, 제4항, 지역산업지원사업 공통운영요령(산업통상자원부고시 제2014-186호, 이하 ‘지역산업지원 요령’) 제50조 제2항, 제4항에 기초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법령상의 근거가 존재하는 점, (3) 위 법률 및 고시 조항은 출연금의 환수사유가 있을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출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출연금의 환수 여부 및 환수금액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는 점(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두53657 판결 등 참조), (4) 이 사건 협약서 제9조 제2항은 ‘본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 대하여는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 세부관리지침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세부관라지침은 지역산업지원 요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세부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내부지침으로서 이 사건 협약서에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여 원고 회사로서는 이를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이 사건 환수처분의 주체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고 피고는 위 환수처분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어서, 위 협약서 제9조 제2항의 규정만으로는 이 사건 환수처분이 이 사건 협약에 따라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서 행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환수처분은 행정청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한 행정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정회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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